2500년 전 그리스인들의 지혜와 재치가 담긴 207편의 이야기
세계인들이 유년 시절 마음속 깊이 간직한 ‘이야기’의 원형이자 라퐁텐 우화에서
찰스 슐츠의 「피너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준 이솝의 우화집
“희망에 온통 사연을 빼앗기는 것은 잘못이네. 희망은 자네는 속일 수 있을 뿐, 배를 채워주지는 않을 걸세”
많은 이들이 ‘이솝 우화’ 하면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대개는 유명한 3, 40편만 알고 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이솝 우화』는 이솝 우화의 풍부한 맥락과 교훈을 실감하게 하는 207편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세상살이에 대한 풍자, 위기에 대처하는 꾀와 재치 우화는 본래 일반 서민의 문학 장르로, 현실에 대처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런 이유로 우화는 윤리적 이상이나 덕성보다는 인간의 사회적 활동과 관계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권력 구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암여우가 암사자를 비웃었습니다. 새끼를 한 마리밖에 낳지 못한다고 말이지요. 암사자가 대꾸했습니다. “한 마리지만, 사자란 말일세.” – 「양보다 질」
우화의 짤막한 이야기들은 부와 권력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계층이 존재하며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최선의 방위책」이라는 이야기에서 뱀은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밟혔다고 제우스에게 불평한다. 그러자 신이 이렇게 대답한다. “너를 밟은 첫 번째 사람을 물었다면, 다음번 사람은 선뜻 너를 밟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우화는 세상을 ‘바르게 살라’는 교훈집이나 도덕책이라기보다는 세상을 ‘이렇게 살라’고 세상살이에 관한 지혜를 제시하는 병법에 가깝다. 이솝 우화에서 시사하는 바는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책에 대한 충고인 것이다.
각국의 민담과 설화에 스며든 이솝의 이야기
이솝 우화의 주인공들은 여우, 거북이, 토끼 등 동물로만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 이솝 우화에는 인간과 올림포스산의 신들이 자주 등장하며, 상당수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제우스의 명령을 받고 프로메테우스는 사람과 짐승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짐승들이 훨씬 많은 것을 보고 제우스 신은 짐승의 일부를 다시 부수고 사람으로 만들라고 프로메테우스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인간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던 부류는 비록 인간 형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짐승의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합니다. -「짐승 같은 사람들이 있는 까닭」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상과 신화가 담긴 이솝 우화는 각국의 민담과 설화에도 영향을 끼쳐 왔다. 흔히 우리나라 고유의 전래 동화라고 알고 있는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 또한 이솝 우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다」). 또한 이솝 우화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동물의 의인화는 고전 민담에서부터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로 유명한 「피너츠(Peanuts)」나 월트 켈리(Walt Kelly)의 「포고(Pogo)」와 같은 오늘날의 인기 코믹 연재물에 이르는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노래와 이야기는 영원한 기쁨이지만, 극히 유서 깊은 마르지 않는 즐거움의 샘이 이솝 우화이다. ―「작품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