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브레히트, 진리를 위해 살아남은 자를 얘기하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독일에는 브레히트가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시, 산문,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썼지만, 그 문학의 중심은 언제나 연극에 있었다. 현실을 예리한 시선으로 풍자하는 것에서 빛이 나는, 20세기 서양 연극사를 대표하는 극작가다. 우리 시대의 뒷면을 신랄한 풍자와 비판적 웃음으로 풀어낸 《서푼짜리 오페라》(카툰 클래식4)에 이어 이번에는 브레히트의 대표작 《갈릴레이의 생애》를 소개한다. 1938년 처음 쓰인 후 세 번의 개작 과정을 거쳤으며, 타계하기 전까지 무대 리허설을 했을 만큼 브레히트가 심혈을 기울였던 작품이다. 모순된 인물, 갈릴레이 브레히트는 이 희곡에서 대체로 이탈리아의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갈릴레이Galileo Galilei(1564~ 1642)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역사적인 사건을 따르고 있다. 1장은 그가 46세의 중년 학자로 파두아 대학의 수학 교수직을 사임하기 1년 전인 1609년부터 시작하며, 희곡의 사건 진행은 그가 피렌체로 이주한 1610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약 30여 년간의 생애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희곡의 주인공인 갈릴레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위대한 학자의 모습과는 달리 모순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가난한 학자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 교수를 많이 해야 되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에 전념하고 싶지만 돈벌이 때문에 연구할 시간이 없다. 홀란드에서 팔리고 있다는 망원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자 곧 이것이 자신의 개발품이라며 베네치아 총독에게 헌정하여 봉급 인상을 관철시키기도 한다. 브레히트가 본 갈릴레이는 자신이 발견한 과학적 진리가 가져올 엄청난 파장과 그 혁명적 가능성을 감지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적인 약함 때문에 그것을 권력자의 의지에 헌납하고 이후 남은 생애를 권력의 감시 속에서 살아야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명백한 과학적 진리조차 왜곡하거나 폐기하려는 자들에게 맞서지 않았다. 하지만 감시의 눈을 피해 결국 진리를 담은 책을 완성하고, 이를 몰래 국경 너머로 보내 과학자로서 결국 자신의 의무를 다한다. 과학자의 자존심 그리고 각별한 용기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생애를 통해 브레히트는 과학자로서의 자존심을 얘기한다. 진리에의 열망 때문에 과학자가 겪어야 하는 ‘각별한 용기’에 대해서. 물론 브레히트는 그를 엄격한 과학자가 아니라 문제적 인간으로 그리고 있다. 유약함 때문에 전 생애를 패배자로 살았던 한 사람이, 진리를 알고 있는 한 과학자가 어떻게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까? 진리에의 열망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과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갈릴레이. 브레히트에게 중요한 것은 권력자의 폭압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무엇을 할 것인가다. 그래서 그가 그려낸 갈릴레이의 생애는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의무에 대한 이야기다. 브레히트는 ‘갈릴레이의 생애’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현실의 삶 속을 관통하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과학의 진보, 과학자의 책임과 양심, 진실의 문제, 기득권 세력과 민중의 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겪는 한 개인의 갈등을. 만화로 보는 희곡, 무대가 보인다 희곡은 분명히 문학이기는 하지만, 읽기만 해서는 작품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장르다. 배우가 장치·소도구·조명·음향효과를 갖춘 무대에서 사건을 실제로 연기하고 등장인물을 창조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희곡을 만화로 본다면, 희곡을 읽는 것만으로도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연극을 보지 않고도 실제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 희곡만으로도 이미지를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는데는 만화작가 정성호의 힘이 크다. 정성호는 등장인물들의 섬세하고도 풍부한 감정 묘사와 함께 배경이 되는 19세기, 런던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서푼짜리 오페라'에 이어 이 작품 역시 지문을 아주 충실하게 그려냄으로써 연극 무대를 그대로 눈앞에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