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오피스텔에 머무는 소시민들의 삶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전민식이 들여다본 도시의 풍경들
한때 번화했다가 쇠락해가는 과정 속에 놓여 있는 인간들은 그 시간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을까. 독특하게도 건물의 시점에서 건물이 말하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설마리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전개된다. 한 지역과 공동체가 낡아가는 과정과 거기에 녹아 있는 여러 개인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들의 희로애락과 흥망성쇠는 단절된 채 제각각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연결된 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맞물려 돌아간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각각의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분투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전민식 소설가는 슈퍼마켓 주인, 공장 노동자, 학원 강사, 택배 노동자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그려내고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삶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그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는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소설 『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 속 인물들은 뭔가를 해보려다가 미처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의 폭격을 맞고 빠르게 늙어버리는 것만 같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설마리 오피스텔’이 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남루해져 철거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보통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이번 시절에 깨달았다.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게 가장 어렵다는 사실도 알았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고 미스테릭하지도 않으며 스펙터클하지도 블록버스터적이지도 않은 이 이야기”는 각 인물들의 하루를 조금씩 채워 넣으며 완성되었다. 보통의 삶이 더욱더 간절해진 시대에 원하는 삶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들의 민낯과 마주하게 되는 이 소설을 통해 각자가 원하는 보통의 삶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