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나란히” 쓰겠다는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결의를 밝히며 박상륭상 수상작 『남겨진 이름들』(문학동네, 2022)로 세상에 나온 작가 안윤의 두번째 소설집 『모린』이 출간되었다. 퀴어앤솔러지 『팔꿈치를 주세요』(큐큐, 2021)의 제목이 된 문장으로 뭇 독자들의 지지를 얻은 「모린」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부단한 대화”라는 평과 함께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담담」을 비롯해 지난 사 년간 공들여 써낸 일곱 편의 작품을 엮었다. 십 년 전 독립출판으로 펴낸 산문집 『수기水記』가 눈 밝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2020년 개정증보판 『물의 기록』으로 재출간되었을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답기로 정평이 난 안윤의 문장이 올겨울의 첫눈처럼 우리 앞에 도착했다. 낯선 궁금증을 일으키는 제목이 붙은 이번 소설집은 저마다의 모린, 즉 ‘유일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안윤 소설의 인물들은 어긋나고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로에게 유일한 사람이 되어간다. “지진이자 해일, 사막이자 극지, 거스를 수 없는 중력”(96쪽) 같은 누군가를, “다른 이가 납득하도록 설명할 수 없”(150쪽)고 심지어는 스스로조차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일. 그것은 나 자신 또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단독자라는 깨달음 이후에 가능하다고 안윤은 말한다. “그의 이해가 내가 예상하는 이해와 일치”(105쪽)하기를 바라는 대신 ‘나’와 ‘너’를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해 안윤 소설이 경유하는 길고 느리고 먼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올 새봄으로”(258쪽)으로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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