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눈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맹점
언캐니 밸리
소리 소문 없이
뼈와 살
남은 아이
해설|전기화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타운하우스
전지영 · 소설
300p

2023년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신춘문예 2관왕’으로 화제를 모은 소설가 전지영이 불과 등단 1년여 만에 첫번째 소설집 『타운하우스』를 출간했다. 신중하고도 성숙한 시선이 돋보이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끌고 가는 필력이 남다르다는 평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정연하고도 능란한 필치로 현대사회의 일면을 묘파해나간다. 이번 책에는 신춘문예 당선작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과 젊은작가상 수상작 「언캐니 밸리」를 비롯한 총 여덟편의 작품을 묶었다. ‘타운하우스’는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이나 작은 틈에서 시작된 붕괴의 조짐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무언가 깨지고 있음에도 그 파열을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거나 일상의 균열을 예감하며 불안해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전지영은 차분하고도 태연하게 서술하는 특장점을 발휘한다.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된 아이의 부모, 부대 내 사건 은폐에 가담한 남편을 둔 아내 등 섣부르게 선악을 가를 수 없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사안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작가의 뚝심이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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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신춘문예 동시 석권, 젊은작가상 수상작가 전지영 첫 소설집
현대사회에 정면으로 맞서는 담대함, 일상의 균열을 파헤치는 능란한 필치
“여기서는 말이야. 눈에 보이는 건 답이 아니야.”
내면에서 고요하게 폭발하는 긴장과 불안의 하모니
작가는 선득한 긴장감이 흐르는 일상과 인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낱낱의 감정들을 세밀한 묘사로 그려내고 단숨에 상황을 뒤흔드는 극적인 전개로 깊은 몰입감을 자아낸다.
책의 맨 앞에 배치한 「말의 눈」은 학교폭력 피해자인 딸 서아의 회복을 위해 낯선 섬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한 수연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섬에서의 생활 속에서 모녀는 조금씩 회복해가지만 수연이 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준 학부모 지희의 딸이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되고 해당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서아가 지목되면서 불안이 싹튼다. 태풍 북상이 예고된 어느 날, 수연의 집 지붕에서 물이 새기 시작하고 천둥과 번개, 그리고 비바람까지 내리치면서 상황은 악화되어만 간다. 지붕을 수리하러 온 수리공은 “타운하우스가 다 이 모양이지. 우리들은요, 절대 이런 집 안 살아요. 멍청이들만 산단 말입니다”(29면)라는 말로 뭍에서 이주해 온 이들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고, 수연은 비가 새는 지붕, 그리고 서아가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증언자로 나서주기를 요구하는 지희가 촉발한 불안을 위태롭게 감당한다.
가해자가 된 아이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일상이 무너진 엄마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남은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는 부모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말의 눈」과 겹쳐 읽어볼 수 있을 듯하다. 「말의 눈」의 화자가 이제 막 회복되려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 「남은 아이」의 화자는 자신이 모르는 진실을 알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남들은 실체가 없다는 진실이 존재한다고 지겹도록 믿는 중이었고 그런 나 자신에게 환멸이 났다”(276면)라고 고백하면서도 그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일상의 붕괴를 예감하는 불안의 극단을 보여주는 「쥐」는 해군을 남편으로 둔 아내 윤진의 이야기다. 남편들의 위계가 아내들 사이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해군 관사 단지에서 윤진은 홀로 두 아이를 양육하며 힘겹게 생활해나간다. 어느 날 남편이 예정보다 이른 복귀를 했음에도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던 와중 윤진은 대령의 아내에게서 아파트에 쥐가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부대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어떻게 은폐되는지, 그리고 그 은폐에 가담하지 않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사라져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소설에서는 마지막까지 쥐가 등장하지 않는다. 쥐는 단지 소리나 기척으로만 그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기실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불안과 위협은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언캐니 밸리」와 「소리 소문 없이」는 ‘청한동’이라는 가상의 부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저택’으로 상징되는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는 매일 그곳을 오가며 노동하는 사람들과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먼저 「언캐니 밸리」의 ‘나’는 택시 운전으로 밥벌이를 하는 크로키 화가다. 자신이 흠모해온 한 여성 승객이 염산 테러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전해 듣고 ‘나’는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저택의 노부인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느껴지는 저택의 담벼락을 기어오르며 ‘나’는 진실의 실체에 다가서려 한다. 「소리 소문 없이」는 예술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나’가 청한동 저택에서 하숙을 하며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 ‘나’는 그곳에서 상주하며 가사일을 하는 아주머니와 자신을 구별하고 싶어하지만 저택에서 홈파티가 열리던 날 없는 사람처럼 있어달라는 집주인 교수의 부탁을 듣고 자신의 위치를 서늘하게 자각한다. 이렇듯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하는 은밀하고도 태연한 차별은 ‘타운하우스’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경계 밖으로 슬쩍 밀어내며 두려움과 수치심을 야기한다.
한편 갑작스러운 폭우로 아들을 잃은 부부가 서로에게 남은 앙금을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마침내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기미를 엿보게 하는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법망의 맹점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온 안과의가 자신의 삶 속에 드리워진 맹점을 직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맹점」, 후배가 가진 재능을 질투하여 한때 그를 모함했음에도 후배를 곁에 두며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예술가의 이야기 「뼈와 살」은 삶에 대한 탁월한 균형감각과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전지영만의 탄탄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수작들이다.
이처럼 전지영은 좌고우면의 상황 속에서 인물이 겪는 갈등과 상처를 봉합해주기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왜곡된 인식과 편견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깊이 묻어둔 묵은 감정의 단면이 드러나고, 의심과 불안으로 점철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달픔이 씁쓸하게 배어나기도 한다. 또한 매끈한 플롯이 돋보이는 사실적인 세계에 개성 넘치는 독특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끼워넣는 작가의 솜씨는 작품에 긴장감과 흡인력을 더하며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낸다.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남은 아이」의 화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보이는 바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만이 내게 부여된 단 하나의 진실임을”(278면) 끝내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면 이 깨달음은 삶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태도인 동시에 그 범속한 일상의 장면과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의 소설적 태도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숨겨진 일면을 보고자 저택의 담벼락을 힘겹게 오르는 인물의 미약한 몸짓은 이제 우리의 눈앞에 무엇을 펼쳐놓을 것인가. 탄탄한 문장력과 완성도 있는 서사 구조, 그리고 날카로운 지성과 사려 깊은 눈을 동시에 겸비한 전지영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주목할 시간이다.


134340
3.5
평화로운 일상이란 건 없다 위태롭거나 위태롭기 직전일뿐 아닌 척 자위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효민
4.0
작가의 넓은 스펙트럼에 감탄했다 읽는 내내 습기 머금은 공기를 호흡하는 느낌
영화보기
4.0
살아간다는것은 시간과 예고없는 고통,좌절,비극과 나와 나의 현실의 간극과 사람사이
원기핑
3.5
누군가의 불안함을 엿보는 듯한 소설. 어찌보면 추잡하지만 현실적이어서 흡입력있었다
안태준
4.0
부조리적인 상황을 통해 죄책감, 열등감, 수치심을 파고드는 여덟 편의 이야기. 대부분의 문학들이 ‘있음’을 그려내는 것에 치중한다면, 이 소설집은 ‘없음’에 치중해서 외려 ‘있음’을 강조한다. 마치 검은 여백에 쓰인 흰 글씨를 보는 것 같다. ‘있음’을 공허로 만들어버려, 괜한 헛헛함에 ‘있음’을 찾아보려고 시도하게 하는데, 어떨 땐 그마저도 실패한다. 갈등하는데도 불구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던 심리 양상과 전개가 뒷소설로 갈수록 차츰 뚜렷해진다. 앞의 네 편은 3인칭이고 뒤의 네 편은 1인칭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단편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인물들의 심리를 명쾌하기 알기 어렵게 서술되어 있어서(설명이 아닌 철저한 보여주기), 독자로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호했던 적은 처음이다. 대부분의 소설집은 읽다보면 주제나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어느새 명확하게 눈에 들어오기 마련인데(그래서 익숙해지기도 하고 어떨 땐 지겨워지기도 하는데) 이 소설집은 그런 걸 명확하게 꼬집기 어려운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무언가 반복된다는 느낌 없이 변주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곱씹으면서 다음 소설로 넘어가게 했다. 아파트, 타운하우스, 상류층 저택 등등 공간 위주로 상황이 전개된다. 어떤 공간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말의 눈>), 사건이 뭉뚱그려지며 인물에게 침묵이 강요되기도 한다(<쥐>). 억눌러왔던 심정을 터뜨리기도 하고(<난간으로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어떤 마음은 버리거나(<맹점>) 묻어두기도 한다(<남은 아이>). 비나 눈, 어시장 바닥에 고인 물, 정주못 등 물이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한몫한다.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의 경우가 감정이 가장 다양하게 느껴졌던 소설이다. 인물들의 화해가 폭우 속 아파트에서 조용히 성사되는 모습이 강렬하다. <맹점>은 제목이며 사건 전개며 인물들(특히 재복씨)이 생생해서 재밌게 읽었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흥분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뒤의 세 편(<언캐니밸리>, <소리 소문 없이>, <뼈와 살>)은 예술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모두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언캐니밸리>와 <소리 소문 없이>는 모두 부자 동네인 ‘청한동’을 배경으로 하는데, <소리 소문 없이>의 화자가 사는 공간(마당보다 무릎 높이가 낮은, 마당에서 안이 전부 들여다보이는 1층)에는 또 거기만의 위계가 느껴져 인상적이다. <뼈와 살>은 예술에 접근하는 두 방식-상업성과 예술성-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알게 모르게 우위를 점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지독하게 그려져있다. 마지막에 실린 소설은 <남은 아이>인데 처음 실린 <말의 눈>처럼 학교폭력 문제에 시달리는 학부모가 화자로 등장한다. <말의 눈>에서는 그 문제를 외면하고픈 징그러운 심정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밝혀진다면, <남은 아이>는 그 문제의 진상을 알고 싶어하는(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피해자 아이를 쫓아다닌다. 둘 다 난 그러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거나 회피하거나 할 수만은 없는 인간의 마음인지라 몰입해서 읽게 된다. 소설들의 배치가 소설 속의 구조적인 공간을 닮아 있어 마음에 들었다.
애룡
3.0
탄탄한 미국식 리얼리즘의 구성 위에 당대의 한국 사회를 그럴 듯하게 옮겨 놓은 작품들과, 21세기 초반 한국식 단편 특유의 일상과 관념의 기묘한 조합을 실험하는 작품들로 나뉜다. 나는 전자의 작품들이 더 좋았다. 말의 눈 ★★★ 제주도라는 낯선 공간, 그리고 말이라는 낯선 이미지, 국제학교 학부모와 학폭이라는 시의성을 제외하면 굉장히 전형적인 도식과 의미화이다. 작가만의 독특한 지점이 있다면 끝났어야할 사건 혹은 그 징후에서 서사적으로 반 발자국 더 나아간다는 점(추락 사고)인데, 분명 낯선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그게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냈는지는 잘 모르겠다. 쥐 ★★★ 해군관사라는 특수하지만 일반적인 공간에서 여성의 시선으로 그 집단의 불안과 진실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말의 눈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그 밀도와 디테일을 활용하는 방식은 좀더 소설적이고 탄탄한 편. 선에게 명함을 받고 소설이 끝나는 듯했지만 역시 반발자국(이 경우엔 선이 나타나 자초지종을 친절히 설명하고, 마지막에 쥐구멍에 불을 놓는-사모와 선 모두에게 가능성을 열어 두며) 더 나아가는데, 작가는 소설 전반에 걸쳐 쌓아왔던 소재를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낯설게 이미지화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사실 이런 작법은 현대 단편에서 매우 흔한 기법이지만, 리얼하고 미니멀하게 진행되던 소설의 결말에 이게 붙으니까 제법 낯선 느낌을 주긴 한다) . 두 번째 소설까지 읽고 느낀 점은 신인 맞아? 완성도도 높은 편이지만 소설을 쓰는 방식이 놀랍도록 일정하고 완성도의 편차 역시 적다. 좋게 말하면 벌써 자신이 뭘 쓰고 있는지 알고 쓰는 작가 같고, 나쁘게 말하면 몇 가지 패턴에 그럴 듯한 배경과 소재를 넣어 챗지피티로 찍어낸 소설 같다(물론 아직 ai는 이 정도 수준의 소설은 못 쓰지만). 난간으로 들이친 비가... ★★★★ 아이의 죽음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사격으로 해소하는 여자와 그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 착상이 흥미롭다. 사격이라는 낯선 소재를 상실을 잊고자하는 원망의 마음과 잘 연결시켰다. 정치인을 등장시켜 레이어를 강화하면서도 낯선 느낌도 살린다. 다만 군데군데 성기거나 상투적인 표현과 문장들이 눈에 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내면 풍경도 조금은 심심하다. A에 대해 얘기하면서 실은 자신 들의 얘기를 하는 장면도 뭐랄까 너무 뻔하달까. 설명적인 문장의 호흡도 조금 답답하다. 하지만 기어코 총이 발사되는 클라이막스와 결말부의 감정적인 마무리는 꽤 강력하다. 그래, 이 정도의 감정적 울림은 줘야 단편이지. 아니, 근데 이게 등단작이라고? 맹점 ★★☆ 다방면에서 전작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그 시도가 능숙하기 보다는 어설프게 다가온다. 언캐니 밸리 ★★★ 이 소설 역시 다른 소설들과 좀 다르다. 관념적인 구조와 비일상적인 소재, 명확히 대비되는 두 상징적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진다는 점에서 조금 고전적이라는 느낌도 있다. 문체 역시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그래도 작품 전체에 흐르는 묘한 이질감은 살아있는 편이다. 음.잘 모르겠다. 아주 예전에 써 놓은 습작을 고친 게 아닐까? 소리 소문 없이 ★★★ 뼈와 살 ★★☆ 남은 아이 ★★★ 의미화 방식이 다소 편의적이고 심심하게 느껴졌지만 화자의 감정은 숨 가쁘게 공감된다.
김강정
4.0
좋다 가 아니라 계속 들여다 보게 됨
요닝구
2.0
흡입력 좋은 서사와 안정된 필력.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어떠한 진실을 파헤치지않으려, 혹은 뿌리를 알고자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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