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을 삼켜 버린 핵폭발!
인류 최후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갑자기 숲 속에서 굉장히 밝은 빛이 번쩍였다. …… 우듬지 너머 하늘가에서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한 섬광이 번쩍하는 것이 보였다."
강렬한 섬광, 그 한 줄기 빛이 지나가고 인류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은 그 어떤 선전포고도, 경고도 없이 독일의 한 도시에서 피어오른 강렬한 섬광으로 시작한다. 그 찰나의 순간, 많은 이들이 죽고 사라지지만 오히려 그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절망밖에 남지 않은 폐허의 땅에서 참혹하게 찾아오는 ‘최후의 순간’들을 맞이한다. 이제 그들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오로지 ‘살아남기’다. 굶주림과 원자병으로 인한 죽음의 그림자는 언제나 그들의 뒤를 쫓아다닌다.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서서히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그 시간, 최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시간이 바로 인류 최후의 역사가 된다.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은 핵폭발이 휩쓸고 지나간 후 피폐해진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스러져 가는지, 그리고 우리의 미래인 ‘살아남은’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 나가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인류의 평화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핵이 폭발하자 그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인간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한 치 앞의 미래도 내다보지 못했던 인간들의 어리석음, 그에 따라 잔인하고 처참하게 망가지는 우리 삶을 간결한 문체로 낱낱이 그려 낸다. 이 책에서 인간들에 대한 동정은 찾아볼 수 없다. 핵폭발이 지나간 자리, 그 어디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찾아 볼 수 없으며 인간들이 맞닥뜨린 상황은 책장을 넘길수록 더욱 악화되기만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이 더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동정심을 갖지 않고 냉정하고 잔인한 상황을 글로 써서가 아니라, 그 상황들이 실제로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핵의 공포에 노출될 미래를 경고한 작가, 구드룬 파우제방이 쓴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우리의 내일, 어쩌면 오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평론가들로부터 ‘인류의 양심을 뒤흔들어 깨우는 이야기’라고 평가받은 이 책은 핵의 위험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우리의 미래를 경고한다. 핵 문제가 수시로 불거지는 한반도에 사는 국민으로서, 아니 핵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 지구 위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이 전하는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진정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책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은 출판사 <보물창고>가 원 저작사인 독일의 Ravensburger와 처음으로 정식 계약을 맺고 번역 출판한 책으로, 그동안 핵의 위험을 경고하는 책으로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읽히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10년 만에,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세상을 보는 지혜를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상상놀이터’ 시리즈로 새롭게 탈바꿈하여 독자들을 찾아간다. 어린 독자들은 그동안 신문이나 뉴스에서만 보았던 ‘핵폭발’에 대한 묘사를 이 책을 통해 실감 나게 접하며 간접적으로나마 핵폭발, 그 최후의 순간을 경험하고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핵의 공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진정한 평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비단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아(孤兒) 안드레아스는 핵폭발 후 두 다리를 잃은 채 유모차에 몸을 싣고 다니다가 ‘천벌 받을 부모들!’이라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안드레아스의 저 마지막 외침은 결국 핵폭발의 모든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당장의 평화를 위해, 현실의 안위를 위해 핵을 개발하고 방치한 결과의 처참한 대가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치르게 된다. 아이들에게 ‘천벌 받을 부모들’이 되지 않기 위해 어른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은 동서 냉전이 종식되기 전인 1983년, 첨예한 대립 지역이었던 독일에서 처음 발표되었지만 30년도 더 지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1980년대 사회에서 느껴지던 전쟁 분위기는 현재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테러와 핵 위협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금, 어른, 아이 구별 없이 이 책을 함께 읽고 우리의 오늘과 내일에 관해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미래가 조금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켜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