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영화화, 다섯 차례 드라마로 만들어진
가장 드라마틱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대표작 《이누가미 일족》으로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여왕벌(원제: 女王蜂)》은 그의 열세 번째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로, 1951년부터 1952년까지 잡지 《킹》에서 연재되었다. 《킹》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무려 7천만 부를 찍었다는, 당대 최고의 대중지였다. 2번의 영화화, 일본의 국민 아이돌그룹 ‘SMAP’의 멤버 이나가키 고로가 긴다이치 코스케로 분한 2006년 드라마까지 총 5번 드라마화된 이 작품은, 《이누가미 일족》, 《팔묘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영상화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과 절대미에 대한 인간의 복합적 애증과 탐욕에 대한 묘사가 특히 매력적인 이 작품은, 요코미조 세이시 팬 사이트인 ‘요코미조 월드’에서 ‘최고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10위에 랭킹되는 등 일본 독자와 시청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국내에 출간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이제 여덟 권째가 되었다. 197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요코미조 세이시 붐에야 미칠 수 없겠지만, 국내외 추리소설이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는 요즘, 한 작가의 동일 시리즈가 이만큼 견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무려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지닌 힘과 매력이 녹록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결과일 것이다.
긴다이치 VS 절세미인,
이만큼 가슴 설레는 설정이 또 있을까! ―스즈키 고지(鈴木光司), 소설《링》작가
외딴 섬 월금도에 스스로 무장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후예라 칭하는 다이도지 가문이 살고 있다. 대학생 두 명이 섬을 찾고 그 중 한 명이 다이도지 가문의 영양과 정을 통해 여아를 출산하지만 아버지는 실족사, 그 후 어머니 또한 병사한다. 또 다른 한 명, 긴조는 다이도지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어 여아, 도모코의 양아버지가 된다. 도모코는 어머니의 유지에 따라 18살이 되면 도쿄에 살고 있는 긴조에게 가기로 되어 있다. 약속의 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19년 전 도모코 친아버지의 변사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암시하며 그녀의 도쿄행을 막으려는 기묘한 협박 편지가 날아든다. 불안한 긴조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도모코를 무사히 도쿄까지 데리고 와줄 것을 의뢰한다. 그러나 편지의 경고대로 도모코의 정혼자가 차례차례 살해되며 피투성이 참극이 시작되고,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사건 속으로 긴다이치는 몸을 던진다. 한편 도모코는 친아버지 죽음에 대한 경악스러운 진실과 마주한다.
국내 소개된 작품 중에서, 《여왕벌》은 비교적 시리즈 후반에 속한다(《악마의 공놀이 노래》의 연재가 1959년에 완료돼, 국내 출간 중에서는 가장 늦다). 1950년대 일본은 전쟁의 상처를 치료하며 이른바 초고도성장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첫 작품인 《혼징 살인사건》이 발표된 것이 1946년. 오카야마 현 피난 시절, 추리소설을 간절히 갈구했던 요코미조 세이시는 전쟁 이후 연이어 걸작을 쏟아냈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를 맞이하여 작품도 조금씩 변화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여왕벌》은 그 변화의 지점에 위치한 작품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절세미인을 둘러싼 2대에 걸친 집요한 욕망과 죽음에 이르는 저주를 작가 특유의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필체로 그려나가고 있는 이 작품은, 특히 여느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 비해 인간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인다. 한편 대담한 트릭과 그것을 풀어내는 긴다이치의 천재적인 추리는 본격 추리소설의 근본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은, 본격 탐정소설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긴다이치 코스케에 대해서
국내 독자에게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은, 소설이 아닌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때문이다. 일본에서 6백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의 주인공 ‘김전일(일본 명: 긴다이치 하지메)’은 I.Q 180을 자랑하는 고등학교 2학년 천재 소년탐정. 김전일은 사건을 해결하기 직전, “명탐정이신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라는 대사를 반드시 외치는데 이 할아버지란 바로 일본의 국민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가리킨다. 만화 설정 상 김전일은 긴다이치의 외손자인 것이다. 긴다이치는 요코미조 세이시가 저작한 소설의 주인공으로, 1946년 《혼진 살인사건》에 처음 등장한 이래 장?단편을 포함(아동물 제외), 총 77편의 작품에서 활약하였다. 어수룩한 외모와 초라한 차림새, 그러나 뛰어난 추리력의 소유자인 그는 특유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일본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거의 50년 전 인물인 긴다이치를 불러낸 것, 또한 이러한 설정이 매우 환영받았다는 것은 긴다이치가 시간과 세대를 초월해 일본인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반증한다.
■ 내용소개
그녀는 여왕벌이다
접근하는 모든 남자를 죽게 할 운명이다
월금도에서 태어나 자란 도모코는, 어머니의 유지에 의해 18세가 되면 양아버지 긴조가 살고 있는 도쿄 대저택으로 가야 한다. 약속의 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19년 전 도모코 친아버지의 변사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암시하며 그녀의 도쿄행을 막으려는 기묘한 협박 편지가 날아든다. 불안한 긴조는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도모코를 무사히 도쿄까지 데리고 와줄 것을 의뢰한다. 그러나 편지의 경고대로 도모코의 정혼자가 차례차례 살해되며 피투성이 참극이 시작된다. 한편 도모코는 친아버지 죽음에 대한 경악스러운 진실과 마주하는데……. 대담한 트릭으로 본격 탐정소설의 정점을 찍은 경이로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