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스러운 정령들이 인간계를 떠돌고 있다!”
픽셀로 이루어진 4컷 만화에 담은 22세기 유머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인생의 요정.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인생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쓰레기만 버려달라는 인간의 말에 인간을 분리수거하고, 방 안에 누워 인간의 과자를 빼앗아 먹으며 잔소리만 해대는 것이 그의 일과. 인간의 평균 80년짜리 인생이 어떻게 순조롭게 망해가는지 지켜보면서, 때로는 채찍질을 하고 때로는 채찍질을 당하며 있으나 마나 한 삶의 지혜를 전한다.
픽셀 스타일의 작화와 빈티지한 채색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가 OOO이 선보이는 옴니버스 요정 만화 모음집. 독립출판되었던 〈인생의 요정〉을 시작으로, 어둠의 요정, 날씨의 요정, 낚시의 요정, 요리의 요정, 춤의 요정, 업무의 요정 등 미공개 요정 만화 시리즈와 요정 세계관의 스핀오프 격인 두 편의 컬러 만화 〈멘트 빠칭코〉〈지구 멸망의 날〉을 담았다.
요정을 만나고 싶으세요?
이런 요정이라도?
‘인간? 줘도 안 가져요’ 본래 청소의 요정이었으나 변소 청소를 소홀히 해 평균 수명 80년의 예측 불가능한 인생(人生)을 떠맡게 된 인생의 요정. 바닥에 드러누워 발버둥을 쳐보지만, 이내 그것도 피할 수 없는 요정의 숙명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무언가 대단한 축복이라도 내려주지 않을까 기대해보지만 그들이 제안하는 인생 TIP이란 하잘것없으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요정이라고 말하면 서운하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라 반박하기 어렵다. 물론 요정들은 모든 생명체의 평화를 수호한다. 다만 지은 죄가 많은 인간에게 조금 가혹할 뿐. 오늘도 요정들은 누워서 리모컨이나 돌리는 신을 대신하여, 어쩌다 보니 손 안에 굴러떨어진 영장류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며 한발 앞선 22세기 유머를 선보인다.
자기계발서 《인생 TIP》의 저자인 인생의 요정에 이어서, 인생요정과 함께 다니며 머무는 자리를 어둡게 만들어버리는 어둠의 요정,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들을 갱생시키기로 마음먹은 요리의 요정, 인간이야 알 바 아니고 구름나라 주민들 걱정으로 고군분투하는 날씨의 요정, 취미로 물고기들을 괴롭히는 인간들을 심판하러 내려온 낚시의 요정, 인간들의 오랜 웬수…가 아니라 친구인 업무의 요정 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구성으로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에 은근하게 묻어 있는 서로의 흔적을 찾아가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더하여 특별히 수록된 두 편의 컬러 만화에서는 한탕주의에 빠져 빠칭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궁극의 칭찬 멘트를 탐하는 인간들의 집착과(<멘트 빠칭코>) 환경오염으로 멸망의 길에 빠르게 접어들고 있는 지구를 놓고 각 분야의 달인들이 모여 벌어지는 헛소리의 장(<지구 멸망의 날>)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언젠가 망하더라도… 요정님이 함께하사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OOO(정세원)의 수상하고 엉뚱한 요정 만화 모음집
《인생의 요정》에서는 OOO 작가의 지난 작품들에서 잠깐씩 모습을 비추며 독자들을 감질나게 했던 요정 만화들을 드디어 한 권에 모았다.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세계관을 촘촘하게 다듬었고 이번 단행본에서 처음 선보이는 중단편 만화들을 대폭 추가하여 7편의 흑백 만화와 2편의 컬러 만화로 구성된 요정 만화 콜렉션을 완성했다. 숨겨지지 않는 인간 혐오에 시도 때도 없이 행패를 부리는 요정들이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감화되어 요정의 편에 서서 함께 인간에게 돌을 던지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단행본을 위해 저자가 직접 새로 그린 표지 그림은 신생아의 발찌를 차고 노인의 지팡이를 든 인생의 요정이 휘황찬란한 요술을 부리는 한편, 아래에는 타오르는 불구덩이 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쿨쿨 잠들어 있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네 인간 세상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더하여 책 속에는 요정 만화를 기다려온 독자들을 위해 요정을 소환해도 그저 지켜보기만 하므로 공격력은 미지수이지만 방어력이 만렙, 귀여움 지수 역시 만점인 인생의 요정 카드가 수록되어 있다. (《인생의 요정》을 획득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기에 희귀도는 별 하나로 낮은 편이다.) 수호천사는 못 되더라도 언제나 당신 곁에 맑은 눈의 요정들이 함께 있음을 기억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