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한 시대를 넘을 정치 비평의 품격
1, 우리가 묻고 싶었던 것, 그리고 유시민의 답
윤석열은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임기를 마치게 해도 대한민국 괜찮을까?
“시민들은 서로 묻는다. 집권당이 역사적인 총선 참패를 당했는데도 대통령은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한다. 윤석열은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임기를 마치게 해도 대한민국 괜찮을까? 그 질문에 대답해 보려고 책을 썼다.”
우리는 사안이 혼탁할 때마다 유시민의 등판을 기다린다. 판단의 정보를 주되 등 떠밀지 않고, 공격을 피하려 모호하게 사안을 흐리지 않으며, 멋있는 척 균형을 잡으려다 이용당하지 않고, 불편해도 이해해야 할 것과 두려워도 싸워야 할 것을 분별해낸다.
현상 너머의 콘텍스트를 깊고 넓게 조망해, 지금 여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본질인지, 흐름을 바꿀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그의 논평은 뻔하거나 무의미하지 않고 각인된다. 이 책은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묻고 싶은 질문에 그만의 방식으로 명료하게 답하는 유시민다운 흔적이다.
2. 본질을 드러내는 분석과 전망
지난 2년의 시간이 일깨운 것
“사마천의 심정에 공감한다. 하늘의 도 따위는 없다. 천벌 같은 것도 없다. 하지만 무력이 권력의 향배를 결정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 바다가 배를 엎어버리듯 민심이 권력을 뒤엎는 세상이다. 도는 하늘에 있지 않다. 사람의 마음에, 사람의 관계에, 사람의 본성에 있다. 윤석열의 권력은 국민이 주었다. 그 권력을 국민이 다시 빼앗을 수 있다.”
“언론 전체가 보수정당과 대자본과 기득권 집단 쪽에 가담해 모든 저널리즘 규범을 파괴한 상황에서… 「한겨레」를 비롯한 ‘기자들의 언론’은 스스로 균형을 잡는 데 치중한다. 편향되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세상의 균형을 이루는 일에 힘쓰지 않는다. … 민주당의 총선 압승에 기여한 것은 … ‘새로운 저널리즘’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아는 저널리즘 규범의 일부를 무시했다. 편향되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세상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싸웠다. 대중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뉴스를 만들었다. 대중은 그들이 만든 뉴스의 가치를 승인했다. 그래서 새로운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이 하나는 있다. 조국과 윤석열의 운명이 완전하게 엇갈린다는 것이다. 둘의 싸움을 둘 모두 명예롭게 끝낼 방법은 없다. 윤석열에게 조국은 이재명과 다른 존재다. 윤석열의 시선으로 보면 이재명은 ‘아직 죽이지 못한 자’다. 싸움을 멈추고 공존을 시도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조국은 ‘이미 죽였던 자’다. ‘이미 죽였던 자’와는 공존할 수 없다. 조국도 마찬가지다. ‘다시 살아난 자’는 자신을 죽였던 자를 죽여야 살아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의 가장 위험한 적은 이재명이 아니라 조국이다.”
이 책은 우리가 겪어낸 지난 2년을 정리하고 다시 해체해 냉철하게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며 개인과 사회가 겪어야 했던 변화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윤 정권탄생과 총선결과, 여론조사데이터 분석부터 정치인, 정당, 언론, 권력기관 등 서로 다른 정치지형들이 무엇을 추구하며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 목적을 이루고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시대의 큰 흐름에서 읽어낼 수 있도록 탄탄한 역사적 인문학적 배경을 통해 설명한다.
특권세력들의 강고한 카르텔, 그들과 한몸인 언론,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로 얽힌 모호하게 가려진 우리 사회의 본질을 명료하게 드러내면서도 그들에 맞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희망의 불씨는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퍼져나가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보여준다. 지난 2년의 현상이 우리의 관념이나 행동양식과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우리가 느끼고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그 일깨움이 어떤 힘으로 작용해 윤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할지 날카롭게 분석해낸다.
3. 이재명, 조국, 그리고 시대 정신
“나는 이재명이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 욕망을 빼고는 이재명의 삶을 설명하기 어렵다. 권력의 정점에 서는 것 자체가 그의 목표는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대중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것이 목표다. 이재명은 그렇게 할 때 자긍심과 만족감을 느낀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에 그랬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같을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원한을 품지 않는다. 과거의 가해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이재명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 대통령의 권력으로 저지른 악행은 개인적 복수의 대상이 아니다. 공적 응징의 대상이다. 이재명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에 정치인 김대중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을 제시했다. 그것보다 높고 귀한 가치를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최고 목표를 ‘고루 잘 사는 사회’, ‘수준 높은 민주주의’, ‘평화로운 한반도’로 설정했다. 그것이 그가 찾은 시대정신이었다.… 국민의정부·참여정부·문재인정부는 모두 그런 시대정신을 추구했지만 이명박과 박근혜는 외면했고 윤석열은 짓밟았다. … 이러한 시대정신은 김대중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것이며 같은 시대를 사는 모두의 것이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감으로써 한국 정치를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는 적대적 대결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 노무현의 죽음이 만든 에너지는 박근혜를 탄핵하고 이명박을 구속한 뒤에도 소멸하지 않았다. 박근혜 지지자의 가슴에는 복수심을 안겼고 진보진영에는 검찰개혁 과제를 주었다. 조국사태,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과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까지, 모든 사건이 그 연장선에서 일어났다.”
이 책은 시대정신과 민주당의 소명, 이재명의 지향, 조국의 목표, 그리고 그들을 만들고 이끄는 당원과 민심의 향배 등을 면밀하게 통찰해 우리 시대가 정면으로 마주해 풀어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우리 사회를 적대적 대결의 소용돌이로 몰아간 시작은 어디였는지, 그 연장선에 있는 윤 정권의 제어와 응징의 현재를 넘어 미래의 다음 버전이 같은 적대적 소용돌이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떤 아젠다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그럴 때 윤 정권이 끝나면 무엇이 오고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는지, 그것이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한다.
4. 무도한 시대를 넘을 정치 비평의 품격
“민주주의는 ‘극단적 이념’도 배척하지 않는다. 극단적 이념을 왜 극단적이라고 하는가? 극소수만 이해하고 찬성하니까 극단적이라고 한다. 그런 이념은 사회를 위협하지 않는다. 반드시 틀린 것도 아니다. 다수의 이해와 지지를 얻으면 사회의 통념이 된다. 노예해방, 인민주권, 페미니즘도 처음에는 극소수만 옳다고 여긴 ‘극단적 이념’이었다. 민주주의가 배격하는 것은 극단적 이념이 아니라 다른 이념을 폭력으로 공격하고 말살하려는 독선과 불관용이다. 다수파든 소수파든 상관없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이념을 폭력으로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완벽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움츠리지는 않는다. 불완전한 모습으로,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면서, 때로 길을 잃고 방황하면서, 자연이 준 본성에 따라 사회적 미덕과 선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사람들과 손잡고,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내일의 세상을 오늘보다 무엇 하나라도 낫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태려 한다. 윤석열을 보면서 마음에 새긴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관용이 악의 지배를 연장한다는 것을. 부족한 그대로, 서로 다른 그대로 친구가 되어 불완전한 벗을 관대하게 대하면서 나아가야 악을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