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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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_ 문을 열고 나갈 것인가, 다시 갇힐 것인가 한 히키코모리가 있다. 그는 물려받은 유산과 게임 머니로 생계를 유지한다. 9년째 바깥세상과 고립된 삶을 살고 있지만 아무런 위화감도 불만도 느끼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방이 세상의 전부인 그에겐 비교와 부러움의 대상도 없다. 이 평온한 일상에 어느 날 변화가 찾아온다. 문 밖으로 나가려 해도 계속해서 같은 방이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수백 번 문을 여닫아도 그는 이 닫힌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순전히 자신의 ‘선택’에 의해 고립되었던 공간이 이제는 ‘강요’가 된 것. 그는 패닉 상태에 빠지지만, 이내 이 생활에 적응한다. 한정된 공간과 물질 속에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유희를 알아가고,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건강하고 금욕적인 인간을 거울을 통해 발견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또 한 번의 혼란이 닥친다.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 열린 것. 당혹감에 빠진 그는 고민한다. 저 문을 열고 나갈 것인가, 다시 스스로 갇힐 것인가. 다른 시각, 다른 공포, 틀을 깨는 반전의 연속! 선택과 갈등이 무차별적으로 교차하는 끝없는 딜레마 이 책에 수록된 상당수의 작품 속 주인공이 인트로의 남자처럼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가령 암에 걸린 『역행』의 주인공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자신의 복제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도플갱어』 속 주인공은 자신과 같지만 자신이라 할 수 없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죽이지도 내버려두지도 못하는 난공불락의 상황 앞에서 갈등한다. 기본적으로 판타지를 바탕으로 그려졌지만 이 모든 판타지는 우리 현실의 부조리를 관통하고 있어 독자의 빠른 감정이입과 몰입을 부른다. 이에 더해 단 한 페이지도 식상한 전개와 진부한 설정을 허락하지 않는 작가의 치밀한 스토리가 독자의 마음을 쉴 새 없이 쥐락펴락한다. 빤한 복선과 틀을 벗어던진 반전 요소 또한 이 작품의 재미를 높이는 감초 역할을 한다. 삶의 모든 금기를 쪼갠 15개의 조각 열어보고 곱씹을수록 공포의 진수가 드러난다! 작가는 『금요일』이 “공포보다 블랙코미디에 가까우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과 이것이 불러오는 연민, 즉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만화”라고 책의 서문에 밝히고 있다. 『금요일』에 수록된 15개의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금기시되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응축된 세계다. 그리고 이 각기 다른 색깔의 세계들은 매회 새로운 목소리로 독자에게 낯설거나 불편한 질문과 메시지를 던진다. 타임머신이 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다시 말해 과거로 돌아가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구축할 수 있는가(「역행」), 인류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알파」), 행복이란 결핍의 부재인가, 그렇다면 완벽한 충족의 도착지는 어디인가(「퍼펙트 월드」), 현대사회가 가장에게 강요하는 책임의 무게는 과연 정상적인가(「지아비」), 사회 기득권층의 욕망과 힘없는 개인의 욕망은 어떻게 충돌하고 작용하는가(「박싱」), 선행은 오로지 온전한 이타심에서 발현되는가(「카르마」), 범상한 인간이 명성과 자존감을 취득하고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슈퍼 히어로」)……. 옴니버스 구성의 스릴러 만화 『금요일』은 어찌 보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미디어 문화가 횡행하는 요즘 시대에 역행하는 작품이다. 등골이 오싹한 귀신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범의 잔혹한 살인 행각이 실감나게 그려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배진수 작가만이 시도할 수 있는 독특한 발상과 시각, 낯선 연출로 이 작품은 네티즌 사이에서 꾸준한 호응을 얻으며 네이버 인기 웹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품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그가 연출한 기괴한 무대가 말초적이고 찰나적인 충격 요법에서 벗어나, 현실 사회의 어두운 밑바닥과 인간 본성의 심연에 뿌리 깊이 내재된 불안을 건드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중문화의 룰을 깬 문제작의 출현 “전문 도박꾼, 타짜들이 하는 말이 있지. 정교하게 설계된 사기 도박판에서 가장 무서운 불청객은 도박의 베테랑도, 똑똑한 사람도, 의심 많은 사람도 아닌 아무 생각 없는 초보자라고. 룰을 파괴하는 자라고!” 수록된 단편 중 「퍼펙트 월드」에 실린 이 내레이션은 그의 작품 세계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만화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살아온 작가가 처음 그려낸 『금요일』은 ‘공포 만화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룰을 철저히 파괴하고 새로운 언어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불편하고 진한 공포감을 자아내는 『금요일』은, 어떤 의미에서 대중문화의 지루한 룰을 깬 문제작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