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쉰여섯 번째 출간!
배우 심은경 추천!
“나는 이 시집을 꼭 안아주고 싶었다”
이 책에 대하여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쉰여섯 번째 시집으로 유선혜의 『모텔과 나방』을 출간한다. 202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장석원)을 알리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선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기어이 써버리는 사람’ 유선혜의 신작 시집
시집 『모텔과 나방』
유선혜 시인은 첫 시집 『사랑과 멸망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를 선보이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허무와 고독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신선한 사유를 담은 청춘의 언어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두 번째 시집 『모텔과 나방』은 보다 시각을 넓혀, 다종다양한 사랑과 이별의 방식을 면밀히 관찰하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고통과 상처, 병리적 현상까지 포착해낸다. 사회적 관계 속의 폭력과 구조적 억압에 균열하는 여성 화자의 슬픔과 결핍, 허기의 적나라한 장면들에 집중하면서 시인 특유의 철학적인 사유와 질문으로 그 깊이를 더한 시 32편을 실었다. 유년 시절 외톨이의 시간을 견디게 해준 도서관이라는 장소, 남몰래 읽은 책, 혼자만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비로소 숨 쉴 수 있었던 날들에 대해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와, 평론가 최다영의 작품해설도 함께 수록됐다.
망해버린 꿈과 생을 구원할 깊은 사랑의 시선
오로지 인간에 대한 필사의 기록
첫 번째 시집 『사랑과 멸망을 바꿔 읽어보십시오』에서 “사랑의 잔해를 더듬”는 “영혼의 문장”(조연정)으로 많은 시 독자를 열광케 했던 유선혜 시인의 신작 시집 『모텔과 나방』은 한층 정밀해진 언어, 보다 정확한 고통에 대한 감각으로 치열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총 4부로 구성된 『모텔과 나방』에서 특히 이목을 끄는 2부는 표제작을 포함한 ‘모텔’ 연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텔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 내재화된 허위와 혐오 의식을 날카롭고 집요하게 재현해내고, 스스로를 빛을 등진 존재 ‘나방’으로 인식하게 하는 사회 구조를 고발한다. 한편, 결국 살아내고자 몸부림치는 인간 보편의 모습을 기록하며 모텔을 “세계의 축소판”(「모텔과 냉장고」)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다. “인간들은 사라지기”보다 그저 “살아가기를 원하”(「모텔과 나방」)는 존재다. 따라서 “죽고 싶은 마음”(모텔과 거울)을 털어내고, “손쓸 수 없는 지경”(「모텔과 나방」)에 이른 망해버린 꿈과 생을 복원하려 매 순간 분투한다. 타버릴 걸 알면서도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희망의 모색으로 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불어 ‘학교’라는 무대 역시 시집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적 공간이다. 이 일상적 장소에서 경험하는 배제와 불가해한 차별, 고요한 폭력과 부조리 속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의 자리를 주지시킴으로써 가해와 피해의 모습을 정교하게 조각한다. 그렇지만 화자는 혼란과 우울 속에 매몰되거나 자기연민의 감정에 빠지지 않는다. 대신 냉정하고 치밀하게 자신만의 극복 방법과 생존 전략을 발명하며 살아갈 이유를 찾아내고 삶의 의지를 다진다는 점에서 모텔 연작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노트의 페이지마다 자살이나 종말, 지옥이란 단어를 가득 채우면서도 “너의 행복”을 비는 연대의 마음을 기억하고, 너의 “결핍을 누구보다 사랑한 사람이 나라는”( 「너의 천재적인 결핍과 최초의 우울」 ) 전언을 보내며, 이에 “나를 견뎌줘서 고”(「나방인간」)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 우리는 끝까지 서로의 고통과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사랑하고, 결국 구원한다. 시인이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깊고 깊은 사랑의 시선”(고명재)을 거두지 않는 태도는 오직 인간만이 인간을 ‘멸종’으로부터 구원할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믿음에서 기원한다. “이러한 시적 작업이 지금 우리 시에 너무나 필요한”(최다영) 이유다.
핀 시리즈 에세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에 붙인 에세이는, 시인의 내면 읽기와 다름없는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출발한다. 이로써 독자들이 시를 통해서만 느꼈던 시인의 내밀한 세계를 좀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 이 에세이가 시인들의 자유로운 사유공간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를 보여주는, 깊숙한 내면으로의 초대라는 점은 핀 시인선에서만 볼 수 있는 매혹적인 부분이다.
‘살아 있기로 해 살아가기로 해’
활자의 세계에서 써 내려간 유년
「겉도는 물음들」은 유년 시절을 지배했던 외로움과 결핍의 기억을 차분히 풀어낸 에세이다. 또래들과 화제를 공유하지 못하고, 반 아이들 사이를 겉돌며 한없이 혼자였던 어린아이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위악을 과장하고, 스스로를 단절시키는 방법으로 시간을 버틴다.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에 ‘활자들의 나라’로 미끄러져 들어간 소녀는 어느새 과시적 독서에서 벗어나 책의 포근한 냄새와 온기에 위로받고, “종이와 잉크의 비밀”에 매료되면서, 유년의 불완전한 장면들을 삶의 이유로 납득 가능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살아 있기로 해. 살아가기로 해’라고 중얼거리며 꺾인 무릎에 힘을 주던 시간, 책과 글쓰기를 통해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특별한 성장 서사는 비밀 일기처럼 내밀하면서도 거침없이 솔직하고, 글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 “인간의 왜 글을 쓸까?”에 전하는 빈틈없는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