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_ 어느 날은 당신의 이름을 그리워하다가
나를 그리워하다가
수국거리는
당신이 폭우처럼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뜨거웠던 것들
물끄러미
당신을 닮은 침엽수림
무렵에 대하여
당신의 새벽
대섬에서, 너무 늦지 않게
향유고래의 등지느러미
당신에게 오면
당신을 오르며
돌담을 돌아 나오며,
당신, 여전한가요
블랙홀, 당신
절체절명
당신의 오름
그렇게 밤새
당신이 오기 전까진
당신의 골목에서
이 별에서 금방 사라질 것들
제2부_이제, 저 멀리 우리가 있는 것처럼
그믐의 계절
당신을 지나 오다
저, 고요
당신의 밤새
쓰다만, 나의 문장
당신, 붉은 바람으로 지다
그래도 내내 눈부신 오늘이었다
곶자왈
한꺼번에 몰려오는 이름들,
나의 저녁마다 파도가 쳐요
당신을 꼬박 기다렸다
이제, 저 멀리 우리가 있는 것처럼
도두항에서, 당신을
당신의 이름이었던,
이어도
그리고 마침내
하얀 사슴 白鹿
당신의 저녁
또는 하루
제3부_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중산간 어디쯤에 있었지
우리는 섬이 되었지
독백이라고 읽는 당신
검은 오름
절벽을 맞이하는 당신에게
왈칵, 당신
당신이 범람하였다
낡고 오래된 지문
검은 숲속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중산간 어디쯤에 있었지
제 홀로 서 있습니다
녹슨 당신이 그렁거리는
붉은꽃, 당신
당신의 이름은 여전히
너라는 이유
지워지는 이름들
검은 벌판에서
들썩거리는
그저, 간절히 그리워만 하기로
외로운 방
당신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