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지식의 박물관’ 움베르토 에코가 안내하는 경이로운 사유의 역사
문화사적 시각으로 ‘철학의 길’을 추적한 인문학 대장정의 완결
19세기부터 현대 철학에 이르는 독보적인 사상들의 향연
‘20세기 최고의 지성’ 움베르토 에코와 볼로냐 대학의 철학 교수 리카르도 페드리가가 기획 편저한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시리즈가 완간되었다.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는 유럽 문명의 역사를 다루는 온라인 아카이브 프로젝트 ‘엔사이클로미디어Encyclomedia’의 철학 편의 결과물이다. 에코와 페드리가는 철학과 문화를 연결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학자와 전문가 83명을 한데 모아 각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서양 지성사를 해설했다. 문화사적 시각으로 철학의 길을 추적하는 이 방대하고 독보적인 시리즈에서 독자들은 시대와 문화 안에서 각 사상이 지녔던 위상과 가치를 파악할 수 있고, 각각의 챕터를 관심사 별로 엮어서 읽을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철학이 경건하고 심오한 학문이라는 부담을 가지지 않고 철학을 ‘이야기’처럼 즐기게 된다.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시리즈는 고대·중세 편, 근대 편, 현대 편으로 나뉘어 총 세 권으로 구성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3: 현대 편』은 19세기 독일 관념주의에서 시작해 현대 정치사상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사유와 가장 맞닿아 있는 현대 철학의 정수를 당대의 문학,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문화사적 측면에서 폭넓게 조명하며 인문학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19세기와 20세기는 정치적 격변기이자 수많은 사조들이 등장한 전례 없는 지적 도약의 시기였다. 독일 관념주의는 역사를 이성의 전개 과정으로 이해하며 모든 ‘사실적인’ 것을 곧 ‘이성적인’ 것으로 명명했고, 포이어바흐와 마르크스, 유토피아 사상의 등장은 철학이 현실의 정치·경제구조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진화론을 비롯한 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실증주의, 분석철학 등 새로운 학문 사조들을 낳았으며, 모든 비교와 체계화를 거부하는 니체나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현대에는 포괄적인 관점을 허락하지 않는 수많은 이질적인 사조들이 대립하고 있다. 결국 진리의 다양성을 확언할 수는 없어도 진리에 접근하는 방식만큼은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 철학의 견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철학이 여전히 최고 학문으로서 가치를 지닌다면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했던 것처럼 철학이 ‘경이로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한 번 사용한 다음 버릴 수도 있는 사다리에 비유했지만,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의 글들은 사다리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으며, 다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젠가는 그 사다리가 앎의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하리라는 희망을 증언해 줄 것이다.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진리를 향한 여정
사유의 약진이 가져온 경이로운 현대 철학의 역사
현대 철학을 역사적으로 서술하거나 해석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각 사상이 이질적이고 독창적이라 도식적으로 요약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우리 시대와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역사적 여과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전문적인 개념에만 치중하거나 각 사상 간의 차이점만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철학을 서술한다면, 자칫 극단적 상대주의에 경도되거나 철학적 관심 자체를 거부하는 ‘이론의 포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3』의 저자들은 현대 철학을 서술하는 일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철학적 앎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포기하지 않는 중도적인 입장에서 사상 간의 경계와 관점을 정립한다. 물질문명의 관점에서 사고방식의 변화를, 당대의 문학·예술·과학·기술과의 관계에서 철학을 폭넓게 조명하려는 시도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헤겔, 마르크스, 쇼펜하우어, 니체, 벤담, 밀, 사르트르, 하이데거, 푸코, 비트겐슈타인, 한나 아렌트 등 쟁쟁한 현대 철학자들뿐 아니라, 다윈, 튜링, 마리 퀴리, 아인슈타인 등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 나아가 토크빌, 바우만, 페스탈로치, 카뮈, 칸딘스키 등 정치·사회·교육·법학·문학·예술 분야에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긴 거장들까지. 오늘날 우리의 사유를 구성하고 있는 다채로운 현대 사상들의 향연이 이 한 권에 펼쳐진다.
▸관념과 과학의 시대
19세기 초는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의 기운이 짙게 남아 있던 정치적 격변기였다.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관념주의는 이러한 역동적인 역사의 흐름이 초개인적 원인에 내재하는 법칙, 즉 ‘이성’에 지배된다고 보았다. 관념주의는 자아를 중심으로 윤리적 관념론을 전개한 피히테와, 예술을 중심으로 미학적 관념론을 정립한 셸링을 거쳐,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다”라고 언명한 헤겔에 와서 정점에 이른다. 동시에 한편에선 모든 이성적 사고와 체계화를 거부하며 개인의 자유와 의지에 주목한 키르케고르와 니체 같은 사상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19세기는 과학의 시대이자 기술의 시대였다. 다윈의 진화론과 비에우클레이데스 기하학 등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들이 수 세기 동안 유지되던 세계관을 뒤흔들었고, 생리학·생화학·광학·열역학·전자기학 등 신생 과학 분야들이 꽃을 피웠다. 인쇄술의 발달로 수많은 과학서와 간행물들이 대중에게 보급되었으며, 건축·교통·통신 등 각 분야의 전례 없는 기술 발전은 당대를 ‘기술 승리의 시대’로 이끌었다. 이 시기에 콩트에 의해 체계화된 실증주의는 과학을 지식의 도구이자 현실 지배 수단으로 칭송하며 신계몽주의적 믿음을 설파했다. 한편 밀은 콩트와 다윈의 사상을 실용주의 문화와 융합하여 독자적인 사상을 발전시켰다.
▸근대에서 현대로,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현대 사상들의 향연
20세기 역시 과도기적 시대였다. 역사가 이성에 의해 전개된다는 생각에는 서서히 의혹이 드리워졌고, 과학이 인간의 삶을 향상해 줄 무한한 진보의 도구라는 믿음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에 전통적인 관념적·추상적 존재로서 인간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인간을 무한한 능력과 충동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생겨났다. 흔히 ‘생의 철학’이라고 불리는 딜타이, 제임스, 베르그송 등이 역사적·심리적 주체로서의 인간에게 ‘살아 있는 피’를 부여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론을 전개했다. 특히 역사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딜타이는 자연과학이 ‘설명하는’ 학문인 반면 정신과학, 즉 인문학은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며, 인문학이라는 독자적인 지식세계가 존재함을 보였다.
한편, 대부분의 철학 사조는 20세기에 접어들며 언어 표현이나 소통 도구의 분석을 통해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른바 ‘언어학적 전환’에 영향을 받았다.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은 언어학적 전환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분석철학의 체계를 구축했으며, 가다머는 자신의 해석학 이론에 언어학적 분석을 활용했다.
또한 이 시기에 신칸트주의, 역사주의, 현상학, 정신분석학, 실존주의, 구조주의, 논리실용주의 등 다채로운 사조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했고, 이들 간에 모종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다. 동시에 심리철학, 정치철학, 경제철학, 법학, 이론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러한 독창적이고 이질적인 사상의 ‘다양성’은 20세기 사유의 흐름을 설명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유명 작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진지한 철학자였던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는 철학자, 미학자, 기호학자, 언어학자, 소설가 등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걸출한 학자이자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에 능통했고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를 읽을 줄 알던 언어 천재이기도 했다. 그는 이 시대의 ‘지식 장인’이자 ‘천부적인 이야기꾼’이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까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던 분야는 바로 ‘철학’이었다.
에코는 3000년 철학적 사고 흐름을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