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플라톤 대화편을 연상시키는 40여 시간에 걸친 ‘철학의 향연’ 이 책은 2013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다섯 차례 40여 시간에 걸쳐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와 『한겨레』 고명섭 논설위원의 ‘철학 대담’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대담을 위해 고명섭은 김상봉 교수가 그동안 펴낸 모든 저서는 물론 논문들까지 두세 차례 집중적으로 검토한 다음,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전체 대담을 이끌어가면서 큰 틀에서 과연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이 땅에서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김상봉 철학’을 통해 플라톤의 대화편을 연상시킬 만큼 때로는 논쟁적으로, 때로는 분석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철학 대담’의 한 전범을 만들었다. 대담자 고명섭 스스로 ‘서론’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플라톤 『국가』 제1권에서 소크라테스와 치열하게 논전을 펼치는 젊은 소피스트를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한 철학자의 정신세계를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을 비롯해 본격적으로 ‘철학’에 몰두하기 시작하여 우리 사회에 주목할 만한 저서를 발표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통시적 관점에 바탕을 두되, 그(김상봉)에게 가장 중요한 물음인 우리에게 과연 고유한 철학이 있었는가와 이를 바탕으로 하여 자기철학을 갖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서양정신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그 한계를 극복하고 이 땅에서 고유하게 전개할 ‘주체적 철학’이란 과연 무엇인지가 이번 대담집이 의도한 목적이었다. 이 땅에 뿌리박고 선 철학의 정립 ― 서양 정신의 한계를 딛고 선 서로주체성의 이념 김상봉 철학의 핵심은 책제목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만남’이다. 칸트 인식론을 철학적 출발점으로 삼은 김상봉은 서양적 주체의 자기의식이 인격적 관계로서의 만남을 현실태로 구성하지 못하고 단지 인식론적ㆍ사물적 관계의 단계에 머무르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철학을 전개시켜나간다. 그것이 바로 홀로주체성과 서로주체성의 개념으로 뚜렷하게 대별되는 김상봉 철학 특유의 인식론적 기반이며, 이것이 이른바 '김상봉 철학 3부작'(『자기의식과 존재사유』, 『나르시스의 꿈』, 『서로주체성의 이념』)으로 사유의 전개과정을 펼쳐나갔다. 제1부 「주체 ― 철학의 첫걸음」에서 두 대담자가 서양철학의 시원인 호메로스부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데카르트, 칸트, 헤겔에 이르기까지 집요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바로 서양적 주체로서의 ‘홀로주체’ 개념이 어떻게 개념화되었으며, 그것이 갖는 고유성과 장점이 분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본질적으로 내포하는, 폭력성으로 외화되는 제국주의적 요소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정신의 상태에 있으며 그 가능성의 현실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신의 가능성에 대해 김상봉은 자기정신을 상실한 바로 그 상태야말로 새로운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잃어버리고 서양 정신에 한없이 빠져버렸지만 그런 상태가 우리에게 새로운 ‘정신의 임신’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정신의 임신은 바로 김상봉 철학 고유의 서로주체성 개념에 맞닿아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역사가 지속적인 억압과 압제 그리고 그에 대한 저항에서 반복적으로 형성해온 항쟁을 통한 자유의 추구, 즉 ‘새로운 형성’에 다름 아닌데,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고유한 ‘정신의 임신’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동학농민전쟁부터 광주항쟁을 거쳐 1987년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데, 특히 김상봉 철학은 바로 이 5ㆍ18광주항쟁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철학적으로 승화시켜 서로주체성의 개념을 명료화하고 있다. 제2부 「만남 ― 철학의 심화」에서는 앞서 제1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김상봉 철학이 어떻게 우리 역사와 정신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지를, 특히 우리 시문학 분석을 통해 제시해주고 있기도 하다. 철학을 한다는 것, 그것은 곧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배우는 일’ 제3부 「공동체 ― 철학의 전개」는 제1부와 제2부에서 주로 논의된 형이상학적 기반을 토대로 김상봉 철학의 사회철학적ㆍ역사철학적 양상을 보다 중점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즉 5ㆍ18과 국가폭력의 문제 그리고 남북통일, 노동자 경영권 등 좀더 우리 현실에 가까이 있는 문제에 대한 ‘철학자’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최근작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에서는 국내 경제학자 그 누구도 짚어내지 못한 기업경영에서의 노동자 참여 문제를 경제철학적 관점에서,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대안을 갖고 우리 사회에 문제제기함으로써 자본주의 극복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대담자 고명섭이 말했듯이, 김상봉 철학을 읽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그것은 곧 “개념을 쌓고 논리로 기둥을 세워 튼튼한 건축물을 지어 올리는 과정을 뒤따라가며 되풀이해보는 일은 놀라운 체험”이다. 대담자 고명섭이 이렇게 느낀 것처럼 독자들은 이번 대담집을 통해 한 철학자의 사유의 전개과정 전체를 명증한 논리 전개로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