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수수께끼, 빈틈없는 수렴, 광풍의 반전,
아름다운 문장이 빚어내는 미묘한 심리와 서정까지!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책”
_옮긴이 양윤옥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꼽은 ‘복간 희망! 환상의 명작 베스트텐’ 1위!
‘관능’과 ‘트릭’을 아름답고 기묘하게 결합한
아홉 편의 초절정 반전 미스터리
『백광』 단 한 권으로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최고의 몰입감과 문학적 충격을 동시에 선사한 천재 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집 『열린 어둠』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독자들을 환상적 미스터리의 늪에 빠뜨릴 아홉 편의 단편 미스터리가 담겼다. 치밀한 서술 트릭과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장르적 재미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한없이 냉철한 시선으로 응시해 서정미 넘치는 문체로 담아내며 문학적 격조까지 놓치지 않는 렌조 미키히코. 그의 작품들은 빈틈없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트릭’과 자연스럽게 표현해낸 ‘인간적인 욕망’이 완벽히 융합한다.
『열린 어둠』은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홉 편의 이야기는 컴퓨터가 설계한 듯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트릭이 작동하며 전개되는데,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로직으로 서사가 매끄럽게 짜여 있다. 뿐만 아니라 고아한 동양풍과 모던한 서양풍, 서민적 코믹풍과 하드보일드한 느와르풍 등 단편마다 다채로운 분위기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눈 밝은 일본 미스터리 애독자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복간 희망! 환상의 명작 베스트텐’ 1위로 꼽힌 작품들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열린 어둠』은 비슷비슷한 장르소설에 지루해진 독자들의 본능을 건드리며 색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3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모두가 애타게 기다려 온 환상적 추리 명작의 화려한 귀환을 직접 확인해보자.
어둠이 열리면 드리워지는 욕망의 아홉 가지 그림자
렌조 미키히코가 쳐놓은 덫에서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초상화 여인에게 홀려 모델을 살해하는 화가의 이야기(〈두 개의 얼굴〉), 유괴 사건의 진상을 고백하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과거에서 온 목소리〉), 밀실에서 목 졸린 채 발견된 반신불수 소녀의 이야기(〈화석의 열쇠〉), 아내와 남편 양쪽을 동시에 미행하는 흥신소 직원의 이야기(〈기묘한 의뢰〉), 쥐를 위해 친구의 인생을 훔치는 남자의 이야기(〈밤이여, 쥐들을 위해〉), 사랑과 배신으로 얽힌 남자 둘, 여자 둘의 이야기(〈이중생활〉), 자기 자신과 대결하는 국민 배우의 이야기(〈대역〉), 6년을 기다려 복수를 완성하는 조폭의 이야기(〈베이 시티에서 죽다〉), 하루아침에 살인 용의자가 된 폭주족 고등학생의 이야기까지(〈열린 어둠〉). 『열린 어둠』에 실린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상황에 놓여 있지만, 모두 마음에 비밀스러운 욕망을 품고 있다. 어떤 인물은 ‘정념’을, 어떤 인물은 ‘복수’를, 어떤 인물은 ‘진실’을 또 어떤 인물은 ‘인간의 따스한 온기’를 욕망한다. 인물들은 빛(사회의 잣대) 아래에서는 감추어두던 욕망을 어둠(개인의 잣대) 아래에서는 자유롭게 꺼내 기어이 실현하고야 만다. 그러나 욕망을 실현하는 순간 인물들은 자신이 좇던 게 욕망의 그림자였을 뿐 욕망의 본 모습이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맞닥뜨리게 되는 의외의 진상이 광풍의 반전이자 마지막 한 방이 되어 독자의 가슴을 후려친다.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은 “살아 있는 동안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니 행운이다!”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아홉 편의 이야기는 모두 1980년대에 발표되었지만 시대적 거리감이나 문화적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이야기들이 우리로 하여금 알고 싶지만 쉽게 알 수 없는 의외의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정답을 맞혀보게 만드는 미스터리의 본질을 탁월한 품격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 어둠』은 묻는다. 당신이 품고 있는 비밀스러운 욕망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욕망을 실현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될 욕망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누구도 알아맞힐 수 없는 아홉 가지 수수께끼
“이 이야기,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는 걸까?”
방금 ‘침실에서’ ‘내 손으로 죽인’ 아내가, ‘번화가 러브호텔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다는’ 형사의 전화를 받는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게이코가 신주쿠에 있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호텔에서 살해되었다니…. 게이코라면 바로 방금 전까지 이 카펫 위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죽였다. 이 손으로, 이 침실에서 내가 죽였다.”(〈두 개의 얼굴〉 중에서)
첫 번째 작품 〈두 개의 얼굴〉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불가해지는 상황이 펼쳐져 작가가 어떻게 개연성을 갖춰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지, 어떤 트릭을 활용할지 아무리 상상해봐도 도저히 복선의 회수가 불가능할 것만 같다. 그러나 결말을 읽고 나면 빈틈없이 수렴되는 트릭과 이러한 트릭을 창조해낸 작가의 상상력에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이것이 독자가 만끽하는 첫 번째 충격이다.
두 번째 작품을 읽으면서부터는 첫 번째 작품 속 트릭을 이해했으니 작가의 트릭을 간파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작가의 수를 읽어보지만 예측은 빗나갈 것이다. 이어 아홉 번째 작품을 다 읽을 때까지 독자는 단 하나, 렌조 미키히코의 트릭은 결코 학습할 수도 간파할 수도 없다는 점만을 분명히 알게 된다. 작품마다 독창적이고 완벽한 트릭으로 똑같은 사기꾼에게 아홉 번 속는 듯한 어이없는 느낌을 선사하는 이 책은 크게 속을수록 크게 기쁠 미스터리 독자들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책이다.
뜨거운 정념과 차가운 복수를 넘나드는
가식 없는 욕망으로의 초대
“누구도 도망칠 수 없는 건, 바로 마음”
욕망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다. 인간은 가지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가질 수 없는 것까지도 갈망하는 존재다. 그래서 때때로 욕망은 비극을 불러온다. 당신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 끝에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욕망할 것인가? 『열린 어둠』의 인물들은 욕망을 거침없이 추구한다. 상대를 죽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파괴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가질 수 없으면 부서뜨리고, 믿을 수 없으면 속여넘기고, 살릴 수 없으면 죽여버리는 등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그들에게서는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뜨겁게 살아가는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기에 인물들은 자신들이 욕망하는 대상을 가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살아야 할 원동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상대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이유로 자살을 계획하는 여자(〈이중생활〉의 ‘마키코’)에게서 더는 살아갈 가치가 없음을 깨달은 이의 우울감이 엿보이고, 대역에 의해서 자신이 살해될 것임을 인지한 남자(〈대역〉의 ‘하세쿠라 슌’)에게서 어떤 연기를 해도 자신이 아닌 것 같았던 배우의 해방감이 전해진다.
『열린 어둠』은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욕망과 충동에 이끌리고 허물어지는 인간적인 캐릭터들을 냉철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유려하고 섬세한 문장들로 표현해낸다. 수수께끼의 연출과 해명에 중점을 두는 장르 문학의 경우 인간의 감정 묘사나 장면의 예술적 연출에는 소홀해지기 쉽다. 그러나 렌조 미키히코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을 살아 있게도 하고, 죽게도 만드는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인물의 심리와 극적인 장면들을 더없이 아름다운 문장에 담아내 문장 그 자체를 음미하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트릭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독자들에게 분명 깊은 여운을 남길 이 책에서 쉽게 빠져나오기는 어려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