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 소설
3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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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데뷔 이래 SF, 스릴러, 사회파 추리 소설부터 논픽션, 만화 스토리까지 전방위 매체와 장르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이어온 전혜진의 소설 《김밥천국 가는 날》이 출간되었다. 24시간 어둠을 밝히는 인천의 한 김밥천국을 배경으로, 고달픈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눈물겨운 삶에 따스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열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일같이 항의 전화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공무원, 애매한 경력과 취업난으로 1년마다 계약 갱신을 기다려야 하는 비정규직, 수시로 늦춰지는 퇴근 탓에 어린이집에 전화해 연신 죄송하다고 사정하는 워킹맘, 베트남에선 엘리트였지만 한국에서 조롱과 차별로 속상한 나날을 보내는 결혼이주여성…. 빡빡한 일상에 지친 도시 생활자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장소는 바로 ‘김밥천국’이다. 호텔 조식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문을 열면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언제든 소박한 한 끼를 마련해주는 곳. 김밥천국에서 허기를 달래며 따뜻한 음식 한 그릇에 담긴 빛나는 추억으로 몸과 마음을 채운 사람들은 마침내 힘찬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아간다. 《김밥천국 가는 날》은 소시민의 애환을 생생히 그리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헛헛한 마음을 어루만진다. 〈돈가스〉, 〈치즈떡볶이〉, 〈오징어덮밥〉 등 제목만큼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읽어가며 우리는 가슴 한편에 자리한 소중한 기억을 발견하고 다시 희망을 새기며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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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치즈떡볶이 김밥 오므라이스 김치만두 비빔국수 돈가스 오징어덮밥 육개장 콩국수 쫄면 작가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는 든든한 한 끼 사회를 꿰뚫는 작가 전혜진의 분식 연작소설 진한 콩국수만이 진짜인 것은 아니듯이, 지금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달려가서 먹을 수 있는 콩국수, 아이가 좋아하게 묽고 가볍고 달달한 김밥천국 콩국수도 괜찮은 것이듯이,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아이와 보내는 시간 자체가 짧다고 해서 이 사랑이 가짜이거나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콩국수〉, pp. 315~316) 그간 공저를 포함해 8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며 한국 장르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작가 전혜진은 ‘동네 공무원’이자 육아 노동자인 한편, “하루 15~20매씩” 꾸준히 원고를 써온 18년 차 집필 노동자이기도 하다. 김밥부터 치즈떡볶이, 오므라이스, 돈가스, 쫄면 등 총 열 가지 음식을 내세워 전개되는 ‘분식 연작’인 이 소설들에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치여 좌절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사소한 위로라도 필요”해 김밥천국의 문을 열고 들어온 이곳에서 어떤 이는 조금 심심한 맛이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주문할 수 있는 콩국수의 매력을 느끼며 아이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부족할지언정 결코 가짜일 순 없음을 배운다(〈콩국수〉). 그런가 하면 오징어덮밥을 마주하며 무섭기로 악명 높았지만 혹시나 말단 운전병이 밥을 굶을까 조용히 카드를 쥐여주던 상사를 향한 고마움을 새삼 깨닫는 사람도 있다(〈오징어덮밥〉). 밤이든 낮이든 문을 연 김밥천국은 그렇게 현재의 고단함과 미래를 향한 불안으로 내몰린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허기를 달래며 마음을 다잡은 사람들은 때론 어떤 이들의 가족이자 애인, 친구였으며 결국은 ‘나’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김밥천국 가는 날》은 ‘우리’의 이야기와 자연스레 포개진다. 온기 어린 사연이 담긴 추억의 음식들 현실의 문제를 비추는 예리한 통찰력 몸도 마음도 잔뜩 허기가 진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밥과 따뜻한 국물로 배를 채우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어두운 골목길도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지곤 했다. (〈김밥〉, p. 69) 《김밥천국 가는 날》에는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을 견인하며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음식들이 소개된다. 막차가 가까워진 시간에도 여전히 골목을 밝히는 김밥천국은 인근 공장의 노동자들은 물론 ‘은희’처럼 한 푼이 아쉬운 수험생들이 들러 끼니를 때우는 유일한 곳이었다. 주머니 속 동전 몇 개만 긁어모아도 먹을 수 있던 ‘천 원 김밥’은 그럴듯한 한 끼 식사가 되어주며 한밤중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덜 쓸쓸하도록 보듬어주었다(〈김밥〉). 치즈 한 장을 올리는 것만으로 더 진하고 색다른 맛으로 변하는 치즈떡볶이를 앞에 두고 학습지 교사인 ‘은심’은 회원이었던 ‘진수’를 떠올린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새로운 꿈을 위해 단 한 번도 학습지를 미루지 않았던 진수처럼, 은심은 자신 또한 하루하루를 성실히 쌓아나가다 보면 언젠가 인생에 깊은 맛이 더해질지 모른다는 낙관을 품게 된다(〈치즈떡볶이〉). 이처럼 온기 어린 사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예리한 통찰력은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며 소설의 재미와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임신 후 수시로 찾아오는 입덧과 통증으로 끊임없이 병원을 오가는 ‘유현’이지만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육아휴직은커녕 직장에서는 그저 “반쪽짜리 일꾼”, “짐짝” 취급을 받을 뿐이다(〈쫄면〉). 친구가 사 온 김치만두를 보며 ‘진수’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그런 가족에게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했던 아픔을 되돌아보기도 한다(〈김치만두〉). “자신에게 들려주듯 다시 중얼거린다. 힘내라, 힘내라” 다시 한번 일어설 힘을 전하는 희망과 용기의 밥상 좋아하는 영상 일을 어떻게든 계속하기 위해 매일 다짐한다. 그것이 이곳에서 도망쳐 나가는 길이라 해도, 혹은 어떻게든 버텨내는 길이라 해도. 호락호락하게 죽어주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 데는 그만큼의 용기가 더 필요한 법이다. (〈돈가스〉, p. 212) 《김밥천국 가는 날》에는 ‘밥심’으로 다시 한번 일어설 힘을 얻는 인물들이 나온다. 결혼 후 산후우울증을 앓는 동안에도 남편과 시동생의 밥상을 차리던 ‘영주’. 그가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해 차려진 밥상’을 대접받은 후 ‘바쁘고, 힘들 때면’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기게 된 곳은 다름 아닌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김밥천국”이다(〈오므라이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힘든 직장 생활을 버티던 ‘아람’이 저버렸던 꿈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한 건 만화 주인공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먹던 ‘돈가스’를 맛보고 나서다(〈돈가스〉). 독특한 별미나 화려한 음식은 없지만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저렴한 메뉴들이 단숨에 공허함을 해소해주는 ‘김밥천국’. ‘작가의 말’을 통해 “어느 도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인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저자가 밝혔듯, 이 책은 고달픈 도시 생활자들을 위로하는 소소한 음식과 이에 얽힌 사연을 풀어내며 쓸쓸하고 삭막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성별과 세대를 아울러 오늘은 살아간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우리는 각자의 “영혼에 새겨진 것 같은” 추억의 맛과 함께 아름답고 다정한 시절을 새로이 선물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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