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새

최미래 · 소설
3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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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최미래의 소설집 『모양새』가 출간되었다. 이십 대 내내 소설을 써 온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름 지어지는 ‘청춘’이라는 시간이 실은 얼마나 지루하고 멀뚱멀뚱한지 알고 있다. 그때의 우리가 각자의 청춘을 어떻게 견뎠으며 얼마나 관찰자적이었는지 밝히는 데 탁월하다. 겁이 없고 능력이 있으며, 야망이 있고 의욕적인 이미지로 청춘은 얼마나 오해되고 오래 이용되어 왔는지. 최미래가 보여 주는 청춘의 경로는 어쩐지 물이 많이 섞인 물감으로 채워진 것 같다. 젊은 날의 생기 있는 몸과 낭만적 무계획은 알록달록한 물감, 깊은 우울과 불안은 탁한 물. 최미래는 그 둘을 적절히 섞어 인생의 초여름 같은 날들의 질감을 되살려 낸다. 최미래식 청춘을 깊이 탐색하는 시간은 알록달록하지만 먼지의 빛깔이 묻어나 마냥 유쾌하지 않으며, 선명한 장면 군데군데 스민 얼룩이 못내 신경 쓰일 것이다. 젊음이 자리한 양지와 음지를 동시에 보는 일, 생각보다 성숙하지 않고 유치함이나 이기심이 묻은 그때를 인정하는 일. 최미래의 소설을 읽는 일은 한 시절에 대한 이해의 해상도를 올리는 일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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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모양새 7 작은 개를 껴안듯이 53 귀신 산책 91 어린 이의 희박한 자리 117 지난 이야기 159 양지바른 곳 177 우리 죽은 듯이 225 퍼플 피플 263 어쨋든 이곳은 여름 299 작가의 말 341 작품 해설 두 번째 외로움을 기다리는 마음_최다영(문학평론가) 345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나는 가벼워지고 싶은 걸까 무거워지고 싶은 걸까.” 공격하지도 도망치지도 않는 청춘의 시간들 바라는 것은 오지 않고 엉뚱한 것만이 들이치는 돌풍과 안개 속을 묵묵히 걷는 앳된 팔과 다리 2019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최미래의 소설집 『모양새』가 출간되었다. 이십 대 내내 소설을 써 온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름 지어지는 ‘청춘’이라는 시간이 실은 얼마나 지루하고 멀뚱멀뚱한지 알고 있다. 그때의 우리가 각자의 청춘을 어떻게 견뎠으며 얼마나 관찰자적이었는지 밝히는 데 탁월하다. 겁이 없고 능력이 있으며, 야망이 있고 의욕적인 이미지로 청춘은 얼마나 오해되고 오래 이용되어 왔는지. 최미래가 보여 주는 청춘의 경로는 어쩐지 물이 많이 섞인 물감으로 채워진 것 같다. 젊은 날의 생기 있는 몸과 낭만적 무계획은 알록달록한 물감, 깊은 우울과 불안은 탁한 물. 최미래는 그 둘을 적절히 섞어 인생의 초여름 같은 날들의 질감을 되살려 낸다. 최미래식 청춘을 깊이 탐색하는 시간은 알록달록하지만 먼지의 빛깔이 묻어나 마냥 유쾌하지 않으며, 선명한 장면 군데군데 스민 얼룩이 못내 신경 쓰일 것이다. 젊음이 자리한 양지와 음지를 동시에 보는 일, 생각보다 성숙하지 않고 유치함이나 이기심이 묻은 그때를 인정하는 일. 최미래의 소설을 읽는 일은 한 시절에 대한 이해의 해상도를 올리는 일과 같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모양에 가까울까? 표제작인 「모양새」는 주인공 ‘나’가 친구이자 동거인이었던 ‘모린’과 함께 살던 때, 그중에서도 어느 날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은 ‘모양새’라는 존재를 찾아다녔던 때를 돌이켜 쓴 통통 튀는 회고담이자 연약한 성장담이다. 주인공인 ‘나’는 자신이 “화장실 벽에 아무런 힘도 공격성도 없이 붙어 있는 작은 나방” 같다고 말한다. 슬프도록 스스로를 알고 있는, 욕심 없는 젊은이의 조용한 자기객관화. 이 냉정한 관찰은 『모양새』 속 젊고 어린 화자들의 모습에 빠짐없이 걸맞는다. 최미래의 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나 재난을 맞닥뜨리거나, 어엿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무기력감과 무력감 사이에서 내일을 기대하지 않게 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낯설어지는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 가진 것 없는 그들이 유일하게 가진 것은 서로의 몸을 기댈 단 한 명의 누군가이지만, 그 관계는 팽팽하거나 느슨해서 언제나 불안정해 보인다. 이때 작가는 자신의 모양은 몰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한 맑고 진지한 인물을 그려 낸다. 가만히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뒷모습. 어쩌면 그것은 ‘자신 없음’으로 불안해하는 청춘의 한 모양새일 것이다. “너는 어떻게 지냈는데? 뭐가 재밌고 어떻게 슬퍼? 나는 입을 다물었다. 재밌고 슬픈 게 없었다.” ‘없음’이나 ‘알 수 없음’이 그들이 큰 정체성인 『모양새』 속 인물들은 마치 각자의 결핍을 공통점으로 뭉쳐 모험을 떠나는 「오즈의 마법사」 일행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양새』의 인물들에게는 모험을 해서 얻고 싶을 정도로 원하는 것이, 그러기 위해 맞닥뜨려 싸워야 할 적이 없다. 모든 것이 희미해서 힘겨운 시기에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비슷한 체격과 체력을 지닌 또래다. 「모양새」의 ‘나’에게는 “뒷모습을 베끼고 싶”은 ‘모린’이, 「작은 개를 껴안듯이」의 ‘나’에게는 “만지고 싶”은 ‘니나’가 그런 존재이지만, 이 관계는 종종 헐거워 보여 위태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너무 많은 것이 없으므로, 단단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작은 개를 껴안듯이」의 ‘나’는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찾아오지 않는 것들이 있고, 부른 적도 없는데 어느새 옆에 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되고 싶은 나도, 사랑하는 너도,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고 미래를 믿는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체념과 인정이 미묘한 배합으로 뒤섞인 듯한 이 문장은 아마 최미래가 직감한 삶의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돈 없다고 좋아하는 거 포기하지 말고 꾸역꾸역 사 먹어.” 최미래의 소설에는 누구보다 젊어 보이지만 어딘지 먼저 늙어 버린 것 같은 인물들이 있다. 수록작 「양지바른 곳」의 ‘조황주’는 겉으로는 젊어 보이나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 온 ‘흡혈인’이다. 조황주가 자신을 찾아온 친구의 손주, 이제 막 젊은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르침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회피하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닥쳐오는 슬픔을 정직하게 맞이하라는 것. 조황주의 조언은 『모양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씩씩한 두 다리로 걷고, 앳된 팔로 서로를 안고, 끝없이 이야기하는 젊은 인물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 메시지가 적힌 쪽지를 받은 최미래의 인물들은 ‘운 없음’에 좌절하다가도 별안간 씩씩해지기도 한다. 여름에 어울리는 맥주와 토마토 조합을 찾아내고, 최소한의 돈을 버느라 쉴 틈 없는 가운데에도 친구와 통화를 하며 지나갈 것 같지 않은 캄캄한 밤을 보낸다. 휴대폰 너머 들리는 것은 피곤함과 노곤함이 기본값인 힘 없는 청춘의 목소리지만, 거기에서 왠지 기분 좋은 섬유유연제의 냄새가 나는 듯한 이유는 최미래가 인물들에게 기어이 쥐여 주는 희망의 쪽지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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