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면적은 2배, 인구는 10배로 늘어난 서울.
그사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더 행복하거나 불행해졌을까
“이 책은 서울의 현대사를 횡단하는 데 최단 거리의 이동 경로를 제시해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독자들은 정치지리학자 임동근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이동하면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시공간을 축조해낸 권력, 자본, 제도의 연결망을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박해천(디자인 연구자, 『아파트 게임』 저자)
“지리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인줄 몰랐다. 읽는 내내 우리가 자고 먹고 사랑하고 싸우고 꿈꾸고 절망하는 도시와 공간을 설명하는 지리학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신기하다. 책을 읽었더니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을 흉내내고 있는 대한민국이 머릿속에서 명료하게 재현된다. 이제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왜 이런 꼴로 살고 있는지 분명히 알 것 같다.” -노명우(사회학자, 『세상 물정의 사회학』 저자)
・ 한국에만 있는 행정기구인 동사무소는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
・ 1963년에 갑자기 서울의 면적을 두 배로 확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린벨트를 만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아파트는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을까?
・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은데도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못 됐을까?
・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사무지구로 자리 잡았을까?
・ 왜 서울숲에는 그렇게 비싼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을까?
・ 송파구에 갑자기 상업지구가 15만 평이나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 청계천 복원 사업과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을 관통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 마을 만들기는 메트로폴리스의 고질병인 도심 봉기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일제 시대부터 박원순 시장 재임기까지,
서울을 둘러싼 통치의 전략들은 서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왔을까?
인구통계가 확립된 1965년 이후 지난 50년간 서울(수도권)의 인구는 10배로 늘어났다.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간 매년 50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이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적자원인 동시에 물, 전기, 가스, 교통, 주거,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기도 했다. 늘어나는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 교육, 치안, 경제, 병원, 도로 등의 다양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통치의 전략들은 서울(수도권)이라는 독특한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냈고, 또 그만큼 독특한 ‘서울 사람’의 삶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그런 독특한 통치술, 독특한 선택들을 하나 하나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며 그 효과와 부작용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가령 동사무소라는 독특한 한국적 행정기관은 왜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린벨트는 왜 만들었고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아파트는 어떻게 전 국민의 로망의 되었으며 또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는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왜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지,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오피스 지구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등등 의문점들에 대한 흥미로운 답이 펼쳐진다.
1920년 여름 콜레라가 유행합니다. 당시에 콜레라가 부산을 통해 올라왔습니다. 일단 전염병을 처리하는 경찰의 방식은 좀 무식합니다. 전염되면 안 되니까 감염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왔다 하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해당 구역에 못 들어가게 하고 오염원들을 다 불태웁니다. 우물에다 약 타고 광은 다 태우는 식이죠. 양반들, 당시 귀족들 입장에선 자신의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겁니다. 머슴 하나 병에 걸렸다고 하면 99칸이든 100칸이든 집안에 있는 광을 다 태워버려야 하니까 문제가 심각한 거죠. 경찰이 아주 단순하고 무식하게 일을 벌이면 큰일이라 부촌을 중심으로 몇몇 가문들이 모여서 ‘우리가 알아서 통제하겠다. 경찰 들어오지 마라.’ 하면서 바리케이드를 쳤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현대 사옥과 안국동 즈음에서 계속 망을 보면서 경찰이 못 들어오게 막고 안에서는 자체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삼청동 쪽에서 처음으로 여러 개의 동이 모여 사무소를 열고 사무소에서 위생관련 업무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게 우리나라에서는 동사무소의 시초라고 봅니다.(30쪽)
서울의 남촌이라고 불리는 명동 지역은 일본 권력이 셌고 북촌은 조선인 권력이 셌는데, 나중에 위생 통계를 내보니까 위쪽이 훨씬 효과가 좋은 거예요. 돈도 훨씬 적게 들었습니다. 왜냐면 군대든 경찰이든 들어가서 작업을 하려고 하면 일단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총을 겨누거나 칼을 겨누면서 물리력을 동원해 통과해야 했거든요. 이와 관련한 비용이 절약되는 겁니다. 알아서 자기들이 관리를 했기 때문에요. 조선인 입장에서 보면 여차하면 내 재산이 다 날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미리미리 깔끔을 떱니다. 그러다 보니 병자 발생도 낮고, 병자 처리 면에서도 효과가 더 좋았던 겁니다.(31쪽)
역설적으로 이 행정동 때문에 우리나라 도시 행정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도보로 행정관청에 가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입니다. 주민들에게 아주 가까이 있는 겁니다. 경찰은 당신의 5분 거리에 있다고 했던 10년 전 경찰 표어처럼요. 동 자체는 주민 가까이에 있습니다. 보행권 안에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서비스도 좋았습니다.(50쪽)
그런데 삼성이 브랜드화를 하면서 관리도 하고 그에 맞춰 집값도 올리는 선순환 구조, 쉽게 말해서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주택 거주자들이랑 조합 형태로 만들어간 겁니다. 여러 용어가 난무했습니다. 지분형 건설이라고도 했구요. 즉 돈 안 받고 지분으로 주택 몇 채 가져가겠다는 제안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시공사 물량이 확보되고 삼성이 파는 삼성아파트가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주택 마케팅과 관련해서 삼성이 거의 혁명적인 일을 한 겁니다.(168쪽)
1975년에 아주 재미있는 보고서가 나옵니다. 「주택 유효수요 추정 연구」라는 역사적인 보고서입니다. 쉽게 말하면 주공이 집 살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일까를 검토한 보고서입니다. 결론은 아파트로 나옵니다. 당시 아파트 선호도는 6퍼센트가 안 되었고, 국민의 94퍼센트가 아파트를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대졸자만 놓고 보면, 소득수준이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아파트 선호도가 11퍼센트 넘게 나옵니다. 더 재미있는 점은 여자 대졸자를 중심으로 조사하면 25퍼센트가 넘어버렸습니다.(194쪽)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빠르게’, 가시적으로 빠르게 많이 짓기 위해서였죠. 단독주택 외에도 다세대?다가구 등도 굉장히 선호도가 높은 주택일 수가 있었습니다. 잠실, 양재 등지에선 실제 그랬습니다. 호화 연립주택들이 많았죠. 그것들을 폐기하고 많이 짓는 방향으로 갔던 것이지요.(199쪽)
그래서 오늘 다세대?다가구 주택 이야기에서 가장 큰 문제는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웃음) 실상을 아무도 모릅니다.(235쪽)
아파트는 그나마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가구주택의 경우에는 경험하신 분들은 징그러워서 연구 안 하시고, 안 살아보신 분들은 상상이 안 되어 연구를 못 하셔서 연구물이 거의 없습니다.(236쪽)
신자유주의 시대 메트로폴리스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지방자치제의 긍정적 의미와는 별개로 실제로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정부가 중층화하면서 권력이 약화되고 이는 자본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가령 삼성타운 같은 것을 유치하기 위해 작은 정부들이 서로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방분권은 신자유주의 도시계발의 한 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