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의의
초기경전은 부처님 말씀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과 같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가리켜 흔히 ‘세계 3대 종교’라고 한다. 이 중 기독교의 경전은 신약과 구약 성서이며 이슬람교는 코란 한 권인데 비해, 불교에는 무척 방대한 양의 경전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많다’는 것을 강조해서 ‘8만 4천 경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부처님이 살아생전에 말씀하신 내용을 그의 제자들이 정리한 것을 초기경전이라고 한다. 흔히 알려진 대승경전은 더 먼 후대에 부처님의 말씀을 재해석해 정리한 것을 의미한다.
초기경전은 500~600년에 걸쳐 암송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구전을 통해 전승되던 부처님의 말씀이 문자로 정착된 것은 기원전 1세기경 스리랑카에서였다. 이후 인도에서 필사에 의해 전해지다가 중국으로 건너갔고, B.C. 5~6세기경에는 대부분의 경전이 한문으로 번역되었다. 이처럼 초기경전은 부처님의 설법을 직접 들은 제자들이 후세로 전하고, 또 전하며 내려온 것이라 부처님의 원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초기경전은 재해석이나 가공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처님 말씀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인 것. 특히 많은 학자들이 “부처님께서는 당시에 빨리어를 사용하셨을 것”이라고 추측하므로, 빨리어로 된 경전을 읽으면 더 큰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불교의 발원지인 스리랑카와 인도에서 빨리어 경전을 공부하고, 다시 현대 불교 연구의 중심지인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6년여의 연구 끝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미산 스님은 누구보다 초기경전을 국내 독자들에게 체계적으로 풀이해주실 수 있는 분이다. 미산 스님의 쉽고 명쾌한 해설은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한 차원 더 높은 불교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게끔 이끌어준다.
생활불교, 실천불교의 뿌리는 초기경전에 있다
미산 스님은 초기경전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불교의 핵심교리는 연기법과 일체법, 삼법인, 사성제이며, 이 네 가지 핵심교리를 가장 명료하게 체득할 수 있는 비법이 바로 초기경전에 있다.” 초기경전을 꾸준히 읽다 보면 이 네 가지 교리가 계속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불교의 기본 틀이 마음속에 확립된다는 것. 그 과정을 거치면 불교 공부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대승경전이나 선어록을 읽어도 그 본질적 의미를 꿰뚫어보는 직관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좀더 체계적인 불교 공부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초기경전 공부는 필수 코스인 셈이다.
특히 연기법과 일체법, 삼법인, 사성제는 모든 불교수행의 근간으로서,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그 가치와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생활불교, 실천불교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 네 가지 교리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그 중 핵심인 연기법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설명한 뒤,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연기법 수행으로 모든 내용을 마무리한다. 이 책은 이론과 실천이 하나가 된 올바른 수행 생활의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사는 길,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 가장 빠른 지름길이자 바른 길은 부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을 기록한 경전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스님이든 재가불자이든 부처님의 경전, 특히 초기경전을 알고자 하는 것은 부처님이 어떻게 사셨으며, 당신의 제자인 우리가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그 말씀을 생생하게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대단히 매력적이며, 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간여행’입니다.
- ‘1강 올바른 경전 공부를 위한 로드맵’ 중에서(42~43p)
‘팔정도’를 걷듯이 총 8강에 걸쳐 초기경전의 세계로 안내
이 책은 초기경전의 세계, 그 입문에 해당한다. 총 8강으로 이뤄지는데, 불교의 네 가지 핵심교리를 바탕으로 그에 해당하는 경전 내용을 풍부하게 발췌하여 수록하고 있다. 팔정도를 걷듯이 총 8강에 걸쳐 전개되는 친절한 해설은 독자들을 편안하게 초기경전의 세계로 안내한다.
1강은 책 전체의 로드맵에 해당한다. 초기경전의 어원과 발생, 종류 등 다양한 정보를 수록해 독자들이 이어지는 내용에 좀더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2강에서는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연기법’을 얘기한다. 일체법과 삼법인, 사성제도 결국은 연기법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점을 강조한다.
3강에서는 ‘일체법’을 주제로, ‘오온, 십이처, 십팔계’를 얘기한다. 부처님은 세계의 존재현상과 인간을 오온으로 분석하기를 즐기셨다. ‘우리 존재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4강에서는 ‘삼법인’에 대해 알아본다. ‘무상ㆍ고ㆍ무아’가 삼법인이다. 다양한 경전에서 이 내용을 발췌해 읽으며, 특히 괴로움의 본질과 실상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함께 읽어본다.
5강에서는 ‘사성제’에 대해 알아본다. 부처님이 성도 후 처음으로 교진여 등 다섯 비구에게 설한 것이 <초전법륜경>이다. 처음으로 법法의 바퀴를 굴려 포교하면서 설하신 이 경을 발췌하여 함께 공부한다.
6강에서는 ‘업과 윤회’를 주제로 12연기법을 공부한다.
7강에서는 ‘생활 속의 연기법 수행’을 주제로 삼으며, 이를 위해 특별히 <육방예경>을 인용한다.
8강에서도 연기법과 관련된 부처님 말씀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행복경>과 <자애경>, <보석경>을 읽으며 생활 속에서의 구체적인 연기법 실천을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