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 독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새 나라 꿈나무 LGBT 여러분
2. LGBT 친구가 있거나 없는 이성애자 여러분
3. 스스로 이성애자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여러분
4. LGBT 자녀와 배우자를 둔 부부 여러분
5. 게이다 장착을 원하시는 여러분
6. 지구에 관심 있는 외계인 여러분
‘여섯 빛깔 무지개’는 무엇일까?
전 세계 LGBT 공동체의 상징이 되기까지
우리가 잘 아는 일곱 빛깔 무지개에서 남색이 빠진 ‘빨/주/노/초/파/보’로 구성된 여섯 빛깔 무지개는 성 소수자를 나타내는 대표적 상징 기호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다. 여섯 빛깔 무지개는 그 자체로 성 소수자(이하 LGBT) 공동체의 역사와 자긍심, 다양성을 의미한다. (LGBT는 성 소수자 공동체를 지칭하는 가치 중립적 단어로, 여성 동성애자 L[Lesbian, 레즈비언], 남성 동성애자 G[Gay, 게이], 양성애자 B[Bisexual, 바이섹슈얼], 성전환자 T[Transgender, 트랜스젠더]를 뜻한다.)
여섯 빛깔 무지개가 LGBT의 아이콘이 된 배경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무지개 깃발이 처음 등장한 건 197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게이와 레즈비언 자유의 날 퍼레이드(San Francisco Gay and Lesbian Freedom Day Parade)’. 작가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는 3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천을 엮고 색을 칠해 거대한 여덟 빛깔 무지개 깃발을 제작했다. ‘빨/주/노/초/파/남/보’에 핫핑크가 포함돼 있었다. 각 색에는 게이 공동체의 특징이 부여됐다. 핫핑크는 섹스, 빨간색은 삶, 주황색은 치유, 노란색은 태양, 초록색은 자연, 파란색은 예술, 남색은 조화, 보라색은 영혼을 의미했다.
길버트 베이커는 퍼레이드에서 자신이 만든 무지개 깃발이 반응이 좋자, 샌프란시스코 파라마운트 깃발 회사(San Francisco Paramount Flag Company)에 대량생산을 의뢰하지만, 그가 만든 핫핑크는 상업적으로 만들 수 없는 색이었다. 결국 남색을 로열 블루로 교체한 일곱 개의 줄무늬 깃발이 제작됐다. 두 번째 변화는 그해 11월에 발생한 비극적 사건으로 촉발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커밍아웃 시의원이었던 남성 동성애자 하비 밀크(Harvy Milk)가 저격을 당해 사망한 것이다. (하비 밀크의 활동은 숀 펜이 주연을 맡고 구스 반 산트가 감독한 영화 『밀크(Milk)』를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의 퍼레이드 위원회는 투표를 거쳐 동성애자의 권리 옹호를 위해 애쓴 하비 밀크에 경의를 표하고, LGBT 공동체의 단합된 힘을 드러내기 위해 베이커의 깃발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퍼레이드 과정에서 무지개 깃발을 세 가지 색씩 길 양쪽으로 나눠 사용하기 위해 비슷한 색깔인 남색이 제외되면서, 마침내 여섯 빛깔 무지개가 완성됐다.
최고의 화제를 모은 팟캐스트 「여섯 빛깔 무지개」
한국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20년을 갈무리하다
‘한국에서 LGBT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한 19편의 흥미로운 대화를 담은 단행본 『여섯 빛깔 무지개』는 2014년 6월 30일부터 12월 23일까지, 약 6개월간 20회로 방송된 동명의 팟캐스트에서 출발한다.
팟캐스트 「여섯 빛깔 무지개」는 인천문화재단의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전국 17개 지역 재단에서 진행한 해당 사업 중 유일한 LGBT 관련 프로젝트였다. 팟캐스트의 진행은 ‘입담꾼’으로 널리 알려진 미술 · 디자인 평론가 임근준이 맡았다. 그는 대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한 양성애자 게이로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임근준은 이 팟캐스트가 “한국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20주년에 맞춰 그간의 변화를 갈무리하는 뜻을 지녔다”고 설명한다. 진행자로서 그는 1993년 12월, 한국에서 최초로 동성애자 인권 운동 단체인 ‘초동회’가 설립된 이후, 여러 부침을 겪으며 꿋꿋하게 성장한 “한국 LGBT 사회의 의식과 역량을 2014년의 시점에서 아카이브하겠다”는 자세로 기획과 제작에 임했다.
팟캐스트의 기획 의도에 맞춰 진행자가 초대한 인물은 앞서 설명한 ‘여섯 빛깔 무지개’의 상징성만큼이나 다채로웠다. 여기엔 성 소수자뿐만 아니라 이성애자(이다혜, 진챙총)도 포함돼 있었다. 스무 명의 출연자를 방송 순으로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정욜(LGBT 인권 운동가), 조동섭(번역 문학가), 이혁상(영화감독), 천정남(게이 바 사장), 예조 AKA 마아(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장서연(인권 변호사), 유상근(취업 준비생 게이 청년), 진챙총(미술가), 이다혜(영화 평론가/기자), 제이슨 박(신경과학자), 김도훈(언론인), 김조광수(영화 제작자/감독), 앤초비 오일(드래그 퀸), 차세빈(트랜스젠더 커리어 우먼)과 원종필(언더 웨어 디자이너), 진호(트랜스젠더 남성), 호림(LGBT 인권 운동가), 고기와 복숭아(레즈비언 커플), 이우인(만화가).
첫 방송 후, 팟캐스트를 향한 적극적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관련 분과의 팟캐스트 순위에서 1위도 차지했다. 한 시간에서 길게는 두 시간 분량으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굴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사는 그들이 털어 놓은 진솔한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인생의 선배로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때문에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을 청소년 LGBT들에게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매 회가 진행되면서 한국 LGBT 공동체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추적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팟캐스트의 홈페이지에 청취자들이 남긴 코멘트들을 살펴보면 「여섯 빛깔 무지개」가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단단한 디딤돌”을 놓는 작업이었다.
몇몇 언론에서도 팟캐스트 「여섯 빛깔 무지개」가 거둔 성취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즈(ize)』 매거진의 최지은 기자는 리뷰 기사 「LGBT Voice, [여섯 빛깔 무지개]」에서 팟캐스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FTM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 레즈비언을 비롯해 드래그 아티스트, 언론인, 뇌신경과학자 등 성적 지향으로나 직업적으로나 다채로운 면면을 지닌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일종의 생애사 연구인 동시에 한국 성 소수자 문화와 인권 운동에 대한 의미 있는 기록이다.”
(기사 링크: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4122121577258278)
‘한국에서 LGBT로 산다는 것’에 관한 19편의 질문과 답변들
2014년 12월 23일 만화가 이우인 편을 마지막으로 종료된 팟캐스트는 녹취를 풀고 수차례의 편집 작업을 거쳐, 단행본 『여섯 빛깔 무지개』로 재탄생했다. 출연자 섭외에 맞춰 진행된 팟캐스트의 순서를 한국 사회와 LGBT 공동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요 이슈-동성애자의 연애와 라이프스타일, 동성혼 법제화, HIV/AIDS, 성 전환, 게이 및 레즈비언 하위문화, LGBT 인권 운동 등-에 맞춰 총 여섯 장으로 재구성했다. 각 장별로 개별 출연자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책의 구성과 전개는 서로 다른 색이 모여 환하게 빛나는 무지개를 닮았다. 단행본의 장별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 「동성연애의 법칙」에서는 『씨네21』의 기자 이다혜와 진행자 임근준이 ‘장소팔 고춘자’식으로 나눈 좌담을 담고 있다. 임근준이 2003년에 발표해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선 「련애박사의 고난이도 동성련애 108법칙」이라는 글의 주요 항목에 관해 (이성애자 여자) 이다혜가 (양성애자 남자) 임근준에게 묻고 답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당사자가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그 외모나 행동을 보고 성 정체성을 파악하는 특별한 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