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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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독일 국가상을 수상한 현대 독일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모니카 마론의 대표작 클라이스트상, 횔덜린상 수상 작가 모니카 마론의 대표작으로, 구동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던 이전 작품들과 다르게 사랑과 열정이라는 모티프를 전면에 내세워 작가의 문학 세계에서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독일 통일 직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서독, 동독 출신의 두 남녀가 겪는 격정적인 사랑과 집착을 그려낸 이 소설은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던 ‘독일 통일’의 모티프와 ‘사랑’이라는 주제를 짜임새 있게 결합시키며, 구동독의 ‘기이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통일 후 엄청난 변화를 겪은 이들의 삶과 사랑을 성숙하고도 강렬한 문체로 형상화했다. 모니카 마론은 분단된 독일의 동쪽과 서쪽을 오가며 성장했고, 여러 작품들에서 독일의 분단 상황을 주제로 다루었던 소설가이다. 『슬픈 짐승』은 모니카 마론의 작품 세계에 하나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 받았던 문제작이다. 그 이전에 발표했던 작품들에서는 구동독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 노골적이었던 반면 이 소설에서는 사랑과 열정이라는 모티브가 전면에 부각되며 통일 후 독일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슬픈 짐승』에서 모니카 마론은 ‘나’와 프란츠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사회 문제를 연결시키면서 흥미와 긴장감 속에서 독일의 통일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주인공 ‘나’의 회상 속에는 동독에서 자란 여자와 서독에서 자란 남자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낳은 독일의 역사가 교묘하게 짜여 있다. 한 여인의 지독한 사랑을 그린 『슬픈 짐승』은 ‘기이한 시대’라고 지칭되었던 구동독이 사라진 뒤에도 그 시대와 결별하지는 못했던 사람들의 욕망과 슬픔에 관한 독특한 기록이다. ‘기이한 시대’ 그리고 ‘통일’을 겪은 이들의 삶과 사랑 동독 출신의 여성 고생물학자인 ‘나’는 어느 날 길을 걷다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실신하여 죽음 직전까지 갔다. 이 사건으로 ‘나’는 인생을 돌아볼 계기를 갖게 된다. “만일 정말로 그때 죽었다면 내가 놓쳤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라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끝에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날로부터 1년쯤 흐른 뒤 ‘나’는 프란츠를 만난다. 그는 인생에서 놓칠 뻔했던, 하지만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사랑을 만난 것이다. 프란츠를 만난 후 ‘나’의 모든 것은 바뀌었다. 남편과 딸은 언제 어떻게 떠나버렸는지 알 수 없고, ‘나’에게는 오직 프란츠와의 사랑만이 남아 있다. 모니카 마론은 이 작품에서 ‘사랑’의 모티프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안에서 ‘기이한 시대’라 칭했던 구동독 체제에 대한 비판의 시선과 독일 통일 이후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결합시킨다. 동독 출신인 ‘나’는 구동독 체제에 대해 “너무나 불합리해서 기억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직업교육을 받은 전문 기와공이었던 한 사람은 그 국제적인 자유갱단에 의해서 임명된 우리의 국가원수였다”고 비꼬는 듯한 말투로 회상하기도 한다. 그중 그녀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여행금지였다. 고생물학자인 ‘나’는 아무런 제약 없이 공룡화석이 발굴된 곳에 직접 가보고 싶었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것을 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학회에라도 참가하고 싶었지만, 동독의 여행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다. 베를린 장벽은 그녀에게서 “고생대와 중생대를, 백악기 암석과 주라기 산들을 빼앗아갔다.” 그녀가 “일생을 바치고자 했던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이다. 통일은 ‘예상치 못했던 시대변화’로서 등장인물들에게, 특히 동독 출신 인물들의 삶과 사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그리고 통일로 인해 비슷한 사랑의 비극이 생겨났다. 화자의 지인이었던 라이너는 자신을 장벽 너머로 탈출시켜준 앙케와 결혼해서 15년간 서독에서 살다가 통일이 되자 즉시 앙케를 떠난다. 또한 친구 지그린데의 경우에는 남편이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자가 통일 후에 갑자기 이들 부부 앞에 나타난다. 얼마 후 남편이 그 여자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자 지그린데는 남편을 그녀에게 보낸다. 통일 후에 동독 사람들과 서독 사람들 모두가 서로에 대해 느꼈던 이질감과 낯섦, 동독과 서독 출신이라는 다른 배경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는 화자와 프란츠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화자가 보기에 그 차이는 “거의 언급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매우 작은 것”이며 “단지 좀 더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러나 서독 출신 사람들은 동독의 그 ‘기이한 시대’를 “세계의 진보를 몇십 년 동안 놓쳤다고” 생각했다. 프란츠가 여행했던 하드리아누스 방벽을 어느 전기 작가가 “로마인과 야만인 사이의 경계”라고 했던 것처럼, 서독 사람들에게는 베를린 장벽 너머의 동독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여기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대를 차지하거나 아니면 죽는 것.” 클라이스트의 희곡 『펜테질레아』에 나오는 대사처럼 ‘나’는 미친 듯이 사랑에 집착한다. 프란츠와의 사랑은 새로운 유토피아였다. ‘나’는 사랑에 몰두함으로써 사회주의가 무너진 직후 인생과 믿음 전체를 뒤흔든 변화와 혼란 속에서 자신의 질서를 새롭게 세우고 사랑이라는 유토피아로 도피하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결국 그 꿈같은 사랑에는 도달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