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머클라비어

야스미나 레자 · 소설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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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어떤 꿈 / 011 일그러진 함머클라비어 / 013 데스마스크 / 023 현재를 초월해 / 028 마르타 / 031 가엾은 크로이체르 / 038 슬픈 언덕 / 041 투덜이 소녀 / 045 존재한다는 것 / 052 뤼세트 모제스 / 057 비이성적인 낙관의 순간들 / 064 유대인들은 성호를 긋지 않는다 / 069 마문 / 073 목걸이 / 078 끔찍한 증식 / 082 지나간 시간 / 084 어떤 공상 / 086 카탈로그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 089 어떤 만남 / 094 눈부신 미소 / 098 한탄스러운 교육 / 100 “지나치게 조바심을 치는 나” / 104 포르트 샹페레의 실존적 의미에 관하여 / 108 뇌의 어두운 반구 / 114 30초간의 침묵 / 118 형제들 / 124 오늘날의 사람들 / 128 외제니 그랑데 / 130 그러겠다고… 말하기 / 132 어느 아침 / 138 당신이 없는 거기에 / 142 스물네 살 / 146 ‘파국’ / 150 메아 셰아림 / 156 내적인 연대 / 158 ‘허공’ 경험 / 162 로제 블랭 / 166 공간과 공간 / 168 선언 / 170 계속해서 네 길을 가… / 174 목록 / 178 귀향 / 182 참을성에 대한 공포 / 186 금지된 것… / 188 옮긴이의 말 / 190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대학살의 신> <아트>의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첫 소설집 국내에서도 큰 호평을 받은 연극 <대학살의 신> <아트>의 작가이자 여덟 권의 소설을 발표한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첫 소설집이다. 이십대 후반에 이미 몰리에르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토니상 등 극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를 받은 저자가 마흔 즈음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이다. 44개의 이야기들은 저마다 다양한 주제와 등장인물들을 갖고 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이고 배우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과 주변의 인물들을 관찰하고 바라보며 일상의 삶 속에 포진된 무상성無常性, 체념의 결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그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인생의 덧없음과 희망에 대해, 잊힌 이들의 슬픔에 대해, 그 모든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절실하고 간곡하게, 때로는 지극히 프랑스적인 유머를 섞어서. 이 작품을 두고 〈가디언〉(알프레드 히클링)은 “극장에 가서 앉아 있기엔 너무 바쁜 이들, 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이들을 위해 레자가 내놓은 소설”이라면서, 이 “아이디어의 파편들을 모아놓은 스케치북이… 장관을 이루는 사소한 낙진들을 형상화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디너파티의 수다처럼 가볍지만 서늘한 아포리즘이 빛나지 않는 단락을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무대 위 촘촘하게 잘 짜진 두 배우의 대사가 여전히 귓가에 울리는 듯한, 책이다. 지극히 프랑스적인 유머와 통찰력으로 삶의 빛나는 순간들을 느리게 이야기하는 44개의 변주곡 야스미나 레자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함머클라비어’를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이 단편집의 서두를 연다. 평소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하던 부녀의 습관대로, 아버지는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데도 딸에게 들려주겠다는 일념 하에 함머클라비어를 연습한다. 임종이 가까운 어느 날, 아버지는 허약해진 몸으로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슬퍼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딸은 웃는다. “함머클라비어는 일그러지고 아버지는 죽어가는데, 내게서는 웃음이 치밀어 오른다. 아버지가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우스워서가 아니라 웃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가 웃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책에서 저자가 시종일관 마음에 두고 있는 주제는 시간이다. 우리는 시간의 강을 붙잡을 수 있는가. 어느 때를 기준으로 사태나 사물의 가치, 언어의 가치를 평가할 것인가. 시간 속에서만 빛나는 가치들이 있지 않은가. 그 시간을 내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가버리게 한 것이 아니었던가? 시간 한가운데서 사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 사뮈엘 베케트를 연상시키는 깊이를 숨긴 단순한 문장들로 저자는 문장 속에서만 음미할 수 있는 삶의 박편들을 천착한다. 지나가는 순간들, 심술궂은 시간들을 바라보고 관찰하면서. 심술궂은 시간,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연대순이나 주제로 분류되지 않고 무심하게 흐트러져 있는 듯이 보이지만, 이 책에 담긴 44개의 짧은 자전적인 일인칭 시점의 이야기들은 시간의 무상성과 절대성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내적 구조를 갖고 있다. 늙고 병든 아버지가 종양으로 죽어가고, 젊고 예뻤던 에이전트 친구가 병상에서 시들어가고, 에이즈 진단을 받은 친구가 끝내 꺾이고, 분홍색 니트를 차려입은 어머니가 빌리에 대로를 혼자 걷다가 쓰러진다. 그 사이 사이에 앞니가 몽땅 빠진 채 천상의 웃음을 짓는 딸아이가 있고, 두 살짜리 아들의 먼 미래를 보는 시선이 있다. “앞니 빠진 내 딸 알타의 미소, 심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보다 더 흉한 미소도 없겠지만, 거기에는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충실한 자기 봉헌, 지극한 기품이 있다. 그 혼란스러운 영광의 불합리한 광채만큼 덧없는 것, 잉여의 것, 아무것도 아닌 것이 있을까. 그런 유익한 심연을 이 세상에 선사하는 이들은 그 나이의 아이들, 개들, 그리고 치장하지 않은 노인들뿐이다”(〈눈부신 미소〉). 시간과 죽음에 대한 반추를 실존적인 관심으로 연결시키면서, 극도의 무거운 순간들조차 유머로 승화시키는 이 작품의 백미는 놀라운 자기 거리의 확보다. 퐁트나유 묘지에 친구 마르타가 묻히는 날 저자는 이렇게 변명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꽃 한 송이 없이 빈손으로 온 걸 용서해. 근데 우리 관계는 현재를 초월하는 거잖아. 천만에. 우리는 현재를 초월해 있는 게 아냐. 네가 작은 꽃다발을 가져왔다면 난 기뻤을 거야.”(〈현재를 초월해〉) 병상의 마르타를 보러간 저자에게 친구는 말한다. “나를 만나러 오면서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젊음이 넘치는 다리를 드러낼 수가 있지? 내 다리 역시 젊음이 넘치던 때가 있었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나라, 그런 게 시간이지. 심술궂은 시간.”(〈마르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죽어야 할 우리의 운명이 있다. 그러나 또한 이 시간은 우리가 살아내야 할, 온 힘을 다해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할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시간을 보는 저자의 관점이다. “나는 과거 어느 날 존재하지 않았고, 미래 어느 날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무관심한 이 두 순간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존재하려 애쓴다. 일정한 방향 없이 계속 존재하는 파동의 형태로.”(〈공간과 공간〉) “나는 시간 앞에 무릎을 꿇을 수가 없다. 그러고 싶지 않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 나는 결국 죽을 것이다. 나는 온힘을 다하고 싶다. 단 한 번뿐일지라도 내 빛이 전장에서 하늘을 갈라놓을 수만 있다면. 나는 더 나아가고 싶다. 나는 더 길을 잃고 싶다.”(〈참을성에 대한 공포〉) 베토벤 함머클라비어의 매혹적인 3악장은 일그러졌지만 우리에게 다음번이란 없음을 잘 알기에 그 순간을 소중히 추억하는 이 소설 《함머클라비어》는, 이 유한한 지상에서의 모든 의미 있는 순간에 대한 전혀 센티멘털하지 않은 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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