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가 선사하는 유년의 짜릿한 전율
최근 그림책에서 무서운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면 ‘무섭지만 보고 싶다’ ‘무서웠던 이야기는 어른이 된 지금도 기억난다’라며 무서운 이야기에 매혹되고 흥분했던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런 흥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옛이야기와 같은 기본적인 형태는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새로운 작품으로 현대의 아이들에게 본격적인 무서운 이야기를 선사할 수는 없을까요. ‘무서운 그림책’ 시리즈는 어릴 때부터 책의 세계에서 공포, 괴기, 부조리와 같은 다채로운 으스스한 감정, 불가사의한 체험을 겪어두는 것은 성장한 뒤 인생을 분명 풍요롭게 하리라는 믿음에 ‘아이들에게 보다 무서운 이야기를 선사하자!’라는 모토로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집필진으로 참여한 분들은 일본을 대표하는 괴담 문학과 환상 문학의 전문가들입니다. 각각의 작가와 화가들이 이 기획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여 집결하였습니다.
정제된 문장을 실력파 화가에 의해 비주얼로 표현되어 지금까지 없었던 아름답고 깊이 있는 무서운 그림책이 탄생하였습니다.
이제 동심으로 돌아가, 어릴 적 밤잠을 못 이루며 두근거리고 떨렸던 그 무서운 이야기를 추억하며 ‘무서운 그림책’의 세계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작심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쓰히코, 온다 리쿠……
일본 최고의 작가들이 펼치는 진짜 무서운 이야기!
2011년 괴담 전문지 편집장이자 일본 괴담환상문학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히가시 마사오의 기획으로 ‘무서운 그림책’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은 그야말로 일본을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A급 작가들.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 요괴 소설의 일인자 교고쿠 나쓰히코, 노스탤지어의 마술사 온다 리쿠 등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무서운 그림책’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그림책 업계에서 터부시되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1기 출간작 5종이 총13만 부가 판매되며 재판만 찍으면 다행이라는 그림책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판매를 기록하였다.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나 신기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그림책 구매자인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어둡고 무섭고 부조리한 이야기를 경원해왔다. 24시간 영업하는 가게가 늘며 한밤에도 동네가 밝아졌고, 어둠과 외경을 느끼는 풍경이 그렇지 않아도 줄어드는 현재. 아이들로부터 이런 식으로 ‘공포’를 뺏어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런 문제의식으로부터 ‘무서운 그림책’ 시리즈는 탄생하였다. ‘무서운 그림책’ 시리즈 기획 감수자인 히가시 마사오는 “어린 시절부터 무서운 이야기로부터 공포를 체함하며 상상 외의 사태에 직면하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마음과 상상력을 키우고 싶다”며 기획의 변을 밝혔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쁜 책.
그런 책은 갖고 싶지 않다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필요하게 됩니다, 반드시…….
이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본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책장을 넘기려들지 않을까. 일단 ‘나쁜 책’이라는 제목 자체가 그림책으로서는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타이틀이다. 그리고 세피아 톤으로 그려진 표지는 어딘가 모르게 오래된 사진과 같은 느낌을 던지며 뭐라 형용하기 힘든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거기에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저자의 이름.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 호기심과 음산함을 동시에 자극하는 표지에 자기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면 정체불명의 화자가 인사를 건네며 책이 시작된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나쁜 책입니다.” 그리고 책 속 화자는 다음과 같이 예언한다. “당신은 지금 나쁜 짓이 쓰여 있는 책 따위, 갖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 언젠가 당신은 절 원하게 됩니다. 저와 친해지고 싶어집니다.”
그렇다. 이 그림책은 ‘나쁜 책’이 전하는 ‘악惡’에 관한 이야기이며 우리 내면의 ‘악’과 정면으로 응시하는 책이다. 미야베 미유키 본인도 “지금껏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테마를 써”왔고 이 그림책 또한 “현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를 쓸 때와 똑같이 ‘악은 당신의 내부에서 온다’라는 테마”를 썼다고 밝히고 있다.
《나쁜 책》은 어쩌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가장 적나라한 진면목일지도 모른다. 아이들 앞에서 거추장스러운 가면을 벗고 자신의 진정한 민낯을 드러낸.
“《나쁜 책》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가장 정직한 나 자신이 나왔겠죠. 비뚤어진 저라는 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