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세기에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산 지식인이자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독창적인 사유를 펼쳐 보인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는 발터 벤야민은 필생의 작업으로 19세기의 파리에 대한 연구에 전념했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에 벤야민은 객관적 연구 대상으로서의 파리 대신 어린 시절의 그를 키워준 마음속의 고향 베를린에 대해, 그리고 주로 인용과 몽타주로 채워질 객관적인 파리 연구 대신 아련한 기억과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과 추억으로 짜 맞출 베를린의 어린 시절에 대한 주관적인 ‘회고록’을 집필했다. 이것이 19세기의 파리를 연구한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대조적인 맞짝을 이루는 ?베를린의 어린 시절?로, 이 책 역시 앞의 책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개고와 수정을 거듭했다. 이번에 새로 번역 출간된 ?베를린의 어린 시절?은 오래전에 ?베를린의 유년 시절?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과 달리 1981년의 ?벤야민 전집?에 수록된 1938년 판 ‘최종 원고’를 바탕으로 번역했으며, 3가지 이본을 모두 참조해 본문 안에 그대로 살리는 동시에 저 유명한 페터 손디의 이 책에 대한 글을 함께 실어 ‘20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산문 중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벤야민의 이 저서를 비로소 오롯이 되살려놓고 있다. 우리는 20세기 초에 도시에서의 어린 시절을 다룬 몇몇 작가들의 소설이 세계 문학사에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물론이고 시인 릴케의 ?말테의 수기?,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에서 우리는 한결같이 아이(또는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대도시라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는데, 벤야민의 이 책 또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대도시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인 워즈워드의 말대로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맞다면 이처럼 20세기 초에 대규모로 쏟아져 나온 이러한 장르들은 이제는 어른이 다 된 자본주의 비밀과 관련해 새로운 시각에서 전혀 다르게 탐구되어야 중요한 인식론적 소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벤야민은 그동안 아포리즘적 사유, 몽타주적 글쓰기, 사유의 이미지의 조탁가 등으로 알려져 왔으나 막상 그의 이러한 면모의 진상을 보여주는 글을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다. 벤야민은 흔히 비의적인 사상가, 신비적인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향과 조국 그리고 어린 시절도 모두 잃어버리고 이국땅에서 자살을 생각하며 쓴 이 자전적인 글은 아우라, 기술 복제, 기억과 추억, 희망과 과거, 역사 철학 등 벤야민과 관련되어 모두들 어렵다고 하는 사상들이 막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있는 현장으로, 그의 사유의 가장 내밀한 제조창으로 우리를 데려가 벤야민을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내밀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