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 곁에 글로 남은 유쾌한 글쟁이 구본준 기자의 ‘위대한 건축’ 이야기 2014년 11월 국내 언론, 문화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겨레> 구본준 기자가 이탈리아 현지 연수 중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 시대 출판, 미술, 건축 분야의 동향과 새로운 시각을 누구보다 빠르고 알기 쉽게 전하던 기자였다. 그를 아끼던 동료들과 문화계 인사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며 그의 글과 생각과 못 다 이룬 꿈을 기억한 시간이 어느새 2년이다. 구본준 기자는 생전에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건축에 대한 오랜 관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겨레출판 신간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은 저자의 2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건축 에세이로,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깜짝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종묘, 경복궁, 자금성, 이세 신궁 등 한중일의 대표 건축을 꼼꼼히 돌아보고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를 아우르며 인류의 유산이 된 거대 건축물을 비교 분석한 이 책은 또 한번 독자들을 건축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집요한 호기심, 참신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분석, 건축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여전한 구본준표 문장은 마치 그가 우리 곁에 있는 듯 살갑다. 무엇이 건축을 위대하게 만드는가 ‘위대한 건축’에 담긴 ‘독창적인 생각’을 발견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은 신성 또는 국가 정신을 상징하는 거대 건축에 주목하는 책이다. 신전, 궁전, 성당은 어떻게 사람을 압도하는가? 무엇이 건축을 위대하게 만드는가? 이 책은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대 건축물이 갖는 공통 디자인 ‘기둥’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이집트의 핫셉수트 신전,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광장 열주랑을 자세히 보면 줄기둥 양식이 신성 건축의 고전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은 배경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이런 줄기둥 디자인이 시대를 넘어 무한 반복되는 점을 흥미롭게 고찰한다. 줄기둥은 권위를 상징하는 우리나라 현대 건축물에도 예외 없이 쓰였으며, 가까이는 백화점이나 예식장 건물에도 흔히 쓰이는 디자인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성 건축물 종묘와 조선의 정궁 경복궁을 자세히 소개한다. 종묘 정전의 줄기둥으로부터 나온 장엄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은 국내외 많은 건축가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왕조의 흥망과 운명을 함께한 독특한 건축 양식과, 왕권만큼이나 신권을 예우한 유례없는 조선의 정신이 이 건축을 빛나게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경복궁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또 가장 잘 모르고 있는 건축 문화재이다. 일제로부터 철저하게 훼손되었고, 오랫동안 제대로 복원되지 않은 채 수많은 오해를 쌓아 온 경복궁의 역사적 맥락과 건축적 가치를 저자는 애정을 담아 서술하고 있다. 경복궁과 비교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이키는 가장 대표적인 건축이 중국의 자금성이다. 이 책은 거대한 자금성의 실체를 구석구석 실감나게 묘사하면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중화주의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었는지 살펴본다. 규모, 기술, 연출 방식 등 모든 면에서 불가사의하다고 표현할 만한 자금성을 이해하는 것은 건축과 권력의 관계,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오랜 관계를 이해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는 독창적인 신성 건축 이세 신궁이 있다. 20년마다 새로 짓는 독특한 방식으로 영원성에 대한 역발상을 보여 주는 일본의 건축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 책은 그밖에도 풍부한 예시를 통해 위대한 건축의 실체와 사회 역사적인 맥락을 짚어 나간다. 시공간을 초월한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와 조선 종묘의 공통된 배치 원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의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규모는 무엇을 말해주는지, 독재자 히틀러가 어떻게 문화와 예술을 이용하여 권력을 축적할 수 있었는지. 또한 국회의사당, 독립기념관 등 건축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권위의 상징만을 좇은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일그러진 면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위대한 건축이란 규모로 압도하는 건축이 아니라 독창적인 정신을 담은 건축이라고. 자금성과 비교하며 경복궁의 규모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나라 잃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경복궁의 진면목을 우리 스스로 재발견해야 할 때라고. 이 책은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는 종묘, 경복궁, 자금성, 파르테논 신전 같은 ‘위대한 건축’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보다는 건축을 둘러싼 사회 역사적인 맥락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서술되어 있어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한중일 주요 건축의 특징과 서양 고전 건축의 핵심을 꿰뚫고 있어 청소년 교양도서로도 권장할 만하다. 책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유쾌한 글쟁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부실공사와 화재로 초라한 건축 정신을 드러낸 독립기념관보다 그 앞에 심어진, 평범한 소년이 일생을 가꾸어 기증한 나무 한 그루에 더 애정을 쏟는 저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무가 집이 되고 문화가 되는 이야기에 유독 마음을 빼앗겼던 그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은 저자의 초고 상태로 편집부에서 1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던 책이다. 해외 연수에서 돌아와 원고를 한번 더 손보겠다는 약속을 그는 지키지 못했다. 현장을 누비며 열정을 기울여 썼을 고인의 글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가족들이 용기를 냈다. 손때 묻은 노트북의 원고를 매만지고 세상에 없는 저자의 의도를 헤아려 자료사진을 추린 가족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글은 독자들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문화와 건축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를 즐겨 했던 유쾌한 글쟁이, 구본준 기자의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 그의 글을 좋아했던 많은 이들의 상실감을 어루만져 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