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말년, 그의 첫 장편만화는 서유기!
만화가 이말년은 2009년 데뷔작『이말년 씨리즈』로 웹툰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한국 만화계의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고우영 키드’라 불릴 정도로 감각적인 흑백만화를 주로 선보이며 독자들의 우레와 같은 공감을 끌어낸 이말년의 작품들은 대체로 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게 특징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삼국지 제갈공명전」이나 「풍운아 미노타우르스」 같은 중편들에서 이말년은 ‘긴 호흡’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때 이말년이 『삼국지』를 만화로 그려낸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첫 장편의 원전은 바로 『서유기』가 되었다.
『이말년 서유기』는 그간 만화가 이말년이 보여준 ‘병맛(부조리) 코드’는 유지하면서, 원전의 스토리 줄기는 그대로 유지하는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다. ‘원작을 알아도 스포일러할 수 없다’는 독자의 촌평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함과 기발함이 특징인, 새로운 감각의 서유기 만화인 셈이다. 이런 기분은 일본 만화계의 거장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서유요원전』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듯하다.
● 알고 보면 서유기 원작에 충실한 만화?
평소 거침없는 언행과 발랄한 작풍으로 독자들에게 ‘병맛’ 만화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이말년이지만, 본작 『이말년 서유기』는 놀랍도록 원전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토리의 바탕은 원전의 내용이나 설정에 충실하되, 그림의 묘사나 연출에 현 시대의 서브컬처에서 기인한 클리셰를 충분히 활용해 독자들에게 위화감 없이 『서유기』를 전해준다. 그럼에도 원전에 매우 충실하다는 점은 그간 단편 만화가로만 인식되어오던 만화가 이말년을 다시 보게 만드는데, 어쩌면 『이말년 서유기』는 故 고우영 화백의 ‘해학’과 ‘해석력’을 전해 받은 시대 만화의 새로운 표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말년 서유기』 단행본에는 연재분에 수록되지 않은 주요 인물 소개 페이지가 들어가 있다. 원전의 내용과 비교해 이말년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 진지하지만, 익살스런 이말년은 건재하다!
원전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첫 장편만화라는 점에서 이말년의 접근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매우 진지하지만, ‘이말년 표 익살’은 작품 여기저기에 잘 녹아들어 있다. 각 화의 결말이 ‘와장창’으로 끝나는 기승전와장창은 여전하며, 등장하는 모든 자영업자들의 상호는 ‘외길’이다. 아울러 전작들에서 그가 즐겨 쓰던 효과음인 ‘끼에에’ ‘발발발발’ 등이 『이말년 서유기』에도 여지없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