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분열증' 시리즈의 속편이자 완결편으로 <앙띠 오이디푸스>와 쌍을 이루는 저작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자본주의라는 '엄청난' 기계를 욕망의 원리로 읽어냈던 <앙띠 오이디푸스>의 물음을 이 책에서 좀더 확장하고 구체화시킨다. 특히 가 아직도 '안티', 즉 반(反)의 '부정적 비판'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면 생물학과 지질학부터 시작해 인류학과 고고학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새롭게 '긍정적으로 종합'하고 있는 이 책은 지난 20세기의 인문학의 온갖 모험이 서로 소통하고 접속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철학이나 인문학 하면 언뜻 떠올리기 쉬운 방법론(methodology)이나 이데올로기(ideology) 비판 또는 어떤 이론을 구축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저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우리의 모든 사유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사유하는 방법에 대한 사유(noology)를 겨냥하고 있다. 즉 방법을 정교하게 구축하는 대신 그러한 방법론이 어떤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질문하며, 이념의 논리를 찾거나 이를 비판하는 대신 그러한 이념이 어떤 근거에서 발생하는지를 고고학적으로 탐사하는 것. 이처럼 전부 15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음악, 미술, 국가론, 문학론, 정신분석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들은 일관되게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여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인 푸코는 "언젠가 21세기는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푸코의 그러한 평가가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충분히 반증해준다. 이를 가능케 한, 공들인 번역 또한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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