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 김상근 교수와 함께 걷는
감각과 열정의 도시, 베네치아!
지금 우리는 왜 베네치아로 향해야 하는가?
베네치아.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푸른 하늘과 더 푸른 바다가 떠오르고, 곤돌라에서 노 젓는 사공의 아리아가 귓가에 맴도는 도시. 카사노바의 고향이자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이 되었으며 화가 벨리니와 티치아노가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 떠난 도시다. 베네치아에서는 물과 뭍이 만나며, 바다와 하늘이 만나고,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이 만나 조화를 이룬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책,《나의 로망, 로마》를 통해 이탈리아 로마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인문학자 김상근 교수가 이번에는 《삶이 축제가 된다면》을 통해 베네치아를 소개한다. 순간을 만끽하고, 열렬히 노래하고, 삶에 뜨거운 찬사를 보내는 이 감각과 열정의 도시에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또 다른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단순히 곤돌라에 올라 사진을 찍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진정한 인문 기행을 즐겨보자.
베네치아를 걸으며 역사를 말하다
- 깊이 있는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
저자 김상근 교수는 독자들과 함께 베네치아 곳곳을 걸으며, 발길이 닿는 장소마다 어울리는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그 장소에 얽힌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베네치아는 아름다운 물의 도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18세기 북부 유럽인들에게는 희열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랜드 투어’의 목적지이기도 했다. 단테, 괴테, 보카치오, 몽테뉴, 모차르트, 찰스 디킨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등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베네치아를 찾아와 삶을 성찰하는 기쁨을 누리고 돌아갔다.
마치 미로처럼 얽혀 있는 베네치아의 좁은 골목길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족적이 살아 숨 쉰다. 산 마르코 대성당을 품고 있는 산 마르코 광장에서 우리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뼈아픈 역사를 만날 수 있고, 피아제타와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살루테 성당에서는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바로크로 이어지는 베네치아 건축의 역사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베네치아 북쪽에 있는 게토 지역은 반유대주의의 대표적인 산물로, 이곳에서 셰익스피어가 쓴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나면 등장인물 중 유대인 샤일록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저자는 베네치아를 걸으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나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처럼,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고전 작품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무라노섬에서 카사노바의 《나의 편력》을, 아르세날레에서 단테의 《신곡》을, 두칼레 궁전에서 존 러스킨의 《베네치아의 돌》을 함께 읽어보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다고 하면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글의 눈높이를 낮추어 누구든 편안하고 흥미롭게 이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저자와 함께 산책하는 듯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각 고전이 그 장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우리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고전뿐 아니라, 베네치아라는 예술의 도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회화와 조각, 음악도 함께 다루었다. 책 후반부에서는 벨리니, 틴토레토, 티치아노, 팔라디오, 롱게나 등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흔적을 좇아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시대까지 여행하게 된다. 그 기점이 되는 장소는 벨리니의 <보좌에 앉으신 성모자>와 <피에타>, 조르조네의 <템페스트>가 있는 아카데미아 박물관과 틴토레토의 <십자가에 달린 예수> 가 있는 스쿠올라 그란데 디 산 로코, 그리고 티치아노의 제단화 <성모의 승천>이 그려진 프라리 대성당 등이다. 베네치아의 수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팔라초(대저택)들에서는 비잔틴과 고딕에서 시작해 르네상스, 바로크까지 베네치아 예술의 시대상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그림과 조각, 건축 작품들 속에 숨겨져 있던 예술가의 의도와 작품의 배경이 저자의 설명과 함께 풍성하게 살아나며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상근 교수는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베네치아를 바라보고, 걷고, 느낌으로써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 하나다. “인생은 다르게 살 수 없는 것일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탈진 상태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우리, 그래도 아무 탈 없는 척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베네치아는 ‘삶이 축제가 되는’ 마법을 선사한다. 축배의 잔을 들고 함께 춤을 추고, 함께 노래를 부르자. 순간을 만끽하고 거기서 태어나는 행복을 마음껏 누려보자. 우리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고, 또 그럴 의무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