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가 슈카와 미나토가 엮어낸 ‘죄와 벌’ 수은충이라는 가공의 벌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두렵고도 매혹적인 일곱 빛깔 이야기 2002년 '올빼미 사내'로 제41회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으면서 데뷔, 이듬해 《도시전설 세피아》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하얀 방에서 달의 노래를>로 제10회 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받으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슈카와 미나토. 그는 데뷔 3년 만인 2005년 《꽃밥》으로 나오키상을 받으며 국민적 작가로 발돋움했다. 국내에는 2006년 《꽃밥》이 처음 소개되었으며 2007년 ‘사랑’을 테마로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과 망집을 세련된 문체로 그린 《새빨간 사랑》, 고즈넉한 도시의 그늘을 배경으로 써내려간 애틋하면서도 섬뜩한 《도시전설 세피아》로 그만의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수은충》은 ‘노스탤직 호러’의 대가라는 슈카와 미나토의 장점을 잘 살린 작품으로 마음이 악의로 가득 찼을 때 나타나 인간의 영혼을 좀먹는 ‘수은충’이라는 가공의 벌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두렵지만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은충이란 인간의 영혼에 침투하여 기어 다니다가 결국은 영혼에 무수히 많은 구멍을 뚫어버린다는 벌레를 말한다. 마음이 악의로 가득 찼을 때,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한 감각이 엄습한다면 그때가 바로 수은충이 기어가는 순간인 것이다. 호러 형식을 빌어 인간 내면의 감춰진 본질을 이야기하다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 호러소설 대상 단편상 등을 수상한 작가의 이력을 따진다면, 호러나 미스터리가 작품의 바탕에 깔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게 호러나 미스터리는 단순한 ‘장르’가 아니다. 그는 호러를 ‘소재’ ‘틀’로만 취할 뿐, 실은 그 형식을 빌려 인간 내면에 감춰진 우울하고 섬뜩한 정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취 있는 문체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그려내기에, 일상은 바쁘지만 마음 한구석은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진한 여운과 페이소스를 안겨주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수은충에 이끌린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을 그리다 《수은충》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는 수은충이라는 가공의 벌레를 중심으로 살인, 근친상간, 자살, 이지메, 탈선 등 수은충에 이끌린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을 그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언제 꿈틀댈지 본인도 알 수 없는 수은충은 억제된 파괴 충동, 인간이 지닌 양면성의 다른 이름이겠다. 안식을 주지 못하는 가정, 뿔뿔이 흩어진 관계들이 영혼에 칼자국을 내고 벌레를 키워낸다. 보통 사람들이 어디 대단한 악행을 저지를 기회나 있을까. 항상 작은 몸짓, 무표정, 인색한 게으름 따위가 생채기를 내고 곪게 만든다. 그래서 평범한 소시민도 목덜미에서 수은충이 꿈틀거리면 언제든지 파멸로 치달을 수 있다. 이야기가 결정적인 국면에 접어들면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섬뜩한 촉감을 느끼며 몸서리칠 것이다. 벌레는 클라이맥스를 촉감으로 실감하게 하는 강력한 모티프인 셈이다. 인간의 악의가 키운 수은충이 당신을 노린다 고엽의 날 죽임을 당한 사람이 용서해줄 때까지 기뻐하거나 슬퍼하지도 말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고엽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야하는 살인자의 하루 겨울비의 날 예전에는 오누이였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 차가운 겨울비 속을 걸어야 하는 운명을 선택한 남녀와의 하루 잔설의 날 다카시가 형사에게 들려주는 누나를 자살로 이끈 것도 모자라 남은 가족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사나코의 이야기 대울타리의 날 교통사고로 죽은 손자를 위해 끔찍한 일을 벌이는 마사에와 그런 마사에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른 어린 손자를 위해 죄를 짓는 후지코의 하루 박빙의 날 철없던 사춘기 시절 반 친구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사죄할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온 나오의 특별한 크리스마스이브 미열의 날 어른들의 눈을 피해 산위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는 등 탈선을 일삼던 초등학생 신야와 가즈마의 이야기 병묘의 날 심각한 울증에 걸린 아내와 살고 있는 야에가시 주위를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맴돌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노스탤직 호러’의 대가 슈카와 미나토의 특이한 이력을 말하다 슈카와 미나토는 1963년생인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동네 도서관에서 호시 신이치의 책에 매료되어 습작을 시작했다. 중학교 때는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다자이 오사무에 반해서 그런 종류의 단편을 썼다. 고등학생 때는 문예부에 가입했는데, 문예부 잡지의 3분의 2를 자기 작풍으로 채우는 ‘폭거’를 자행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고교 시절 습작에 많은 시간을 들인 탓에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한 후, 그는 게이오 대학 문학부 국문과에 들어갔다. 집안 형편상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습작할 시간이 없었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접지 않았다. 마침내 학교를 졸업한 후 출판사에 취직했고,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출판사 창고 구석에서 글쓰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보다 더 바쁜 일상 속에서 꿈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던 그는 마침내 사직서를 냈다. 이후 공무원 아내와 결혼한 그는,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하여 집안일을 하면서 전 직장에서 편집 일거리를 받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썼다. 하지만 설상가상 얼마 후 딸이 태어나 육아에 전념하느라 글 쓸 시간은 여전히 부족했으며, 딸이 두 살이 되었을 때는 동네 상점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주4일 근무를 하면서 어렵게 습작을 계속했는데, 잠시라고 생각했던 그런 생활은 8년이나 계속되었다. 그는 각종 문예상의 성격을 나름 분석하여 작품을 쓰고 응시했지만 계속 탈락하던 중, ‘이도 저도 안 되니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을 써보자’는 생각으로 <올빼미 사내>를 썼다. 하지만 뜻밖에 이 작품으로 제41회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으면서, 이후의 일반적인 이력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