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 소설
3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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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주목받고 싶은 욕망에 몸과 영혼을 판 남자 이야기! -황당하고도 기발한 소재와 허위의식에 찌든 사회풍자 돋보여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장편소설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출간 날카로운 지성과 신랄한 문체, 번득이는 재치와 유머가 돋보이는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장편소설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는 인간이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불행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형편없는 외모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리는 스무 살 청년 피렐리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에게는 자살만이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된다. 절벽 끝에서 막 뛰어내리려는 순간, 천재적인 예술가 제우스 페테르 라마가 제지하고 나선다. 피렐리는 자살하는 대신 프랑스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예술가 제우스 페테르 라마와 기상천외한 계약을 맺게 된다. “당신 목숨을 내게 주겠소? 만약 그렇게 해준다면 내가 당신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지. 왜냐하면 당신은 지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었으니까.” 목숨을 맡기면 이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제우스 페테르 라마의 제안이었던 것.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 박사에게 한 제안과 닮아 있다. 제우스 페테르 라마의 집은 주인의 명성에 걸맞게 호화롭기 그지없는 저택이다. 지푸라기 위에 조각을 하고, 검은색 비누에 그림을 그리며, 배설물을 물감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제우스 페테르 라마는 일반인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예술가다. 평단의 찬사와 예술 애호가들의 호평이 줄을 잇는 그는 내놓는 작품마다 어김없이 성공할 만큼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가 하루아침에 벌어들이는 돈은 교수의 평생 월급에 버금간다. 피렐리는 제우스 페테르 라마와 옆에서 그를 돕는 돌팔이 의사의 조력 작업 끝에 ‘아담 제2호’라는 조각상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예술계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킨 인간 조각상 ‘아담 제2호’는 예술 애호가들의 관심 속에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전시된다. 천재적인 예술가 제우스 페테르 라마의 작업으로 완성된 ‘아담 제2호’는 하루아침에 ‘모나리자’보다 더 유명해진다. 주목받지 못한 삶에 절망해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피렐리는 소원대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 셈이다. 영혼과 육신을 예술가에게 판 대가로 유명세를 얻긴 했지만 피렐리에게 마냥 기분 좋은 일이 계속될 리 없다. 설레고 기뻤던 날들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피렐리가 자유를 잃은 영혼과 육체, 예술가의 작품으로 존재할 뿐인 삶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예술작품이 되고 나서야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 피렐리는 예술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박탈당한 자유와 인간성을 되찾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전개한다. 제우스 페테르 라마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바로 ‘아담 제2호’가 말할 수 있고 의식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제우스 페테르 라마의 눈에 ‘아담 제2호’는 어떤 작품과도 견줄 수 없는 자기 자신의 위대한 창조물일 뿐이다. 피렐리는 자기 자신이 한 예술가에게 종속된 예술작품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에도,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존재 즉 의식이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포기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여인 피오나를 만나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피렐리는 지금껏 최고의 예술가로 알고 있던 제우스 페테르 라마가 오로지 돈과 명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상 ‘아담 제2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예술적 가치 면에서라기보다는 그 모습이 충격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화려한 외양과 돈이 전부인 저속한 사회, 진정한 예술과 삶의 의미를 모르는 인간 군상들에게 ‘아담 제2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조각상에 대한 소유권과 온갖 가십거리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명성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빚은 전대미문의 사기극!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는 이 소설을 통해 물질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 젊음과 미를 절대가치로 숭상하는 사회의식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열두 번이라도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의식이 용인되는 사회, 돈과 명성을 위한 사기행위가 능력으로 용인되는 사회에서 진실의 가치는 한낱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저명한 예술가가 재떨이에 비벼 끈 담배꽁초조차도 예술작품으로 치부하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매스컴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이 소설 중에서 나오는 도쿄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작가는 도쿄전시회를 통해 매스컴과 평론가들의 찬사와 대중의 맹목적 열광이 뒤따른다면 아무리 허섭스레기 같은 작품이라도 최고의 예술품으로 간주되는 구조적 문제를 낱낱이 보여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자연을 화폭에 옮기며 진정한 예술을 실천하는 가난한 맹인 화가 한니발의 삶은 제우스 페테르 라마가 추구하는 화려한 명성으로 치장된 삶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예술은 화려한 기교나 아이디어에 기대기보다는 본원적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황당하고도 기발한 소재와 독특한 사유가 빛나는 이 소설은 예술에 빗대 허위의식이 팽배한 사회의 실상을 비판한다. 젊음과 미를 보편적 가치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대하는 듯하다. 외모지상주의가 비판 없이 받아들여져 ‘얼짱’, ‘몸짱’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까지 열광하는 우리 사회,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에서 이 소설이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히 남의 일만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아직 세상에 희망이 있다면 진실과 사랑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리라. 가난하지만 진실을 잃지 않는 예술가 한니발과 그의 딸 피오나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피렐리는 그들과 교우하면서 억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다. 사랑의 위대함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법, 피렐리는 비로소 행복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여전히 힘겹고 가난하지만 그의 곁에는 피오나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피렐리와 피오나와의 만남과 사랑을 통해 허위의식을 벗어던질 때만이 다가올 희망의 세상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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