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코 너구리

정칭원님 외 6명 · 소설
3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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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흰 코 너구리/정칭원 정조대를 찬 마귀/ 리앙 내 친구 손목시계 / 위엔저성 푸른 말 / 차이이쥔 대통령의 차판기 / 황판 티벳의 연인 / 장잉타이 나를 지휘하라/ 우진파 역자후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타이완에도 문학이 있나요? 타이완 작가의 단편소설 8편을 번역하여 ‘흰 코 너구리’라는 타이틀로 국내의 독자들께 선보이게 되었다. 이 선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체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화제작 중에서 시사성과 작품성을 담은 작품을 선별한 타이완 현대소설 선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타이완’이라 하면 무엇을 먼저 떠올리게 될까? 과연 타이완에도 문학이 있을까? 청일전쟁 결과 1895년부터 일본의 식민지배에 들어간 타이완은 50년의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45년에 “광복”을 맞지만, 1949년에는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정부가 남하하면서 국민당 독재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타이완에서는 민주화운동 성장의 결과로 전후 40 년간 지속되어 온 계엄령이 1987년 해제되었고, 그 후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고 연임하는 등 근대적 국민국가의 길이 이어져왔다. 일제강점기→군사독재→민주화운동→고도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타이완의 역사적 윤곽은 우리와도 너무나 흡사하다. 그리고 성장의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갈등과 후유증 내지 좌절의 모습까지도 매우 닮아있다. 아마도 20세기 이후의 역사로 보자면, 아시아 여러 나라 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유사한 것이 바로 타이완이 아닐까. 그런 공통점의 외피에 둘러싸인 타이완의 내면에는 우리와 유사한 듯하면서도 또 다른 진실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타이완 역사의 한국 역사와의 유사성과 차별성은 타이완 현대문학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1950년대와 60년대 타이완 문학은 관변적인 ‘반공문학’이나 대륙의 과거를 회상하는 노스텔지어 문학이 주류를 이루어왔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타이완의 정치외교적 상황이 오히려 타이완인들의 내셔널리즘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그런 상황에서 타이완적 현실에 입각한 리얼리즘 문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타이완의 향토문학은 허우샤오셴(侯孝賢)이나 에드워드양(楊德昌) 등의 타이완 뉴웨이브 영화와 함께 타이완의 리얼리즘 예술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러한 예술적 역량은 타이완사회의 민주화운동과도 궤적을 같이해온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일부의 작품들은 그런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감상해주시기 바란다. 작품설명 정칭원의 「흰 코 너구리」의 주인공은 이른 바 일제시대의 ‘민족 반역자’이다. 어린시절 코에 난 흰 반점 때문에 ‘흰 코 너구리’라고 놀림을 받았던 주인공 지샹이 ‘순사’가 되어 타이완인들을 괴롭히다가, 해방이 되자 깊은 산속에 숨어 말(馬)을 조각하며 참회의 여생을 보내게 된다는 내용이다. 과거 우리문학에서도 여러 번 재현되었던 ‘민족 반역자의 운명’이라는 모티프를 타이완 문학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참회하는 악인의 인간적 감정의 결을 잘 손질해가는 솜씨도 좋지만, ‘근대적 속도’의 상징으로 말(馬)을 내세우고 타이완의 파행적 근대를 ‘절름발이 말’로 표현해낸 표상화의 능력 역시 뛰어나다. 리앙의 「정조대를 찬 마귀」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후일담 문학’이다. 소설에는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투옥된 남편을 대신해 정계에 투신하고, 그 후로는 일상적,가정적 삶은 포기하고 사회적 역할 만을 담당하며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이 이젠 더 이상 비밀일 것도 없는 ‘블랙리스트’ 회의를 빙자한 유럽여행을 즐긴다는 이야기이다. 소설 속 배경으로 나오는 ‘크리스마스의 대검거’는 실제로 1979년 가오슝(高雄)에서 일어났던 『미려도(美麗島)』 사건을 가리킨다. 국민당 독재시절 타이완에서는 국민당이 유일한 정당이었고, 나머지 정치세력은 ‘당외(黨外)’라 불렸다. 1977년 지방선거에서 예상 외로 ‘당외인사’들이 많이 당선되었고, 이에 고무된 민주화세력은 1979년 『미려도(美麗島)』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미려도』는 창간호가 10만부를 넘는 선풍을 일으켰고, 79년 12월 10일에는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집회가 가오슝에서 열려, 집회세력과 경찰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 당국은 ‘당외인사’에 대한 대검거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대검거’였다. 물론 이 사건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이었지만, 민주화 세력은 점점 성장하여, 결국 86년에는 민진당을 결성하고, 87년에는 계엄령이 해제되기에 이른다. 위엔저성의 「내 친구 손목시계」는 시골마을에서도 비주류적 삶을 살아가는 슈차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억을 타이완 특유의 풍경과 함께 재현해내고 있다. 슈차이는 당시 시골마을에서 유일하게 시계를 찬 인물이었다. 그는 ‘시간’이라고 하는, 근대적 삶의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반면 주인공 ‘나’는 그보다 원초적인 인간 본연의 감각으로 살아간다. 두 사람은 항상 집배원이 오는 시간을 맞추는 게임을 하지만, 슈차이는 번번이 패한다. 근대적 표준을 신봉하는 또 다른 인물은 주인공의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는 시계를 샀지만, 오히려 시계도 없는 옆집 아저씨가 시간을 더 잘 맞추자 화가 난다. 점쟁이의 예언대로 타이완에는 지진이 났고 슈차이는 불행한 최후를 맞게 되는데, 그를 죽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근대의 또 다른 상징인 기차였다. 차이이쥔의 「푸른 말」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던 주인공이 ‘푸른 말’의 형상에 이끌려 일상을 탈피하면서 겪게 되는 신비하고 초현실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통근열차에서 만난 어떤 아가씨를 따라가고, 그녀도 주인공을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으로 생각했지만, 모두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면서 주인공은 자기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그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놀이동산에 들어가기도 하고, 열차의 유실물 센터에 가방을 찾으러 가지만,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려 결국은 물건을 찾지도 못하고 만다. 복제된 도시 속에서 잃어버린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 황판의 「대통령의 자판기」의 주인공은 여러군데의 직장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실직상태로 여자친구에게 얹혀사는 청년이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여자친구, 이웃의 ‘나가요 언니’들,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출세하지 못하고 빈한한 삶을 살았던 아버지. 주인공과 그의 주변 인물은 전형적인 ‘패배자’들의 세계를 살아간다. 주인공은 ‘나가요 언니’들의 출자를 받아 자판기 사업에 뛰어들고, 대통령의 사진을 홍보물로 이용한 탓에 사업은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민주화운동 때문에 오히려 자판기사업은 타격을 받게 되고, 대통령이 사임하자, 주인공은 과감하게 대통령 사진을 떼어버린다. 주류적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정당이며 정치노선이 중요할 지 모르겠지만, ‘하류인생’에게 대통령 사진은 돈을 벌게 해주는 부적에 불과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미국의 인기가수 마돈나의 사진으로 부적을 교체한다. 장잉타이의 「티벳의 연인」은 매우 독특한 소설이다. ‘타이완’과 ‘티벳’이라고 하면, 중국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민감한 정치코드로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이 소설은 결코 정치적으로 불온하지 않다. 타이완인인 여주인공이 티벳을 여행한 기록을 제재로 한 소설이다. 여주인공 ‘나’는 혼자 티벳에 여행을 갔다가 ‘니마’라는 티벳인을 알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근대문명’의 흔적이 없는 티벳의 설산과 초원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세속적 교환가치를 초월한 사랑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1950년대 라사봉기 이후로 1000여 명의 티벳인이 타이완으로 망명했다고 하는데, 타이완과 티벳은 중화세계의 주변부라는 공통점을 지니기도 하는 것이다. 우진파의 「나를 지휘하라」의 주인공 아껀은 신문기자이다. 타협적 현실과 개인적 양심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샐러리맨, 생활고 때문에 화류계에 뛰어든 마음 착한 ‘업소여성’,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시골의 초등학교 선생님 …… 이들은 타이완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낯익은 인물들이다. 아껀은 정의의 입장에서 기사를 쓰려하지만 금력?권력에 의해 타락할대로 타락해버린 언론사에서 더 이상 버텨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자기 소신껏 이상을 펼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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