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현대 자본주의 도시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철학,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도시의 정신분석 사회가 변화하면서 도시에 어떤 건물들이 생겨났을까? 도시와 시설, 건축의 모습은 신경증, 정신병 같은 정신 병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이 책은 프랑스 현대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낸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의 후속작으로, 라캉, 들뢰즈, 바디우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 도시를 진단하고 과잉에 시달리는 자본주의사회의 대안을 모색한다는 대담한 기획을 총 3권으로 집대성한 시리즈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파리8대학 생드니 철학과에서 알랭 바디우의 지도하에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DPLG) 자격을 취득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지은이 장용순 교수(홍익대 건축학부)는 이 책에서 라캉, 들뢰즈, 바디우, 바타유, 푸코, 칸트, 괴델, 맑스, 지젝 같은 철학자들을 가로지르며 도시와 정신분석을 연결 짓는다. 마치 철학, 수학, 과학, 공학을 하나의 선상에서 연구하던 고대 그리스나 근대 서구의 철학자들과도 같이 지은이는 이 책에서 철학과 도시를 접목한 체계적이고 날카로운 사유를 펼친다. 도식을 통해 라캉, 들뢰즈, 바디우를 비롯한 주요 철학자들의 사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영화나 회화, 애니메이션 등의 사례와 각양각색의 특징적인 도시 사진, 건축물과 설계도 이미지를 곁들여 흥미를 돋우는 이 책은 현대 건축, 도시와 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거시적인 눈으로 사회를 살피고 정신 병리 현상, 도시 현상, 경제 현상을 헤아려볼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문명의 탄생, 자연의 저항 “무한을 유한 안에 담으려는 것에서 인간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무한한 자연의 흐름으로부터 유한한 문명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최초의 도시는 물의 흐름이 있는 해안가나 강가에서 형성되었다. 자연에너지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문명이 생겨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이집트의 나일강은 비옥한 삼각주의 땅에 물을 공급해주었다. 이렇게 무규정적 흐름을 통제하고 이용하면서 도시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서 로마에서는 도로를 내고 수도교를 만들어 상수도를 보급하였고, 중국에서는 운하를 파고 성벽을 쌓았다. 인간은 자연의 힘을 채집하여 기계를 사용하기도 했다. 수력을 이용해 물레방아를 돌렸고, 풍력을 이용해 풍차를 돌렸다. 하지만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인간의 무분별한 팽창은 오늘날 자연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가뭄, 산불 같은 자연재해와 팬데믹이 자연의 응답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간은 지구라는 신체에 홈을 파고, 상처를 만드는 병적 존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사회와 도시가 직면한 이러한 과잉생산과 과잉 축적의 위기를 정신분석과 철학의 관점에서 살피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즉 인류가 오늘날까지 문명을 만들면서 행한 자연과 무의식에 대한 무분별한 정복이 팬데믹, 기후변화, 경제공황 같은 여러 가지 증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보고, 이 총체적 위기의 상황에서 도시, 사회, 경제, 철학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찰을 시도하는 것이다. 근대의 신경증적 시설, 현대의 정신병적 시설 “모든 것이 쇼핑이 된다.”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 학교, 공장, 감옥은 대표적인 근대의 시설이다. 이러한 근대의 시설은 무한한 세계를 유한 안에 재현하고, 시공간을 분절하고, 규율을 만드는 통제 시설이며, 정신 병리의 관점에서 보면 강박증과 히스테리의 성격을 갖는 신경증적 시설이다. 그러면 현대의 시설은 어떨까? 현대에 우리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은행에서 업무를 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하고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 너무나 익숙한 현대 도시인의 삶의 방식이다. 편의점, 지하철역, 은행, 패스트푸드점, 쇼핑몰, 터미널, 공항은 모두 매우 실용적이지만 특별히 기억되지도 않고 고유한 정체성도 없는 장소다. 즉 ‘장소’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비장소non-place다. 비장소의 대표적인 예인 쇼핑 공간은 정크푸드를 소비하는 것처럼 손쉽게 소비되고 의미 없이 잊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정크 스페이스junkspace’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빙워크와 에스컬레이터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정크 스페이스의 핵심은 바로 연속성이다. 그런데 오늘날 주변을 관찰해보면 공연장도, 학교도, 관공서도 심지어 교회까지 모두 쇼핑몰처럼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대의 현상에 대해 네덜란드의 건축가 렘 콜하스는 “모든 것이 쇼핑이 된다”고 평한다. 쇼핑 공간은 언제나 새롭게 물건들이 교체되고, 어딘가에서 봤던 것처럼 점점 정체성이 사라진다. 도시 전체가 비장소나 정크 스페이스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무한히 확장되는 격자 도로망, 서로 얽혀 있는 고속도로와 고가도로, 공항, 호텔, 쇼핑몰, 주차장을 특징으로 하는 로스앤젤레스나 애틀랜타를 비장소의 예로 들고 있다. 이렇게 무한한 세계를 무한 속에 배열하고, 시공간과 흐름을 연결하는 과도한 흐름 속에서 현대 도시는 정신병의 성격을 갖는다. 자본주의를 가속화하는 시설들에 둘러싸여 현대인들은 지나친 잉여 향유의 흐름 안에서 우울증과 소진 증후군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점은 어디인가? 과연 자본주의 다음의 사회는 어떤 체계일까? 이 책은 라캉, 들뢰즈, 바디우의 철학을 통해 흐름과 통제 사이, 혼돈과 질서 사이, 실재와 상징계 사이 어딘가에 있는 유연한 질서를 새로운 사회의 대안으로서 찾아내려 한다. 과잉 도시, 환상 도시, 사건 도시 이 책은 “어떻게 무한한 혼돈(chaos)으로부터 유한한 질서(cosmos)가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질서가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니고, 혼돈이 질서보다 더 근본적인 상태라는 생각은 19세기 말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다. 니체는 진리가 관점에 따라서 달라지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맑스는 사회질서가 경제적 하부구조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식이 무의식의 일부분임을 밝혀냈다. 라캉은 무한한 에너지와 혼돈의 상태에 ‘실재’라는 이름을 붙였다. 들뢰즈는 동일성에 앞서는 차이와 잠재성에 대해 평생 탐구했다. 이런 사유들은 영원불변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개념, 진리, 의식이 사실은 혼돈을 억압해서 일시적으로 고정시킨 것이라는 견해를 공유한다. 즉 혼돈이 가지는 무규정적인 흐름을 한시적으로 고착화한 것이 정신, 도시, 사회, 문명이라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구성된다. 1권 ‘과잉 도시’는 무한과 유한, 흐름과 물질대사를 다루며, 정신, 사회, 도시를 작동하게 하는 공통적인 요소로 흐름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무한의 흐름이 어떻게 절단되어 유한의 체계 안에 담겼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도시와 사회가 발생했는지를 세계사와 정신분석을 연결 지어 알아본다. 2권 ‘환상 도시’는 정신, 사회, 도시에 작용하는 환상에 대해 논한다. 이 환상은 이야기, 신화, 종교, 이데올로기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자본주의의 화폐, 가치, 물신 모두 환상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책은 환상이 우리를 어떤 식으로 지배하는지 살피고 그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모색한다. 3권 ‘사건 도시’는 혼돈과 실재를 다룬다. 인간은 무한의 흐름을 유한의 체계 안에 포착하려 하지만 모든 것을 포착할 수는 없다. 포착되지 않은 혼돈의 에너지, 즉 바디우가 말하는 ‘사건’이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과잉 축적의 현대사회와 도시에서도 무한의 실재가 도래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인간 다음의 도시, 생명체로서의 도시 1960년대부터 유행한 사이버펑크는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