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의 협력 네트워크를 탐구하고
예술 창조 작업에 필수적인 관례들을 연구한
예술 사회학의 뛰어난 고전
예술 사회학의 고전인 『예술계』 초판은 1982년에 출판되었으며, 2008년에 25주년을 맞아 기념확장판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새로 출판된 기념확장판을 번역한 것이다. 저자 하워드 베커는 예술 사회학에 매우 중요하게 공헌한 사회학자로, 예술 작품을 단지 작가의 창조적 산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계의 협력 네트워크의 산물로 보는 사회학적 시각을 견지한다. 베커는 예술을 집단적인 행위로 보며, 완성된 산물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 예술을 사회학적 집합 행위로 탐구하는 이 고전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와 함께 공급자, 공연자, 중개인, 비평가, 소비자의 협력 네트워크를 연구한다. 또한 베커는 예술 창조 작업에 필수적인 관례는 무엇인지, 집합 활동은 예술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살핀다.
기념확장판에서는 베커가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서술한 새로운 서문과 더불어, 베커와 저명한 프랑스 사회학자 알랭 페싱이 예술이 창조되는 확장된 사회 시스템에 대해 나눈 새로운 대화가 추가되었다.
예술을 사회학적으로 경험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자연과학 지식과 달리 사회과학 지식은 누적성과 연속성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들의 출현과 함께 사회과학의 지식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며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러한 지적 전환을 이룩한 저작을 ‘고전’이라 지칭해 왔다. 한울엠플러스는 이들 고전 가운데 20세기 중후반에 사회과학적 인식에서 한 획을 그은 저작을 엄선하여 ‘한울모던클래식스’라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하워드 베커의 『예술계』는 한울아카데미에서 펴내는 한울모던클래식스 시리즈의 셋째 책이다. 『예술계』의 초판은 1982년에 출판되었으며, 2008년에 25주년을 맞아 기념확장판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새로 출판된 기념확장판을 번역한 것이다.
예술 사회학에 중요하게 공헌한 사회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 베커는 이 책에서 예술을 집단적인 행위로 보며, 예술을 완성된 산물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 예술을 사회학적 집합 행위로 탐구하는 이 고전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와 함께 공급자, 공연자, 중개인, 비평가, 소비자의 협력 네트워크를 연구한다. 베커는 실제 예술의 세계에 뛰어들어 그 세계에서 활동하는 행위자들을 추적·관찰하고, 그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여러 사례를 비교함으로써 경험적인 연구를 지향한다. 또한 사회적 상황에서 행위자들이 연결되어 협력을 창조하는 방식을 추적하기 위해 사회학적-문화기술지적으로 접근한다.
예술 작품은 작가의 창조적 산물이 아니라 예술계 협력 네트워크의 산물이다
베커는 이 책에서 작업 개념의 도움을 받아 예술계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을 미래로 확장되는 일련의 작업에 대한 진행 보고서로 보고 결론을 내릴 때까지 무거운 이론화를 멀리한다. 베커는 사회학의 전제, 즉 사회학자라면 평범한 인간에게 숨겨져 있는 실재에 침투해 들어가 진실을 발견하는 재능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를 불신하면서 이론과 조사 데이터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이 책에서 베커는 집합 활동에는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있고, 그 네트워크에는 구성원들 각자의 행위 노선을 조율하는 관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협력 네트워크가 얼마나 큰지, 그 네트워크의 성격이 조화로운지 갈등적인지, 구성원들은 어떤 관례를 통해 각자의 행위 노선을 조율하는지 등의 문제는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이론이 선험적으로 대답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예술 사회학의 두 거장 베커와 부르디외의 이론을 논쟁적으로 비교하다
특히 이 책은 25주년 기념확장판을 출간하면서 프랑스 사회학자 알랭 페싱이 베커와 진행한 대담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 대담은 하워드 베커가 예술 사회학의 거장 피에르 부르디외의 예술장(field of art) 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예술을 ‘세계’라는 은유를 통해 바라보는 것과 ‘장’이라는 은유를 통해 바라보는 것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 베커의 방식은 분명 부르디외의 방식과 많이 다르다. 부르디외는 환상을 까발리고 탈신화하고 가면을 벗기는 반면, 베커는 사회적 상황에서 행위자들이 연결되어 협력을 창조하는 방식을 추적하는 형태로 접근한다. 즉, 베커의 방식은 부르디외의 방식보다 훨씬 더 경험적인 연구를 지향한다. 따라서 베커는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인 진술은 최대한 피한다.
예술 사회학 분야에서 부르디외의 이론이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을 고려할 때, 베커가 부르디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자신의 이론과 부르디외의 이론이 어떤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나는지 비교하여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예술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를 시도하는 모든 이에게 경험 연구를 위한 시금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