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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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이 가장 사랑했던 이야기, <후린의 아이들> 우리에게 매우 잘 알려진 <반지의 제왕>이 ‘가운데땅’ 역사 가운데 제3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대한 서사시라면, <후린의 아이들>은 그보다 6천5백년이나 앞선 제1시대를 산 영웅 ‘투린’의 비극적인 투쟁과 사랑을 다룬 대 로망이다. 톨킨이 1920년대에 이미 <후린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장편 서사시로 써놓고도 장대한 서사적 구조와 보완 때문에 책으로 출간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자, 그의 유언에 따라 편집출판 집행자가 된 셋째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은 부친의 방대한 유고를 조각보 잇듯 정교하게 엮어 2007년 소설로 출간했다. 3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연구와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편집의 결과, <후린의 아이들>은 출간되자마자 톨킨 문학의 정수로 우뚝 선 동시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0년 양장 일러스트판 <후린의 아이들> 출간 2010년 양장 일러스트판 <후린의 아이들>은 세밀한 묘사로 톨킨의 ‘가운데땅’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앨런 리의 표지와 본문 일러스트로 꾸몄다. 국내에 톨킨을 처음 소개했던 영문학자들이 톨킨의 요정어, 고유명사 발음 및 번역 원칙에 충실한 번역판으로 2008년에 이어 다시 부분적인 수정을 거쳐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양장본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가치를 지닌 고전문학이라는 측면에 맞추어 앤틱과 실용적 요소를 최대한 구현하였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톨킨의 세계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후린의 아이들> 근저에 깔린 신화적 원형 왜 톨킨의 작품을 판타지를 초월한 20세기 최고의 고전문학이라 부르는가. 그것은 바로 영문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났다가 결국 죽음으로 가는 인류의 공통적인 경험 속에서, 인류학자들이 ‘통과의례’라고 부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신과 인간의 이야기로 풀어낸 ‘원형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톨킨의 작품에는 불멸의 신과 요정, 그리고 생명이 유한한 인간이 등장한다. <후린의 아이들>에 등장하는 주인공 투린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으로 제1시대에 살았던 명문가의 아들이다. 큰 키에 검은 머리, 새하얀 피부, 잿빛 눈동자… 그는 제1시대의 인간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고 용맹한 전사로 요정들의 칭송을 받는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 투린은 인간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결국 악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해 파멸을 맞는 비운의 영웅으로 그려진다. 악의 존재와 맞서 싸우려는 투린의 용맹성은 오히려 적에게 그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어, 그가 머물렀던 곳과 그의 주변은 초토화가 된다. 결국 악의 존재를 물리치고자 했던 그의 용맹성은 무모함이 되고 그의 선한 의지는 파멸을 초래하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또한 누군가가 운명에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타이밍이 절묘하게 어긋나 의도치 않은 살인이 벌어진다. 나무에 묶여 고문을 당한 뒤 결박당한 채 어둠속에 잠들어 있던 투린은 그를 구하러온 요정 벨레그의 손길이 닿자 방어적 본능으로 상대방을 살해한다. 결국 그는 절친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 모든 과정의 맨 위에는 인간 인내심의 한계를 교묘하게 저울질하는 절대 악의 존재 ‘모르고스’가 있고, 그의 저울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오만함, 편견, 조급함, 무모함, 분노, 질투―의 한계이다. 모르고스는 원래 ‘높은 신격 또는 천사’에 속하는 ‘아이누’였으나, 지배욕에 사로잡혀 땅에 사는 요정들을 이간질하고 최고 보물인 ‘실마릴’을 훔쳐 달아난 결과, 절대 악의 존재 ‘모르고스’라 불리게 된다. 타락한 천사인 모르고스는 그 욕망의 결과로 지상의 육신을 취하고, 제힘으로 만든 악의 어둠에 갇혀 끊임없이 그 어둠을 확대하려는 사악한 의지의 존재가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지배 욕망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악의 근원과 그것의 발현을 보여준다. 오이디푸스의 신화적 원형을 보여주는 근친상간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 책의 핵심적 요소로 작용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같은 베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오이디푸스의 저주받은 운명. 그 운명의 강줄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버지 라이오스의 ‘원죄’가 드러난다. 이처럼 아버지의 죄 값이 아들에게까지 대물림되는 과정은 이 책의 서사구조를 지배하고 있다. 한 편의 장대한 비극영화와 같은 책 명문가의 아들에서 하루아침에 무법자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방랑생활을 시작하는 투린. 그는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울 때는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할 때는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그때그때 변화하는 투린의 심리를 유심히 따라가다 보면, 책장을 넘기는 매순간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