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넘쳐나는 시대다. 사람들은 말을 유려하게 하지 못하면 남보다 뒤처지고, 사회 적응도 뒤떨어진다고 여긴다. '말'이 경쟁력이자 꼭 갖춰야 할 삶의 기술이 된 셈이다. 그래서 너 나 할 것 없이 말을 잘하려고 한다. 말을 가르치는 대학의 학과가 생기고 그것도 부족하여 사람들은 사설 학원으로 달려간다. 이런 시대에 스스로 말문을 닫은 사람이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을 가르치며 '말'로 먹고사는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편석환이 그 주인공이다. 산속에서 스님들이나 할 법한 '묵언' 수행을 일상에서 43일을 하면서 생긴 하루하루의 에피소드와 말문을 닫음으로써 깨달은 '말'의 본질을 기록하여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내놓았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살아 온 그도 말 때문에 상처받고, 다투고, 오해하며 피로하고 번잡한 삶을 살아왔다.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차라리 말을 하지 말걸' 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대가 아파 우연히 말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삶의 변화를 감지하게 되었다. 말문을 닫으면 온갖 불이익을 당하거나 극심한 불편을 겪으리라는 불안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말의 경쟁에서 멀어져 마음이 평온해지고, 말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단순해진 삶을 발견한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43일간의 '묵언'으로 얻은 '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다. 저자는 삶이 번잡스럽거나 마음이 시끄러워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독자라면 하루라도 묵언 체험을 하고, 느끼는 바가 있다면 하루하루 묵언의 시간을 늘려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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