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는 말하자면, 자살 명소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구보 미스미 신작!
시체가 보고 싶은 아이와 아이를 지키려는 노인,
죽음의 곁을 밝히는 찬란한 우정
2022년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구보 미스미의 신작 《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이 시공사에서 출간된다. 《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은 나오키상 수상작인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이후 발표한 첫 작품이다. 전작에서 소중한 존재를 상실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던 작가는 이번에도 세상에 방치되다시피 내던져진 미성숙한 소녀와 상실의 상처를 짊어진 노인의 연대를 통해 절망에 내몰린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건네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죽음과 한없이 가까운 이곳에서
내 꿈은 시체를 직접 보는 것이다.” _미카게
“나는 단지 경비원이야.
이제부터 너도 그 일원이 되는 거야.” _젠지로
자살 명소로 불리는 낡고 허름한 아파트
그곳에 남겨진 삶들을 지키기 위한, 작지만 가장 뜨거운 연대
주인공 미카게는 도시 외곽에 있는 낡은 아파트 단지에서 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오래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무책임한 엄마는 아이들만 남겨둔 채 집을 나가버렸다. 어릴 적부터 천식을 앓아 몸도 약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도 서툰 미카게, 그리고 그런 동생을 돌보기 위해 험한 밤일도 마다하지 않는 언니 나나미. 자매가 사는 아파트는 허름한 외관과 흉흉한 소문 때문에 지역에서 ‘자살 명소’로 불린다. 실제로 노인들의 고독사나 투신자살도 흔하게 일어난다. 미카게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타인의 무덤 위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 ‘삶’보다 ‘죽음’과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 미카게의 소원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시체를 보는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죽음의 실체를 확인하고 더 잘 이해하는 것. 그것이 미카게가 생각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카게에게 있어 그 외의 다른 꿈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사치스러운 것이다.
어느 날 미카게는 스스로를 ‘단지 경비원’이라고 칭하는 노인 젠지로를 만난다. 젠지로는 미카게에게 배지를 주며 반강제로 단지 경비원에 임명한다. 처음에는 체력 문제와 낯선 노인에 대한 반감으로 경비원 일에 부정적이던 미카게는 차차 젠지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아파트 청소, 독거노인의 생존 확인, 옥상 순찰. 이것이 경비원으로서 미카게에게 주어진 임무다. 그리고 뜻밖에도 이 일은 죽음에 한없이 가까워지던 미카게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다시 삶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삶을 견뎌내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
구보 미스미는 그간 성인을 화자로 내세워 사랑과 이별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위 높은 작품을 써왔다. 그러나 나오키상 수상작인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화자로 채택하는 문학적 실험을 시작했고,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부터 ‘죽음과 탄생(TIME OF DEATH, DATE OF BIRTH)’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서사의 고삐를 청소년 화자에게 쥐여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죽음이 산재한 공간에 방치된 미카게는 늘 자신의 삶이 죽음으로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어떻게 올지는 모르지만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음을 마주하게 돼 있고, 육신의 소멸과 함께 인간은 영원히 사라진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삶은 죽음으로 가는 단계일 뿐일까? 전작에서 코로나 시대를 담아내며 상실의 아픔을 그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 시선을 유지하며 한층 더 깊은 곳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이웃들과 연대하며 처음으로 삶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디는 미카게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삶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개개인은 작고 보잘것없다 할지라도, 서로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통해 모두의 삶을 지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된다. 이 소설은 저마다의 상실과 좌절, 죽음 위에 집을 짓고 삶을 견뎌내는 우리, 모든 ‘나’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이자 응원의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