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꼭 읽어야 할 책 100권’에 선정
안네 프랑크, 그 못다 한 이야기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그렇게 해보지 못했지만 네게는 모든 일들은 다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해. 네가 내게 큰 의지가 되었으면 좋겠다.”-1942년 6월 12일
『안네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전쟁은 꿈 많은 평범한 소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도 안네의 꿈과 희망만큼은 짓밟지 못했다. 안네에게는 ‘키티’라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13번째 생일날 선물로 받은 일기장 ‘키티’를 벗 삼아 써내려간 일기 속에서 사춘기 소녀의 성장 과정과 호기심, 은신처의 답답한 생활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안네의 일기』는 안네가 은신처로 옮기기 직전인 1942년 6월 12일 부모로부터 받은 일기장에 25개월간의 은신처 생활과 가족 이야기, 자신의 고민거리 등에 대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쓴 것이다.
안네는 은신처인 작은 방에서 매일매일의 주변 일상사를 상세히 기록했다. 그것은 생활의 기록이기도 하고 친구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하는 독백이기도 했다. 작가를 꿈꿨던 감수성 풍부한 한 소녀의 삶의 전부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일기는 1944년 8월 1일로 끝이 난다.
안네는 유대계 독일인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히틀러가 유대인 박해를 시작하자 안네 일가는 암스테르담으로 피신했는데, 네덜란드도 독일에 점령당하자 아버지 오토의 사무실 뒷방에서 가족 및 다른 네 명의 유대인과 함께 숨어 지냈다. 하지만 1944년 8월 4일, 독일 경찰에 의해 여덟 명은 모두 체포된다. 체포된 뒤 가족과 함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었고, 뒤에 언니 마르고트와 함께 끌려간 독일 베르겐 벨젠 수용소에서 발진티푸스로 인해 1945년 3월 초 언니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지게 된다.
일기는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아버지의 손에 들어갔고, 1947년 『Het Achterhuis(은신처)』라는 이름으로 암스테르담의 콘택트사에서 네덜란드어로 출판되었다. 5년 뒤 영어판이 간행되자 세계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반유대주의와 인종 차별, 파시즘과 전쟁을 고발하는 글로써 각국어로 번역되었다.
『안네의 일기』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햇빛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있는 한, 내가 그 햇빛과 하늘을 볼 수 있는 한, 나는 결코 슬퍼질 수가 없어.”
매일매일 긴장감과 불안감 속에 생활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노력한 어느 소녀의 해맑은 영혼이 느껴진다.
안네는 좁은 은신처에서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며 책을 읽고, 소설과 수필뿐만 아니라 동화까지 쓸 정도로 다재다능한 소녀였다. 그리고 자신의 일기 속에 힘들고 비참한 생활에 대한 느낌과 기쁜 일, 슬픈 일, 소녀로서 느끼는 첫사랑에 대한 소중한 감정까지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하늘은 짙푸르고, 감미로운 바람은 불고······. 나는 강한 욕구를 느껴······.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1943년 2월 23일
안네가 마지막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간직했던 꿈과 희망은 아직까지도 인류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