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어떻게 히틀러가 나올 수 있었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디 차이트 “제바스티안 하프너 최초의 책, 그리고 어쩌면 최고의 책.”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이 책은 올봄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으로 국내에 소개된 제바스티안 하프너 ‘최초의 책이자 최후의 책’이다. 하프너가 독일을 떠나 영국에 정착한 지 1년 뒤인 1939년에 집필되었다는 점에서 ‘최초의 책’이지만, 오랜 세월 서랍장 속에 잠들어 있다가 1999년 하프너가 세상을 떠난 뒤 유족에게 발견되어 이듬해인 2000년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최후의 책’이다. 책의 첫머리에서, 그리고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하프너는 끊임없이 묻는다. 국가가 더 이상 개인의 편이 아닐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나아가 “[국가가] 개인에게 친구를 포기하고 연인을 떠나길,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미리 정해진 것을 받아들이길,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인사하고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먹고 마시길, 경멸하는 활동에 여가 시간을 바치고 마뜩지 않은 모험에 자신을 내맡기길, 자기 과거와 자아를 부정하길, 게다가 이 모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열광하며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길 요구”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이 책은 ‘난폭한 권력을 휘두르는 무자비한 국가’와 ‘작고 이름 없는 개인’의 ‘결투’를 기록한다. 이 개인은 타고난 영웅도 순교자도 아니지만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 올려 보이며 국가가 청하는 결투에 기꺼이 응한다. 그는 결투 내내 수세에 몰리지만 결코 무릎 꿇지 않은 채, 국가의 공격을 잽싸게 피하고 아슬아슬하게 막아낸다. 그 개인은 바로 저자 제바스티안 하프너 자신이다. 이 책은 부제가 말하고 있듯이 1차 대전이 발발하는 1914년부터 나치가 정권을 장악하는 1933년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전장에서 들려오는 승전보에 열광하던 일곱 살 철부지 어린아이가, 불의에 서서히 눈뜨고 의문을 품는 사춘기 청소년으로, 나치의 급격한 부상에 분노하며 외국으로의 이주를 꿈꾸고 그 와중에도 자유분방한 사랑을 나누는 스물여섯 살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하여 이 책은 제바스티안 하프너 개인의 성장기요 자전적인 에세이이다. 한편으로는 그 기간 동안 독일인들이 어떻게 나치에 열광하거나 침묵하며 공멸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는지 특유의 통찰력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전망하는 일종의 역사서이다. 1차 대전의 발발과 독일 전역을 휩쓰는 최종승리에 대한 열망, 믿기지 않는 패전과 이윽고 들이닥친 시련, 1918년 독일혁명과 이어진 혼란, 역사상 전무후무한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민족주의의 부상 등 파란만장한 독일의 현대사가, 하프너 개인의 생애라는 수면 위로 혹은 아래로 더없이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이렇듯 이 책은 1914년부터 1933년까지, ‘어느 독일 사람’ 제바스티안 하프너가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목격하는 위태로운 시대상과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고 선명한 필치로 그려낸 역작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60년 동안 미공개 상태로 남아 있다가 하프너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00년에 유족에 의해 출간되었다. 출간에 얽힌 사연은 이게 다가 아니다. 그로부터 다시 2년이 흐른 2002년 3월 독일연방기록보관소에서 이전까지 종적을 알 수 없었던 이 책의 25장과 마지막 여섯 개 장, 즉 35장부터 40장까지의 원고가 추가로 발견되어 비로소 하프너가 집필을 마쳤을 때 모습 그대로 세상에 다시 선을 보인다. 이 번역서는 2002년에 출간된 증보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 사소한 순간들이 드러내는 역사 올 5월에 국내 독자들을 만난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이 히틀러가 세상을 어떻게 아비규환으로 만들었고, 히틀러로 인해 세계가 어떻게 재편되었는지 거시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는 이야기라면, 『어느 독일인 이야기』는 그런 히틀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넌지시 보여 주는 책이다. 독일 사람들의 침묵과 열광 속에서 히틀러와 나치즘이 대두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책에서 하프너는 독일을 뒤흔들었던 역사적.정치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비롯한 동세대의 내면 풍경에 더욱 주목한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근간으로 삼아 이를 사회현상과 병치하면서 한 시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고 평가하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 분석한다. 결코 주관적인 입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개인적인 경험을 세대 공통의 경험으로 확장해서 당시 독일의 역사와 현실을 탁월하게 분석하고 미래까지 예견한다. 그렇다면 하프너는 왜 자신을 비롯한 뭇 독일인들의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과 내면을 드러내는 기술 전략을 선택했을까? 하프너는 모든 역사적 사건은 모든 이에게 흔적을 남기지만, ‘1933년 이전에 일어난 일과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이전의 일들은 우리를 지나가고 넘어갔으며, 우리는 그 일에 신경을 쓰거나 흥분하기도 했고 몇몇은 그로 인해 죽거나 가난해지기도 했’지만, 1933년 힌덴부르크가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하는 순간처럼 ‘6,600만 명의 인생에 [동시에] 지진’이 일어나는 순간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프너는 이처럼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사람들의 삶에 남긴 흔적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중에 일어난 일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학술적/실용적 역사 기술은 역사적 사건의 이런 집중도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알고 싶으면 전기, 그것도 정치인의 전기가 아니라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개인의 전기를 읽어야 한다. 이런 개인의 전기는 정치인의 그것보다 훨씬 드물다. 개인의 전기에서는 어떤 ‘역사적 사건’이 호수 위의 구름처럼 개인의 실제 생활 위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이따금 그림자만 비칠 수도 있다. 어떤 사건은 폭풍우처럼 호수를 채찍질해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만든다. 어떤 사건은 호수를 깡그리 바짝 말려버리기도 한다. 나는 우리가 역사의 이런 차원을 망각하면(거의 늘 잊힌다.) 역사를 잘못 이해하게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20년 동안의 독일 역사를 나의 관점에서, 즉 내 개인사의 일부로 기술하려 한다.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을 테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게 더 쉬워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서로 좀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18~19쪽) 이런 소소함의 문법은 이 책의 기본 전제, 이른바 ‘컨셉트’이다. 하프너는 역사 기술이 정치적 사건의 나열과 분석에만 머무른다면 역사의 중요한 차원 가운데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면서 제3제국과 개인, 즉 자신의 ‘결투’가 철저하게 대중을 배제한 채 고립된 상태에서 이루어지지만 결코 하나뿐인 사례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 일곱 살 철부지 소년, 전쟁에 열광하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대략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부 ‘프롤로그’는 1차 대전이 발발하는 1914년부터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기 한 해 전인 1932년까지의 일을 다루고 있다. (2부 ‘혁명’과 3부 ‘작별’은 1933년 한 해 동안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1914년 8월 1일, 발트 해 연안 힌터포메른의 영지에서 방학을 보내던 일곱 살 소년은 1차 대전 발발로 인해 휴가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게다가 아끼던 말 ‘한스’와 ‘바흐텔’이 ‘예비 병마’로 징발되어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한 아픔을 맛본다. 전쟁이 확산될 일은 없을 테니 방학이 끝날 때까지 남은 2주를 계획대로 힌터포메른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안도하며 잠든 소년을 기다리는 것은 하룻밤 사이에 결정이 바뀌어 베를린으로 돌아갈 짐을 허겁지겁 꾸리느라 가족과 하녀들이 부산을 떠는 아침이다. 하프너는 ‘내 어린 시절의 숲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고 아프게 회고한다. 그러나 실망도 잠시뿐, 소년은 곧 ‘축구에 열광하듯’ 전쟁에 열광하게 된다. 후방인 베를린의 어린아이에게 전쟁은 놀라울 만큼 비현실적이다. 공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