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시간

김숨 · 소설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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틂 창작문고 14권. 1997년 등단한 이래 놀라운 글쓰기의 저력을 보여온 김숨 작가의 특유의 세밀하고도 밀도 높은 문장들은, 이번 소설에서 현재진행형인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자의 그 침묵과 고통을 ‘증언을 증언하는 형식’으로 우리의 무감한 내면에 모질게 옮겨놓는다. 『L의 운동화』와 위안부 피해자 증언 소설 연작들(『한 명』, 『흐르는 편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그리고 『떠도는 땅』에 이르는 김숨의 최근 작업이 바로 이 윤리적이고도 내면적인 “듣기 시간”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그리고 그 “듣기 시간”이야말로 소설이 역사를 다루는 가장 소설적인 방식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숨의 증언 소설은 문자로 옮겨진 침묵의 자리, 그 자리야말로 문학의 자리이다. 녹취록에는 결코 담길 수 없는 침묵들이 말이 되는 자리, 그러나 결코 완전하게는 재현될 수 없는 고통의 자리, 그래서 항상 ‘결함적으로만’ 재현 가능한 그 영역을 ‘문학’ 말고 다른 말로는 지시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김숨의 『듣기 시간』은, 20년 후에야 ‘결함적으로’ 성공하게 될 김숨의 위안부 증언 소설들의 출발점이자 창작 보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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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차례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感·불가능한 인터뷰 _김형중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작가는 무엇을 듣고 어떻게 쓰는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발화되지 못한 침묵을 듣는다. 그녀의 침묵은 발화되지 못한 말이기도 하니까. 녹취록을 풀 때 그녀의 침묵도 문자에 담아 기록해야 한다. 그녀의 표정, 몸짓, 한숨, 눈빛, 얼굴빛, 시선, 눈동자의 떨림, 망설임, 눈물도… 그것들 역시 그녀의 발화되지 못한 말이므로. 문학·증언·역사의 새로운 만남을 탐색하는 전대미문의 도정 “김숨은 지금 문학과 증언과 역사가 어떻게 만나야 하고 만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전대미문의 도정 한가운데서 사투 중이다.” 김숨에게 주어진 제6회 김현문학패의 선정의 말은 이렇게 쓰고 있다. 그 사투의 결과물로 또 하나의 문제적인 소설이 세상에 나왔다. 1997년 등단한 이래 놀라운 글쓰기의 저력을 보여온 김숨 작가의 특유의 세밀하고도 밀도 높은 문장들은, 이번 소설에서 현재진행형인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자의 그 침묵과 고통을 ‘증언을 증언하는 형식’으로 우리의 무감한 내면에 모질게 옮겨놓는다. 『L의 운동화』와 위안부 피해자 증언 소설 연작들(『한 명』, 『흐르는 편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그리고 『떠도는 땅』에 이르는 김숨의 최근 작업이 바로 이 윤리적이고도 내면적인 “듣기 시간”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그리고 그 “듣기 시간”이야말로 소설이 역사를 다루는 가장 소설적인 방식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숨의 증언 소설은 문자로 옮겨진 침묵의 자리, 그 자리야말로 문학의 자리이다. 녹취록에는 결코 담길 수 없는 침묵들이 말이 되는 자리, 그러나 결코 완전하게는 재현될 수 없는 고통의 자리, 그래서 항상 ‘결함적으로만’ 재현 가능한 그 영역을 ‘문학’ 말고 다른 말로는 지시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김숨의 『듣기 시간』은, 20년 후에야 ‘결함적으로’ 성공하게 될 김숨의 위안부 증언 소설들의 출발점이자 창작 보고서이다. “1997년 8월 9일,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진주의 한 주택,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다. 둘 사이에선 흡음구가 400개 달린 휴대용 녹음기 속 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다. 인터뷰 상황이다. 소설은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끝날 참인데, 인터뷰이가 도통 말이 없다. 인터뷰이는 ‘황수남’(아마 실명은 아닐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다. 1982년에 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고, 1992년 11월에 위안부 신고를 했으나, 본명을 밝히기를 거부한 ‘숨어 있는 피해자’다. “수천 년 전에 무너져 원래 상태로의 복원이 영구히 불가능한 고대 사원이나 신전”처럼 폐허가 된 입을 가졌고, “기억하지 않아서 미치지 않을 수 있었”고 “기억하지 않아서 살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녹음테이프는 돌아가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는다. 머리에서 마음에서 몸에서, “눈동자에서, 살갗에서” 기억을 지워버린 사람 같다. 그러나 알다시피 어떤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아직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때나 가능한 일, 그녀에게는 들을 말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이 인터뷰는 가능할까?“ _김형중 문학평론가 역사와 증언과 문학이 마치 잘 꿰매진 퀼트처럼 절묘하게 만나는 순간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역사와 증언을 소설화한다. 소설은 기록물 보관소에서 켜켜이 먼지가 쌓인 저장 기억을 바로 지금도 우리 앞에서 기능하는 기능 기억으로 활성화하는 데 종종 성공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활성화가 쉽사리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말끔한 거대 서사는 기록물 보관량을 늘릴 뿐이고, 웅장한 남성 서사는 쉽사리 민족 서사의 재구성에 앞장을 선다. […] 말은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밖으로 나온 말은 어느 곳으로든 누구에게로든 가 닿으려고 한다.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 위에서 말은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이 단순한 말의 행로는 정체되는 순간 생명을 잃는다. 그러나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될 때 죽은 말도 살아날 수 있다. 사라진 기억도 되살아날 수 있다. 말의 생명력이란 언제나 발화하는 행위와 함께 그것을 듣는 행위가 있을 때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은 위기의 순간에 처한 인간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_박혜진 문학평론가 (김현문학패 수상작가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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