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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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 히로히코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단편집 아라키 히로히코라 하면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 떠오른다. 『죠죠』가 초장편 연재인데다 큰 인기까지 얻으면서 『죠죠』이후 다른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틈틈이 단편을 그렸다지만 1987년 『고저스 아이린』이라는 첫 단편집을 낸 후 12년 만에 두번째 단편집을 낸 것이다. 왜 그는 단편을 잘 그리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해 저자는 아이디어를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연재 장편에 써버리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주인공은 다르지만 마치 『죠죠』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죠죠러라면 이 친숙함이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 같다. 또한 이 단편집을 통해 저자의 또다른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드커버 케이스 포함 ●작품 해설 「사형집행중 탈옥진행중」 단편과 장편의 차이는 뭘까? 독자 입장에서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리는 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이해하고 있지 못할 경우 골치 아픈 길로 빠져들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해보자. 단편의 유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A: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생각만을 전적으로 뒤쫓는 작품. B: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뚝 잘라내 거기에 인생이나 테마를 섬광처럼 비춰 내는 작품. C: 난센스나 서스펜스, 무드, 디자인, 에로스, 그로테스크, 그 자체를 그리는 것이 목적인 작품. D: 일기나 에세이, 편지. 또 있나? 그것 말고는 ABCD 각각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뒤섞인 작품. 그렇게 생각한다면 단편과 장편의 차이는? 별 차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짧은 작품이 단편이고 긴 작품이 장편. 역시, ‘아무래도 상관없다’라는 결론에 아라키 히로히코도 이르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사형집행중 탈옥진행중’은 30여 페이지라는 의뢰 분량 내에 사형과 탈옥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된, 전적으로 서스펜스를 그리기 위해 그린 서스펜스. 감옥이 기묘하고, 또 이곳을 만든 자들,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을씨년스러운 존재가 있는 구석이 마음에 든다. (작품 타입으로 말하자면 C) 「돌치~다이하드 더 캣~」 페이지 수가 한정되면 등장인물이나 이야기의 무대도 한정되는 편이 이야기에 박력이 산다. 그런 발상에서 만들기 시작한 작품. 이 작품 집필 당시 담당 편집자가, “고양이가 너무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다. 내 삶의 마음의 희망이다.” 라고 하는지라, “하지만 안데스 산맥에 조난이라도 되면 먹어버릴걸, 분명.”이라고 한 짓궂은 내 성격에 의해 탄생한 한 편. (작품 타입은 B) 「키시베 로한은 움직이지 않는다~에피소드16:고해소~」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곧잘 야단맞으면서 ‘무인도에나 가버려! 너 같은 녀석은!’ 또는 ‘교도소에 얘기해서 너 잡아가라고 한다!’(집 근처에 교도소가 있었다) 같은 말을 듣곤 했다. 그리고 ‘무인도에는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교도소는 무서워서 가기 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야단맞으면서 들었던 말 중에, ‘평소 남을 속이고 살다 보면 제일 행복할 때 벌이 내린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은 지금도 무섭다. 제일 행복할 때 떠밀려 추락하면 정말 큰일이다,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어른이 됨에 따라 공포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딱히 남을 속인 적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상만 해도 꺼림칙하다. 하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마음에 든다. 타이틀 중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은 키시베 로한은 주인공이 아니라 이야기의 내비게이터입니다, 라는 의미. (작품 타입으로 말하자면 B) 「데드맨즈Q」 죽은 뒤에도 마음의 평화를 바라며 정신적으로 생장해나가려 하는 주인공의 행동을 스케치 풍으로 그린 작품. (작품 타입은 A) 주인공인 데드맨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 제4부’ 최대의 적 키라 요시카게라는 살인귀의 유령이다. 사후의 세계에 만약 영혼이 남아 있다면 그곳은 뭐든지 가능한 세계가 아니라 이 세상과 같은 ‘룰’이 있는 곳일 것이다. 유령도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 또는 그 이상으로 고생을 해야지, 그렇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다… 라는 발상으로 그렸다. 그나저나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키라를 그리자니 어쩐지 눈물이 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