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머리말] 사람들은 현대사회의 한 특성을 가리켜 기술문명사회라고 말한다. 이 책의 주제인 신화가 ‘신’과 관련된 황당한 이야기[神話]가 아니라 ‘인간’과 관련된 현실적인 이야기[人話]였던 시대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현대사회는 고도의 기술문명사회라고 부름직하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문명사회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도 인간의 활동이 주위에 널려 있던 물건들만으로 이루어졌을 신화시대의 삶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류의 기원은 길게는 수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토록 기나긴 이력을 지닌 인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무리 길게 잡아야 고작 5천 년도 채 넘기지 못한 문자의 발명 이후일 것이다. 그런데 문자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아직 제대로 알려져 있지도 않을 뿐더러 문자가 발명된 이후에도 인간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래서 인류의 먼 조상의 삶이 어떤 모습을 지녔을까 하는 문제는 고도의 기술문명사회로 일컬어지는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상상 활동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가장 오래된 문자로 알려진 이집트의 상형문자라고 해야 고작 5천 년도 채 되지 못했으며 그나마 그것을 해독할 수 있게 된 것은 고작 200년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한자의 기원으로 알려진 갑골문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상형문자, 설형문자, 갑골문자가 해독된 것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 불완전성을 생각해보면, 인간이 조상의 삶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수백만 년에 달한다는 인류의 역사에 비해 5천 년 전은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알려진 것조차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