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당신들은 죽고 말 텐데. 시대의 전환점에 이른‘운명의 4일간’을 그린 대담한 착상의 성장 소설. 대학 수험에 실패하고 예비교 수험을 위해 상경한 수험생 다카시는 2월 26일 밤 호텔 화재에 휩싸이지만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한 중년 남자에게 구조된다. 화재를 피하기 위해 간 곳은 2·26사건이 한창인 전쟁 전의 도쿄. 눈 내리는 도쿄의 한복판, 군화 소리가 울리는 2.26 사건 속으로 시간 여행자 둘이 남몰래 들어온다.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58년 전의 육군대장 가모우 노리유키의 저택. 저택에 숨어든 그날 밤, 가모우 대장이 자결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현대로 돌아가는 데 실패한 다카시는 저택에서 일어난 가모우 대장의 죽음에 수상함을 느끼고 범인을 찾기 시작하는데……. 시대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운명의 4일간’을 무대로 전개하는 대담한 착상의 장편 성장 소설. 제116회 나오키 상 후보작이자 제18회 일본 SF 대상 수상작. 소설의 배경 2·26사건은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대두했던 일본 군부의 영향력이 군사를 막론하고 정계와 제계까지 완벽히 장악하게 하는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무력을 사용해 원로 중신을 살해하면 천황 친정이 실현되고 부패가 수습되리라 믿었던 청년 장교들에 의해 실행된 쿠데타였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군의 정치적 개입이 확대되는 동시에 대규모 군비 예산을 통해 ‘남방 해양’으로의 진출을 허용하게 된다. 이후 일본은 독일에 접근하여 파시즘 진영을 이루면서 이후 1937년 중일 전쟁, 1941년 태평양 전쟁이 이어지고,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맞은 뒤 패망에 이르기까지 자국민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주게 된다.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은 1권 앞부분에 정리되어 있다.) “역사가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 영원한 수수께끼지. 그렇지만 난 이미 결론을 내렸어. 역사가 먼저야.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인간을 등장시키고, 필요 없게 된 인간은 무대에서 내리지. 때문에 개개의 인간이나 사실을 대체하더라도 상관없는 거야. 역사는 스스로 보정하고 대역을 세우면서 사소한 움직임이나 수정 등을 모두 포용할 수 있거든. 그러면서 내내 흘러가는 거지.” (1권 본문 203쪽) 『가모우 저택 사건』의 진짜 주인공은 청년이 아닌‘역사’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정교하게 그리면서, 역사란 무엇이며 역사를 평가하는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고 있다. ─ 세키가와 나쓰오(문학평론가) 소설은 주인공 다카시가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 교과서나 뉴스에서만 보았던 역사적 사건과 시대상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역사관’에 대한 고민과 역사가 어떤 식으로 삶에 관여하고 있는지를 열여덟 살 젊은이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고는 있지만 그 자체로는 설정에 불과하여, SF 소설이라기보다(<에반게리온>과 함께 일본 SF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역사 소설이라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사실 소설의 대부분은 시간 여행보다는 다카시가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직면하면서 무엇을 깨달아 가는지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실로 변한 도쿄, 수수께끼의 죽음’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또 하나의 축은 공간적 배경이 되는 가모우 저택의 주인, 가모우 대장의 죽음이다. 다카시의 도착과 함께 벌어진 의문의 죽음은 2·26사건으로 밀실이 되어 버린 저택 안에서 밀실 살인이라는 형태로 무대에 오른다. 특히나 다카시가 범인을 추론해 내는 2장의 전개는 미스터리로서도 손색없는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과연, 역사 앞에서 인간은 무력한가. 역사학자 E. H. 카가 말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역사와 맞닥뜨리길 거부하며 삶에서 도망치던 다카시는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를 경험하면서 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카시는 역사에 대해 무력감을 느낀다. 아무리 해도 혼자의 힘으로는 역사의 비극을 바로잡을 수 없다. 다카시는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사람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다카시가 깨닫게 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삶에 대한 자세다. 결국 무엇 하나 바뀌지 않는 현대로 귀환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해도 그것만으로 멋진 일이 아닌가. 우리는 ‘역사 청산’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역사의 청산은 역사를 뒤로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로 끌어내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교과서 앞에 앉아 역사를 외울 뿐인 우리 청년들, 특히나 정치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더 이상 역사에 무력한 인간이 아니라 역사의 일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시간 여행자인 내가 저질러 온 모든 일을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악행을, 모든 잘못을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이 될 수 있다. 가짜 신이 아닌, 아주 평범한 인간으로. 역사의 의지 따위는 몰라도 그 흐름에 몸을 맡겨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으로. 하루 앞을 몰라 자신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인간으로. 내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이웃의 어깨를 두드리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인간으로.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는 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용기를 지니고 역사를 헤엄쳐 가는 인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