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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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여름, 이른바 '5월투쟁'이 끝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대학생 '나'는 학생 예비대표 자격으로 베를린으로 건너간 후에도 갑작스런 학생운동 지도부의 붕괴와 교체 와중에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만다. 북한으로 들어가게 될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독일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독일 체류기간 동안 '나'는 삶의 허무와 우연성에 맞설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노트를 하나 사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 노트에는 '나'가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들은 기구한 사연들, '나'가 기억하고 상상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거기에는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뒤 죽은 동료의 이름으로 개명하고 제3세계 망명객들의 후원자가 된 헬무트 베르크의 이야기, 떠돌이 일용직 노동자에서 '광주의 랭보' 이길용으로, 다시 혁명적 문화운동가 강시우로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태어"난 사람의 기막힌 사연, 모범적인 고등학생에서 느닷없는 폭행으로 망가져 자살에 이르는 정민 삼촌의 비극 등 역사의 우연한 폭력에 의해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사람들이 이야기에서부터, 평생을 무주 산골에 살면서 세상천지 안 가본 데가 없다는 정민 할머니 등의 이야기들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역사의 공적 기록은 필경 개인의 사적 진실을 누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사가 누락한 인간적 진실을 추적하고, 개별자들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 소설이 할 일일 것이고, 그 역할을 이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단 안팎에서 작가 김연수룰 두루 높이 사는 것은 그가 기존 문학을 안심시키면서도 향후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90년대 작가이면서 21세기의 작가이고, 한국의 작가이면서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작가이며, 정통적·전통적 글쓰기를 수행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의 촉수로 문학의 영토를 넓혀가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으로 작가는 한층 더 넓은 자신의 문학적 영토를 보여주었다. 한 작품 한 작품 발표할 때마다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