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일본은 왜 임진왜란을 ‘다완전쟁’이라 하는가? ◇ 임진왜란과 사발 ◇ 일본은 무로마찌 시대(1336-1573) 이후 다도가 성행했다. 일본의 다도는 사발에 말차를 타서 마시는 행위를 규격화한 것. 일본의 무사들은 조선사발을 최고의 다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칼의 나라 일본에서는 다도가 하나의 완충지대였다. 적어도 차회를 할 때만은 무장 해제하고 편안하게 차를 즐겼던 것이다. 조선사발로 다도를 맛본 일본 무사들은 조선사발의 아름다움에 빠진다. 그중 황도는 일본 다도 미학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최고의 다완이었다. 토요또미 히데요시에게 미움을 산 한 다이묘는 이도다완(황도)을 바치고 자신의 목숨과 성을 구하기도 했다. 일본을 통일한 히데요시와 그의 추종자들은 황도가 조선의 흔해빠진 밥사발로 알았고 그래서 그것을 대량으로 구하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다. 조선에선 밥공기로 사용할 정도로 흔해빠진 줄 알았던 황도(이도다완)가 와보니 눈을 닦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백자 사발만 있었다. 그들이 바랐던 다완 찾기에 실패한 일본군은 조선 사기장들을 닥치는 대로 일본으로 끌고 가기에 이른다. 임진왜란 후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급격히 발달하고, 조선 사기장이 완성한 백자를 수출해 일본이 경제대국화로 나아간 이면에는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사기장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국보’ 한국에서는 ‘막사발’로 불리는 그릇 ◇ 이도다완(황도)의 비밀 ◇ 할아버지는 주인공이 어렵사리 빚어낸 사발들을 모두 깨버리라 한다. 소설에서 도자기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귀하게 여긴 이도다완(황도)의 정체는 임란 전 진주 지방에서 만든, 제사 때 밥 올리는 멧사발이었다. 황도가 제기임을 모르는 일본인들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뒤 무덤을 파헤치고 심지어 왕릉까지 도굴하는 등 사발 찾기에 혈안이 된다. 그러나 그것을 무덤에서 찾지 못한다. 황도는 제기로서 용도가 다하면 깨어서 묻기 때문이다. 주인공 신석은 황도제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평생을 바치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일본인에게 주지 않기 위해 평생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런 주인공에게 그의 주군은 이도다완을 꼭 재현하라 명령한다. 조상의 혼(魂)인 제기를 일본인들에게 바칠 수는 없고, 그것을 빚어야만 귀국길이 열리니 황도는 신석에게 양날의 칼이었다. ◇ 환상의 도자기, 황도 ◇ 명품 이도다완을 갖는 것은 당시 일본의 쇼군이나 다이묘 등 실력자들의 소원이고 지금 또한 그러하다. 국보급 이도다완은 현재 100억엔, 한국돈 950억원을 호가한다. 현재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이 막사발이라 부르며 무시해버린 것을 자기들의 심미안으로 그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처음부터 특별하게 빚은 조선 도예가의 예술혼임을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밝힌다. 이 소설은 천하 사대 명품인 키자에몽이도, 카가이도, 호소까와이도와 깨진 쯔쯔이쯔쯔이도를 소개하고 쯔쯔이쯔쯔이도를 토요또미에게 바쳐 자신의 목숨과 성을 구한 다이묘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게 들려준다. 도예가가 쓴 예술가 소설 ◇ 사실적 묘사, 충실한 고증 ◇ “우리는 대를 이어 옥 같은 도자기를 남긴다. 도자기는 영원하지 않으냐. 그런 우리 삶이 누구보다도 값진 게야.” “용은 가마의 불때기를 보고 만들어낸 상상의 동물이다.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는 가마 속의 도자기를 가리킨단다.” 이 소설의 백미로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빼놓을 수 없다. 몸으로 체득한 사기장만이 할 수 있는 표현들이 적지 않다. 도자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야기 속에 녹아 『신의 그릇』을 읽다보면 누구나 도예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놀라운 것은 한명의 사기장이 썼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방대한 자료 수집과 현장 조사이며 참고문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취재해 2년 동안 이 이야기를 집필한 저자는 유명한 조선사발들이 어디서 구워졌는지를 정확히 밝혀내, 한일 미술사학계의 미스터리를 풀어내고 있다. 소설에서는 다도와 차에 대한 이야기가 밑그림으로 깔려 읽는 재미를 더한다. ◇ 용어문제 ◇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도(井戶)’라는 명칭은 일본인의 성(姓)을 따 붙인 것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만든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기를 희망하며 저자는 이도다완을 ‘황도’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