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서문. 우리들의 드라마를 기록하며 1화. 잘난 척 좀 하고 살고 싶어. 다른 세상을 살고 싶어 ― 최구름의 달 밝은 밤을 홍리경 기록 최구름(가명) 1951년 익산에서 태어났다. 이른 나이에 동네 남자와 결혼해 서울로 이주했다. 세상살이에 어두운 남편과 살며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억척스러워져야 했다. 고깃집 장사로 20년, 남의 식당에서 몇 년, 노인복지관 봉사자로 10년, 요양보호사로 10년을 살았다. 인생에 한 번 이름이 날 정도로 빛나게 살아 보고 싶은 열망이 있다. 홍리경 흔하고 하찮은 것에 관심이 많다. 잠깐 다큐멘터리 만드는 일을 했고 이후 오랫동안 집을 고치고, 식물을 기르고, 세상에 화를 내며 노는 삶을 살고 있다. 죽는 순간 억울함이 없는 인생이길 꿈꾼다. 2화. 함께 깨어 있던 많은 밤들에 ― 정양언의 계곡 있는 산을 정연빈 기록 정양언 1954년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나 속초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큰 슬픔을 겪었고, 세상의 슬픔에 관심을 가지며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졸업 뒤에는 수학 교사로 일하며 지역 운동을 꾸렸다. 농부가 되고 싶어 지은 ‘두엄’이라는 이름처럼 드러내기보다 가만히 돌보고 가꾸며 살아왔다. 토마토와 양배추를 많이 먹으라고 말하고, 달리는 법을 설명하다 어느새 함께 뛰는 사람이다. 농사지은 것을 보낼 때 들꽃을 함께 넣고, 눈이 잔뜩 온 날에 바다를 찾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은 가정 내 돌봄에 하루의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정연빈 일상에서 만나는 낯선 순간을 좋아한다. 균열의 틈을 붙잡아 단단한 현실에서 보이지 않던, 이상하고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 한다. 세계의 얼룩 같은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그동안 쓰거나 엮는 일, 이미지를 배치하는 일, 제품의 이름을 짓는 일과 강의하는 일 등으로 생활했다. 우울증이 심할 때도 이상하게 데모는 꾸준히 나간다. 고양이 다다와 함께 우울하고 명랑하게 살아간다. 3화. 이걸 모르고 살았다면 얼마나 억울했을 거냐 ― 김현옥의 뜨거운 한낮을 최선희 기록 김현옥 1961년 전라남도 거금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술주정과 폭력, 농사일을 피해 19세에 서울로 도망 나와 공장에 다녔다. 야학을 만나 노동법과 노동자의 철학을 배우고 가슴 뛰는 삶을 살게 되었다. 힘들었어도 이걸 몰랐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느리고 둔하지만 성실하고 지구력이 강하다. TV 보는 것을 좋아하고 바느질, 요리, 사물놀이를 잘한다. ‘이모네 식당’으로 가정을 지탱했고 지금은 사회적 협동조합 ‘품마을’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최선희 안산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일하다 마음 다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껴 상담을 공부하고 중대 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 트라우마 상담을 하고 있다. 영상, 사진, 그림, 글쓰기 등의 잡다한 취미가 있다.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을 좋아한다. 노동자 인문교육 프로그램인 안산노동대학의 운영자이며 거기서 만난 노동자들, 특히 언니들의 이야기들을 기록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4화. 남을 위해 따뜻한 옷을 만들지만 우리들 마음은 너무 추워요 ― 배서연의 겨울 같은 봄을 신정임 기록 배서연 1957년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났다. 열네 살에 서울로 올라와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봉제 산업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 내며 옷을 만들어 왔다. 두 아들을 건실하게 키워 냈다는 자부심이 크고, 청각장애가 있는 큰언니를 지금도 살뜰히 챙긴다. 일을 마치고 밤 10시에 배우러 다닌 판소리를 하며 맛본 희열이 삶의 원동력이다. 언젠가 판소리 한 바탕을 완창하는 게 남은 꿈이다. 신정임 이야기의 힘을 믿는 기록노동자다. 『우리 같이 노조 해요』,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공저) 등을 썼고, 싸람(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들의 드라마』로 구술 생애사의 문도 열었다. 그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삶의 이야기를 찾아 세상을 누빌 예정이다. 5화. 밥도 못 먹었냐는 그 말 ― 이경희의 천 길 물속을 이수정 기록 이경희(가명)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마흔아홉에 탈북해, 경계를 넘어 한국에 온 지 15년 차인 청소 노동자. 북에서나 남에서나 한결같이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 회사 동료들에게는 일명 ‘깐깐한 반장’으로 통한다. 일터에서는 경계 밖에서 머뭇거리기보다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드러내는 여성 노동자이지만 북에 두고 온 아들 이야기에서만큼은 머뭇거리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어머니. 이수정 서울 생활 47년 차. 어릴 때 8년간 살았던 산골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기 벅찼던 일상에서 벗어난 순간, 우연처럼 구술 생애사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듣기보다 말하기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듣고 기록하는 일 그리고 작고 평범한 사람의 삶 속에 담긴 거대함에 매료되었다. 6화. 이 고집 때문에 그렇게 살 수 있었나 봐요 ― 박미희의 열 번의 사계를 김성미 기록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