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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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정미경 신작 소설집! ; 2006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밤이여, 나뉘어라」 수록 2002년 ‘오늘의작가상’ 수상, 2006년 ‘이상문학상’ 수상, 2003년 현대문학상 수상 후보, 2005년 동인문학상 최종 후보, 2006년 황순원문학상 및 한국일보문학상 최종 후보…… 정미경이라는 작가가 독자들 앞에 처음 그 얼굴을 내민 건 2001년 『세계의문학』 가을호에 단편소설 「비소여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다음해인 2002년 작가는 오늘의작가상 수상작이자 첫 책인 『장밋빛 인생』을 펴냈고, 이후 2004년부터 작가는 매해 한 권꼴로 새 책을 펴내며 독자들을 찾고 있다.(『나의 피투성이 여인』, 창작집, 2004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장편소설, 2005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창작집, 2006) 「비소여인」으로 첫선을 보이기 전 칠 년여의 시간을 작가는, “학위 없는 학교”를 다니는 기분으로 창작에 몰두했다고는 하나, 작가가 독자들에게 다가온 속도를 생각하면 그 칠 년의 시간을 상쇄하고도 남음이다. 그러나 문제는 ‘스피드’가 아니다. 남들은 절대 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 2005년,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남들은 절대 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소설을 쓴다고 밝혔다. 독자들을 그의 앞으로 바싹 당겨앉게 한 것은 다름아닌 이 ‘이야기’들이다. 그것들은 이 땅에, 정확하게 '오늘'의 이 땅에, 발붙이고 있다. 차라리 픽션이면 더 좋았을 듯한 조잡하고 비루한 이야기들을 작가는,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내보인다. 아무리 정성 들여 화장을 해보아도 눈가에 자글거리는 주름들, 들뜬 화장, 늘어진 모공은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니. 그러나 여기에서 그의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작가가 맨얼굴의 주름과 늘어진 모공을 그려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는 화장으로 가려져 그 아래 숨어 있던 얼굴과, 그것을 덮고 있는 ‘얇은’ 화장, 일상의 비루함을 숨기고 있는 ‘표정’까지도 냉정하게 그려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그 독한 진실을 깨닫고도 피곤하고 비루한, 비참한 현실 안으로 침잠해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그리고 조심스럽게 삶에 대한 투지와 긍정을 일깨운다. 자산관리인, 대학 강사, 사회운동가, 조각가, 가정주부, 교사, 영화감독, 의사(의학자), 유치원 계약교사, 공연 무대감독 및 스태프…… 정미경은 이전 작품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집에서도 각 소설마다 그 나름의 독특한 직업세계를 가진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본다. 자신이 맡아 관리하던 자산의 원금이라도 복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예순셋의 고용인에게 자신의 애인을 소개해주는 자산관리인과,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에서 요구한 억대의 발전기금 때문에 이에 동참하는 대학 강사(「너를 사랑해」), 북한의 끝도 없는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아내인 자신이 번 돈까지 몽땅 쏟아붓는 남편에게 지쳐가는 조각가(「들소」), 아이를 갖기 위해 인공수정을 거듭하는 것으로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유지해가는 부부(「바람결에」),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아들이 컨테이너에 사는 여자친구와 사귀다 계층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주부(「내 아들의 연인」), 팔 년을 유학한 후 귀국했지만 교수직을 얻지 못한 채 스트레스로 이명에 시달리게 된 남자와, 그와의 만남을 통해 폭력적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견디려 한 장애 여성(「매미」), 의붓어머니와 정을 통하고 그 기억을 떨쳐내지 못한 채 모든 붉은빛을 볼 수 없게 된 무대감독(「시그널 레드」), 천재 친구의 망가진 모습을 본 뒤 그를 바라보며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그 모습을 기억 속에서 지우려 하는 영화감독(「밤이여, 나뉘어라」)…… 작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각자 나름의 고통과 불안을 끌어안은 채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직업과 상황에서 겪고 있는 각양각색의 문제들을 보여주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며 이에 대처해나가는지를 충실히 뒤쫓아 그려냄으로써, 작가 자신이 밝힌 것처럼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쪼잔한 존재들의 슬픔”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의 온갖 군상들이 빚어내는, 우리 자신의 삶과 별 상관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사건들은 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계층에서부터 가질 수 있는 직업,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의 경향, 결혼은 물론 부부생활의 지속 가능성까지, 삶의 거의 모든 것이 경제적 논리를 통해 결정되는 세계인 것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현실이며, 동시에 누구도 그로부터 쉽게 자유로워질 수 없는 세계이다. 정미경은 등장인물들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 이 냉정하고 엄혹한 사회의 한 조각을 끼워놓고, 이것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은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다각적이고도 치밀하게 풀어놓은 여러 삶의 양상들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의 불합리성과 그 견고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강철과 같이 견고한 이 세계를 조금씩이나마 변화시켜나갈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