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하버드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 교수진이 격찬한
『주식회사 이데올로기』의 후속 신작
“협동과 공생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세계의 미래”
성장이 멈춘 시대, 모두가 행복한 대안기업 설계 로드맵
주인 ‘의식’을 가지는 대신 스스로 주인이 된 직원들
7만 6,500명 직원이 주인인 회사, 존루이스 파트너십
영국 최대의 백화점 체인 존루이스 파트너십(JLP)은 백화점 35개와 식료품점 27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은 82억 파운드(134억 달러)다. 미국 회사였다면 포춘 500대 기업 중 180위 정도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이런 대형 기업이라면 모두가 당연히 상장된 주식회사일 것으로 예상하겠지만, JLP의 주식은 시장에서 아무나 살 수 없다. JLP는 7만 6,500명 직원이 100% 지분을 소유한 종업원 소유 기업이다. JLP는 직원의 행복을 기업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직원들은 매해 이익을 공유하며, 회사 경영에 대해 공식적인 발언권을 지닌다. 다시 한 번 짚어두자. JLP는 지역 기반의 작은 기업이 아니다. 영국 최대의 백화점 체인이며, 그 소유주는 7만 6,500명의 직원이다. 종업원 소유제는 JLP의 상업적 성공에 큰 몫을 했다. 주요 유통 경쟁사들의 20년간 성과를 분석한 조사를 보면, JLP는 경쟁사 대비 뛰어난 이익률과 생산성을 보였다.
이 책은 JLP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는 다양한 대안기업 사례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새로운 방식의 소유 모델을 적용하고 있는 대안기업들을 방문해 조직이 어떻게 작동하고, 구성원의 삶이 조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핀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대안기업 설계의 길잡이가 되어줄 지도책을 선사한다.
오늘날 닥친 경제 위기의 근원은 비뚤어진 소유 구조
가치를 뽑아가는 이가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이가 소유하게 하라
20세기는 사적 소유를 부르짖는 자본주의가 국가 소유를 부르짖는 공산주의와의 이념 전쟁에서 압승을 거두는 것으로 끝났지만, 21세기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본주의는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아직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에서 저자는 다시 소유의 문제로 눈을 돌린다. 땀 흘리는 자와 과실을 챙기는 자, 리스크를 떠안는 자와 그 덕에 이익을 거두는 자가 나뉘어버린 소유 구조가 오늘날의 금융 위기와 생태 위기를 불러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늘날 경제를 장악한,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왜곡된 소유 구조를 저자는 ‘추출적’ 구조라고 이름 붙인다. 기업이든 자원이든, 소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부터 가치를 뽑아내(추출) 금전적 부로 환산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추출적’ 구조 아래서 소유주는 금전적 이익에만 열을 올릴 뿐이다. 그로 말미암아 삶의 터전이 훼손되는 데는 아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것은 소유주가 탐욕에 눈먼 나쁜 이들이기 때문이 아니다. 소유주가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업이 있는 곳에 그들은 없다. 저자는 이 ‘추출적’ 구조야말로 끝없는 성장 중독을 일으켜 2008년 금융 위기를 가져온 주범이라고 말한다.
앞서 소개한 존루이스 파트너십은 저자가 ‘추출적’ 구조의 대안으로 꼽는 ‘생성적’ 구조의 대표적인 사례다. 생성적 소유 구조에서는 단순히 자본을 댄 사람들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기업의 주인이 된다. 생성적 구조에서 소유주는 가치를 뽑아가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가치를 생성해내 더 나은 삶을 일구고, 그 과실을 공유한다.
책상 위가 아니라 길 위에서 쓰인 책
진짜 삶의 현장에서 뿌리 깊은 문제, 희망의 흔적 모두를 찾아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고삐 풀린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 책이 두드러지는 것은 책상 위가 아니라 길 위에서 쓰인 책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진앙지였던 월스트리트에서부터 집을 잃은 가정에서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직접 확인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저자의 이런 접근법은 문제를 분석하는 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대안을 내놓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도 저자는 직접 현장을 찾는다. 새로운 방식의 소유가 작동하는 곳을 직접 찾아 진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희망과 한계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논증하며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떠났던 여정을 따라와 보라고 제안한다.
1부에서 저자는 추출적 소유 구조가 어떤 식으로 금융 붕괴를 일으켰는지, 그로 인해 중산층의 삶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보여준다. 2008년의 위기를 다룬 많은 책이 월스트리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금융 위기에 휩쓸려 집을 잃은 실제 한 가정을 추적하여, 그 가정이 어떻게 모기지 빚더미를 쌓아올리다가 결국은 버텨내지 못하고 파산하게 되었는지, 그리하여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들려주듯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끝없이 성장을 갈구하는 대신 충분한 곳에서 멈추고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소유의 방식에 눈을 돌린다. 협동조합식 소유 모델을 통해 이동식 주택 거주민이 토지를 공동 소유하게 하는 거주민소유공동체, 1975년 설립 이래 성장보단 지속에 초점을 맞추며 꾸려온 종업원 소유 기업 사우스마운틴 등을 찾아 생성적 소유 구조와 그 바탕에 있는 가치관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생성적 구조를 이루는 요소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존루이스 파트너십과 매출이 110억 달러에 달하는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 1,700여 농장주들이 주인인 협동조합 오가닉밸리 등을 직접 방문해서 조직이 어떻게 작동하고, 구성원의 삶이 조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핀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을 통해 기업이 생성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구조적 요소들을 뽑아내어 ‘생성적’ 구조 설계의 길잡이가 되어줄 지도책을 선사한다.
대안은 이미 우리 옆에 있다
소유의 혁명을 상상하라
접근의 방식뿐 아니라 저자의 문제의식 역시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다른 많은 책과 마찬가지로 마조리 켈리 역시 2008년 사태가 훑고 간 폐허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 책은 지나친 탐욕과 도덕적 해이, 정부 규제의 부족을 문제 삼는 흔한 주장과 궤를 달리한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 부딪힌 것은 ‘고삐 매기’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고삐를 매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가 지목하는 문제의 핵심은 진짜 삶과 동떨어진 채 돌아가는 소유 구조다.
그러나 이 책이 정말 흥미로운 이유는 무엇보다도 저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안은 있다”고, 그 대안은 이미 곳곳에 존재한다고 말한다는 데 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수많은 대안의 흔적을 보여준다. 저자가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10여 가지의 사례는 모두 금전적 이익을 늘리는 게 아니라 삶 자체에 맞닿은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이요 경제 주체다. 저자가 생성적 구조의 가장 완성된 형태로 꼽는 협동조합은 1840년대에 최초로 탄생했으며, 오늘날 전 세계 협동조합 조합원은 10억 명에 이른다. 2008년 세계 300대 협동조합의 총매출 규모는 1조 600억 달러로 경제 규모 세계 9위 스페인의 GDP를 웃돈다. 여기에 생성적 성격을 띤 다른 형태의 기업들을 더한다면 그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저자는 이들 생성적 기업이 기존 구조의 문제를 분석하여 ‘설계’된 것이 아니라 삶의 필요로부터 스스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생성적 기업들이 이미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우리가 이런 구조를 대안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