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가토

권여선 · 소설
4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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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수상작가 권여선이 15년 만에 펴내는 장편소설. 인간관계의 틈새를 세밀하게 포착해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는 데 탁월한 솜씨를 지닌 작가는 <레가토>에서 현재의 틈새를 습격하는 과거의 흔적을 통해 일상적 삶의 이면을 날카롭게 투시하는 아름답고도 잔혹한 서사의 연금술을 발휘한다. <레가토>는 권여선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등단작이 장편인 점을 감안하면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한 이 작품이야말로 작가로서 첫 연재작이자 본격적인 첫 장편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생한 인물 형상화와 감탄을 자아내는 단단하고 선명한 문장,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신랄하면서도 담담한 포착 등 단편들에서 보여준 그만의 매력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소설은 삼십여년 전, '카타콤'이라 불리던 반지하 써클룸에서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낸 인물들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당시 써클 회장이었던 박인하는 지금은 중년의 유명 정치인이 되어 있고, 그 시절 철없던 신입생들은 현재 출판기획사 사장, 국문학과 교수, 국회의원 보좌관 등으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어느날 영문을 알 수 없이 실종된 동기 오정연에 대한 기억이 깊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그런 그들 앞에 어느날 오정연의 동생이라는 하연이 나타나 언니의 흔적을 수소문하면서 그들의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이 서로 얽히고 이어지기 시작한다. 소설은 각 장마다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오가며 그들의 젊은 날과 현재의 삶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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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프롤로그: 푸른 연회 2. 서랍이 열리다 3. 섬의 흔적 4. 보헤미안 랩소디 5. 춤추는 우연 6. 진흙의 시간 7. 가면 겨울숲 8. 꽃 핀 오월의 목장 9. 거울 속 벽화 10. 에필로그: 강변 파티 작가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권여선은 기억에 대한 집요한 탐색을 통해 인간관계의 미세한 균열과 그로 인해 부각되는 일상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데 탁월한 솜씨를 지닌 작가다. 첫 장편과 세권의 소설집을 통해 그가 보여준 그 서늘하고 씁쓸한 생의 진실과 마주한 독자와 평자들은 권여선이라는 이름을 한국문학의 한 특출한 성취로 인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등단 이후 15년 만에 두번째 장편소설 『레가토』를 써냈다. 작가의 등단작이 장편인 점을 감안하면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한 이 작품이야말로 작가로서 첫 연재작이자 본격적인 첫 장편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생한 인물 형상화와 감탄을 자아내는 단단하고 선명한 문장,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신랄하면서도 담담한 포착 등 단편들에서 보여준 그만의 매력이 집대성된, 권여선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작품이다. 끊어진 기억을 연주하는 아름답고 잔혹한 서사의 연금술 『레가토』는 삼십여년 전, ‘카타콤’이라 불리던 반지하 써클룸에서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낸 인물들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당시 써클 회장이었던 박인하는 지금은 중년의 유명 정치인이 되어 있고, 그 시절 철없던 신입생들은 현재 출판기획사 사장, 국문학과 교수, 국회의원 보좌관 등으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어느날 영문을 알 수 없이 실종된 동기 오정연에 대한 기억이 깊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그런 그들 앞에 어느날 오정연의 동생이라는 하연이 나타나 언니의 흔적을 수소문하면서 그들의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이 서로 얽히고 이어지기 시작한다. 늙은 인간이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럭저럭 조달하며 사는 데 익숙해져버린 존재인 것이다. 갑작스런 기억의 환기로 일상에 작은 혼란이나 번거로움이 초래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게 된 존재인 것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107면) 소설은 각 장마다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오가며 그들의 젊은 날과 현재의 삶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엄혹한 시절, 학기 초 첫 ‘피쎄일’의 경험을 시작으로 여름의 농활과 합숙, 가을의 첫 데모를 거치며 운동권이 되는 절차를 밟아가던 그들의 청춘은 한편으로 순진하고 열정적이고, 한편으로 서툴고 어리석고 맹목적인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반면 인생의 격동기를 지난 현재의 그들은 언뜻 세속적이고 안정된 삶에 접어든 듯 보이지만 여전히 젊은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끌어안고 있거나 애써 잊으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는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죄의식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애써 환기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치명적인 사건이 있었고, 그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 다른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 과거를 호출한다. 써클 회장이던 박인하는 어느날 오정연에게 행한 충동적이고 치명적인 폭력의 기억을 평생의 죄책감으로 품고 살아가고, 정연을 흠모했던 신입생 조준환은 박인하에 대한 열등감을 끝내 떨쳐내지 못하며, 다른 동기들 역시 각자의 젊은 날과 정연에 대한 기억을 각자의 방식으로 현재의 삶 속에 묻은 채 살아가고 있다. 가장 끔찍한 과거와의 대면을 망각하고 가는 인생도 있지만, 그것을 굳이 환기함으로써 나아갈 힘을 얻는 인생도 있다. (…) 이것이 한시적으로나마 그에게 작은 고난과 유혹 들을 인내할 힘을 줄 것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상처와 야만을 다이너마이트로 만들어 질주하는 차량에 탑재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불가역한 삶의 운명이다.(209면) 선명한 문장으로 포착해낸 인생의 아이러니 『레가토』는 낯익은 듯한 이야기를 탁월한 솜씨로 가공해 낯설어 보일 만큼 선명하게 세공해내는 것이 권여선 소설의 특장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무엇보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너무도 생생하게 살아 있어 소설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는 점은 장편에서 더욱 돋보이는 미덕이다. 작가는 능란한 필치로 그들의 혼란과 갈등, 미숙과 과오를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독자를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한 인물인 오정연이 잔혹한 운명 속에서도 발휘하는 생기와 발랄함은 서늘하고 처연한 인생의 아이러니마저 의연한 기품으로 감싸안는다. 인물들의 됨됨이와 사회적 이력까지 미세한 뉘앙스 속에 녹여내는 감칠맛 나는 대화와, 인생과 관계에 대한 모호한 깨달음을 명쾌하게 붙잡아내는 절묘한 문장들 역시 권여선 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임은 물론 두말할 것 없는 일이다.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모든 시간이 첫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은수는 생각했다. 이십대도 처음이었지만 오십대도 처음인 것이다. 인생에 두번째란 없다. 그래도 만약 두번째의 이십대가 온다면 링에 모인 이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갈까.(292면) 모욕의 관계에서 증오를 품는 쪽은 모욕을 당하는 쪽이 아니라 모욕을 가하는 쪽이다. 모욕을 감내하는 자의 얼굴은 모욕을 가한 자에게 견딜 수 없이 냉혹한 거울이니. 누군가를 지독히 모욕한 자기 악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이니.(30면) 편재하는 우연이 새처럼 날아들면 그 순간 인생은 단박에 뒤틀린다. 그런 의미에서 스무살 청춘에게 허여된 한달 또는 반년의 말미는 필연의 첨탑을 쌓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기도 했다.(390면) 삼십년의 세월을 잇는 기억의 이음줄, 레가토 소설의 제목인 ‘레가토’는 악보에서 음과 음 사이를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할 것을 지시하는 음악 용어다. 그것은 이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를 ‘끊지 말고 이어서’ 읽어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소멸하는 앞의 음과 개시되는 뒤의 음이 겹치는 순간의 화음처럼, 나는 이 소설이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시간이 겹쳐 뭔가를 만들어내는 레가토 독법으로 읽히기를 소망하면서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것은 기억의 서사를 다루는 권여선만의 방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과거를 대상화하고 미화하여 결국 현재의 삶을 변호하는 데 바쳐지기 십상인 통속적인 회고담과 달리, 권여선의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와 이어지고 겹쳐진 시간 속에서 과거를 현재로서 재구성하고, 반복하고, 발견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현재의 삶에 대한 얄팍한 합리화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다른 삶으로 바꾸어내는 단절의 경험이다. 다시 작가의 말처럼, “이음의 욕망이 겹침의 차원을 낳고, 겹침은 다시 새롭고 낯선 단절을 연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겹쳐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그 시절 그녀와 나눈 것은 무었이었나. (…) 왜 그들은 그토록 메마르고 무지한 정신으로, 왜 그렇게 근본적인 단절의 포즈를 고수했나. 모든 시대의 청춘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어디서건 제 운명을 읽어내고야 말겠다는 광적인 과잉에 사로잡힌 영혼으로 한 시절을 살아냈을 따름인데(391면) 누구에게나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잃어버린 것이 있다. 그것들로 이루어진 것이 현재라는 시간이고, 그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어긋난 관계들의 종합이 한 사람을 이룬다. 권여선 표 ‘기억 서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인생이란 결국 그것을 발견해내는가 발견해내지 못하는가이다. 소설의 독자 역시 그가 펼쳐 보이는 기억의 연금술을 따라 우리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레가토’하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삶의 차원을, 아름답고도 잔혹한 시간의 무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레가토』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값진 경험이며, 권여선의 소설이 도달한 하나의 휘황한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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