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계의 빅뱅 댄 브라운의 최초 정치 스릴러
댄 브라운 최초의 정치 스릴러인 《디셉션 포인트》는 2001년작으로, 한때 평범한 영어 교사였던 댄 브라운이 소설계의 빅뱅으로 자리잡기 전, 그의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댄 브라운의 가장 큰 장점인 해박한 지식과 치밀한 구성,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유감없이 드러나 있는 이 작품은 대선을 앞둔 워싱턴 정계와 미국우주항공국 NASA, 미국정보국 NRO와의 이해관계를 촘촘하게 그려내며,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애국심에 조종당하는 권력과 그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과학,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 속에 호도되는 진실은 ‘우리가 아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에 대한 씁쓸한 여운마저 남긴다.
이 작품은 작은 탑을 쌓아 가듯 작은 의혹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다가 메가플럼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는 고야 호의 갑판 위에서 모든 의혹들을 밝히며 충격을 선사한다.
극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인공 탄환, 사람 혈관에까지 투입 가능한 초소형 로봇, 시속 2400킬로미터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비롯하여 각종 무기의 모양새와 쓰임새를 다루는 부분이나 우주와 해양에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댄 브라운의 장기인 해박한 지식이 십분 발휘되면서 극의 긴장감과 사실감을 더한다.
그 외에도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미국 국가정찰국(NRO)과 나사(NASA)의 내부 사정과 생리를 생생하게 묘사해 낸 장면들은 댄 브라운이 왜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증명해 낸다.
어긋난 애국심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과학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충격적 음모
이 책은 죄도 없이 북극 빙하에서 살해당하는 지질학자의 최후로 시작된다. 전후관계 없이 무조건적으로 벌어지는 살인에 독자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작가는 대선 준비가 한창인 워싱턴 정계로 장소를 옮겨 NASA, NRO, 백악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팽팽한 줄다리기와 대권에 도전하는 상원의원의 개인적 면모, 권력에 대한 야욕을 소개한다.
세지윅 섹스턴 상원의원은 잇따른 NASA의 프로젝트 실패 소식에 착안, 수천억 달러의 세금을 낭비하는 NASA를 지원하는 대신, 이 나라의 교육과 복지에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35년간 별다를 성과를 내지 못한 NASA와 줄어드는 복지정책에 지친 국민들은 섹스턴 상원의원의 공약에 열광하고, 우주에 지구의 미래가 있다고 믿으며 끝없이 NASA를 감싸고 도는 잭 허니 정부의 지지율은 역대 최하로 떨어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전이 있었으니, 대선을 2주 앞둔 시점에서 NASA에 의해 북극 밀른 빙붕에 300년 동안이나 묻혀 있던 우주 암석이 발견됨과 동시에, 여기에서 우주 생명체의 증거인 화석이 발견된다. 전 세계인이 열광한 이 발견으로 백악관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로 치솟고, 섹스턴 의원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다.
한편,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우며 백악관 정보 담당 연락관으로 일하는 섹스턴 의원의 외동딸 레이첼은 NASA의 세기적인 발견을 백악관 내부 직원들에게 설명하라는 대통령의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민간인으로 구성된 4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운석의 진위 여부를 검토하던 레이첼은 데이터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대통령에게 이를 알리려 하다가 정체 모를 대상에게 살해당할 뻔한다. 대통령이 불러들인 민간인 과학자 4명 중 2명은 이미 제거된 상황.
인적마저 드문 북극 빙붕 위에서 레이첼과 해양학자 톨랜드, 천체물리학자 코키는 기지를 발휘해 특수부대원들에게서 탈출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계속되는 살해위협이다.
NASA, NRO, 상원의원, 백악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미로처럼 얽혀 있는 가운데, 희대의 과학적 발견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반전과 스릴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거대한 음모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살인을 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레이첼과 톨랜드는 과연 살아남아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