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 황정은 「웃는 남자」 잡음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어떤 가능성의 신호, 어떤 변화의 신호를 읽다! 수상작 황정은 「웃는 남자」 후보작 김 숨 「 이혼」 김언수 「존엄의 탄생」 윤고은 「평범해진 처제」 윤성희 「여름방학」 이기호 「최미진은 어디로」 편혜영 「개의 밤」 황정은은 여전히 아프고 절망적이고 눈부시다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황정은 『웃는 남자』 수상작품집 출간 “한국문학의 새로운 서사적 가능성을 도입한 역작”이라는 심사위원단의 격찬을 받은 황정은의 『웃는 남자』를 표제작으로 한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한국문학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김유정문학상은, 지난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별하여 시상해온, 현재 한국문학의 의미 있는 흐름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어왔다. 젊은 평론가들의 예심을 통해 스물한 편의 중·단편소설들이 본심에 올랐고 소설가 오정희, 전상국과 문학평론가 김동식 세 명의 본심 심사위원의 치열한 논의 끝에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으로 황정은의 소설 『웃는 남자』를 선정하였다. ★ 매해 출간되고 있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은 특별히 한국문학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5,5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웃는 남자, 차갑게 식어 마땅한 세상에서 황정은이 건네는 담담한 위로 수상작 『웃는 남자』는 370매 분량의 경장편에 가까운 소설로 황정은의 독자라면 금방 눈치챌 법한 동명의 제목(‘웃는 남자’는 황정은의 근작 『아무도 아닌』에 같은 제목의 단편이 실려 있다)이 떠오를 것이다. 좀 더 확고하게 그녀의 작품세계를 따라가고 있던 황정은의 독자라면, 이 ‘웃는 남자’가 7년 전 발표된 단편 「디디의 우산」(『파씨의 입문』 창비, 2012)의 주인공 ‘디디’와 ‘도도’가 가장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 인물, 상황이 전작 단편 2편과 연결된 건 아닐까 하는 짐작 또한 했을 것이다. 그렇다. 이 경장편인 황정은의 『웃는 남자』는 앞엣것의 두 단편 「디디의 우산」과 동명의 단편소설 「웃는 남자」의 후속작이다. 가장 먼저 ‘디디의 우산’으로 시작해 ‘웃는 남자’가 이어졌고 지금 말하고자 하는 수상작 『웃는 남자』가 전의 두 단편의 이야기를 매듭짓고 있다. 몇 년에 걸쳐 황정은이 완성한 ‘d’(전의 단편들에서의 ‘디디’와 ‘도도’가 이번 작품에서는 이니셜 ‘dd’와 ‘d’로 표기된다) 와 ‘dd’의 이야기. 덧없고 하찮은 보통의 삶에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거세된 채 남겨진 존재 ‘d’. 천천히 망해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제 막 첫 발을 떼어 죽음이 아닌 삶 쪽으로 무게의 추를 옮긴다. 마침내 방을 나온 ‘d’는 사랑의 상실을 뒤로하고 한국 근대사의 축약본이랄 수 있는 세운상가에서 고된 노동을 하기 시작한다. 국가주도의 개발과 정치적 억압이 기묘하게 결합된 공간 속에 그대로 굳은 채 존재하는 사람들과 무수히 몰락한 채 고철처럼 쌓여 있을 뿐인 사물들에게서 자신의 절망, 고통의 역사를 포갠다. 그는 우연히 오디오라는 사물을 알게 되고 소음과 잡음이 소리와 음악으로 둔갑되는 턴테이블 진공관의 위태하고도 불안한 불빛에서 이 시대의 심층적인 문제들에 대한 어떤 가능성의 신호, 어떤 변화의 신호들을 읽어낸다. 미약하게 공명하는 진공관, 그 작지만 강하게 증폭하는 사물을 통해 황정은은 지금 이 시대의 가장 보잘것없고 하찮은 존재들의 삶과, 고통과, 슬픔, 절망이 끝이 아니라는 체감을 우리에게 건넨다. 황정은은 여전히 아프고 절망적이고 눈부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식기도, 가구도, 조명도 없는 반지하 방에서 생곡을 먹고 하나 남은 의자에 앉아 출입구를 바라보며 죽음을 받아들이고 견뎠던 ‘d’. 말하자면 그에게 사랑하는 대상 ‘dd’는 손바닥의 겉과 안처럼 그 둘의 삶은 서로 묶여 있기에 그녀가 죽자 그의 삶도 멈춰버린 것이다. 그는 오래도록 방으로 스스로를 유폐시켰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문득 깨닫는다.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기에 그는 제 발로 “걸어나가는 것만 생각”하기로 한다. 그녀를 먹어치운 세상. 그녀의 머리를 터뜨려버린 그 거리. 그 바깥엔 의미도 희망도 사랑도 없다. 그런데 그 바깥은 지금 이 방 안과 다른가? 그가 스스로를 가두어놓은 방, “여기 무엇이 있나”라고 반문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제 반지하방을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고통의 동굴을 이제 막 나오려고 한다. 그는 이 동굴 밖을 나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는 창문도 없는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기고 세운상가로 간다. 그곳에서 하루 열 시간씩 짐을 나르는 고된 육체노동을 아무 표정 없이 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여소녀’는 40년이 넘도록 세운상가에서 앰프와 스피커를 고치고 있는 60대 중반의 남자이다. 그는 세운상가가 태어난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 그곳을 만들고 쇠락하게 한 모든 것을 지켜본 장본인이다. 상가의 번영과 쇠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는 동안에도 그는 텅 비어가는 공간과, 물건들과 함께하며 그곳을 묵묵히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그곳, 세운상가란 무엇인가. 한국 현대사가 응축된 장소가 아니던가. 한국전쟁, 산업화, 정치적 독재, 민주화 운동, 혁명의 종언, 세월호 사건, 헬조선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지층들이 소음처럼 웅웅거리는 곳. 거기 5층 몇 평 되지도 않은 작은 공간에서 잡음을 음악으로, 소음을 소리로 되돌려놓는 일을 하는 ‘여소녀’. 누군가에게는 하찮고 보잘것없는 물건들을 재생하는 일. 그에게는 세운상가로 상징된 큰 사건과 역사적 사실보다는 전구상 윤씨, 부품상 강씨, 중고 오디오상 백씨로 기억되는 개별적 기억이자 독립된 개인역사로 그곳은 존재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전임과 그전의 전임을, 그 전임의 전임”들이 과한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이내 그만둔 것과는 달리, 무뚝뚝하고 웃지 않으며 인사도 하지 않은 ‘d’가 눈에 들어온다. “나 알지?” 여소녀가 ‘d’에게 건네는 이 불편한 알은체로 대면하던 날, 여소녀가 수리실에서 먼저 시켜놓은 짜장면을 먹으라며 ‘d’를 주저앉힌 그날, ‘d’는 난생처음 오디오의 소리를 경험하게 된다. 한 번 경험하면 결코 다시 그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세계, 소리의 세계로 ‘d’는 입장하게 된 것이다. ‘d’와 여소녀의 만남은 한 세계와 한 세계가 겹쳐지는 충돌 같은 것이었다. 세운상가라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응축하고 있는 파란만장한 역사적 상징과, 죽음으로 환멸에 갇힌 ‘d’의 더없이 하찮은 개인역사가 만나게 된 것. 거기에서의 매개는 무엇이었나. 바로 오디오였다. 오디오라는 것은 한정적으로 선택된 누군가에게만 허락된 소리를 내는, 소리의 아름다움을 충족시켜주는 물건. ‘dd’의 죽음으로 그녀가 익숙하게 사용해온 물건들에게서 죽음을 느끼는 그에게 그 ‘오디오’는 왜 달랐던 것일까. 아니 더 정확하게 앰프에 꽂힌 진공관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일까. “정류와 증폭이라고…… 들어봤나?” 흩어져 있는 소리를 한 방향으로 정리해주고, 음성신호의 진폭을 늘리는 진공관의 원리에 서 그는 무엇을 떠올렸던 것일까. “이게 제대로 켜져야 이 앰프가 사는 것이고, 모든 게 제대로 흐르는 거라”는 여소녀의 말에서 ‘d’는 불안하게 흔들리며 빛을 열렬하게 내는 그 진공관에서 혹, 희미한 생의 의지, 동력을 발견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제 정지되었던 그의 삶이 미약하게나마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는 곧 웃게 될지도 모른다. 진짜 웃는 남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국문학의 역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